꽃 피우는 식물 중 가장 작아… 물에 떠다니는 녹색 가루처럼 보이죠
분개구리밥
물 위에 떠 있는 분개구리밥들(왼쪽). 크기가 0.1~1.5㎜로 매우 작아요. 오른쪽은 분개구리밥들을 확대한 사진이에요. 큰 타원 하나와 작은 타원 하나가 붙어 있는, 눈사람처럼 생긴 분개구리밥이 많아요. /국립생물자원관·위키피디아
분개구리밥은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은 식물이에요. 0.1~1.5mm로 매우 작아 마치 물에 떠다니는 녹색 가루처럼 보여요. 이런 분개구리밥속(Wolffia) 식물은 세계에 약 11종이 있답니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저수지나 연못, 논 등에 가면 물 위에 떠 있는 분개구리밥을 볼 수 있어요. 분개구리밥은 때로는 하룻밤 사이에 수면을 뒤덮을 정도로 빠르게 번식해요. 개체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하루 정도라고 하니 정말 놀랍죠. 그런데 이렇게 작은 식물이 어떻게 빨리 자라서 번식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분개구리밥은 빨리 자라는 방향으로만 유전자가 특성화돼 있고, 식물의 일반적인 특징은 갖고 있지 않아요. 예를 들어 위로 자란다거나 뿌리를 깊게 내린다거나,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가 없어요. 성장에 필요한 유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유전자를 크게 줄이거나 없앤 거예요. 덕분에 성장하고 번식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어요.
분개구리밥은 잎·줄기·뿌리가 구별되지 않고 몸 전체가 평평한 잎 모양을 한 엽상체(葉狀體) 식물이에요. 식물 전체가 잎과 같은 작용을 하면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해요. 여름에 돋보기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꽃을 피워요.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작은 열매를 맺어요. 열매에는 씨앗이 한 개 들어 있어요.
하지만 꽃이 잘 피지 않아 씨앗 번식보다는 주로 출아법(出芽法)을 통해 번식해요. 출아법은 세포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하나의 세포가 되는 번식 방법을 말해요. 분개구리밥을 자세히 보면 큰 타원 하나와 작은 타원 하나가 붙어 있는 눈사람처럼 생긴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작은 타원이 떨어져 나와 새로운 개체가 된답니다.
분개구리밥은 흥미로운 특징을 하나 더 가지고 있어요. 작은 몸 안에 단백질이 가득하다고 해요. 건조한 분개구리밥은 단백질 함량이 40% 정도나 된다고 하니 정말 훌륭한 식물성 단백질 재료예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등재돼 있어 먹을거리로 개발이 가능합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분개구리밥을 사용한 새로운 제품들을 주변에서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은 분개구리밥의 경이로움은 우리에게 크기나 외관과 같은 겉모습과 별개로 그 안에 숨겨진 특성과 잠재력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분개구리밥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시 시간을 내어 관찰해보세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