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창한 초여름의 수요일 1박2일 봉정암 다녀왔다.
봉정암에서 1박하고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 정상에서 에너지 받고
다시 되돌아 휘운각, 천불동으로 외설악의 멋을 느끼며 설악동에도착했다.
야호야호야호! 신나고 신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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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출발하여 백담사 입구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다.
눈이 부시도록 환한 오월의 아침 햇살이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다.
눈 앞에 펼쳐진 설악의 연초록 풍경과 맑은 공기와 밝은 햇살이 참 단정하다.
서틀버스를 타고 백담사를 향해 좁은 산길을 달리며 한 굽이를 돌 때마다
차창 밖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계곡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바닥이 다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 초록빛 맑은 물, 눈처럼 하얀 바위,
뭐라고 그 조화를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아'! 하는 감탄사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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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디다 눈을 돌려도 사방 천지가 연두의 물결이다.
여린 연두로 다가오는가 싶으면 곧 바람 불어 잎사귀들은 요동치며 뒤집혀지고
그 때마다 내설악의 숲은 한순간 연두덩어리로 뭉개진다.
이 또한 지나가면 다시 볼 수 없는 찰라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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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에서부터 시작하여 봉정암까지 걷는 5시간의 계곡길을 나는 참 좋아한다.
깔닥고개까지 오르는 동안 한쪽으로는 계곡을 끼고 또 다른 한쪽으로는 숲을 끼고 걸어서 정말 좋다.
특히 봄, 가을은 걸어며 감탄사를 메들리로 쏟아내는 길이다.
그러고 보면 난 감탄사의 대가다. 이번에도 그랬다.
내가 9 정도의 강도로 감탄할 때 동행한 언니는 5 정도로 감탄한다.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가끔 그 감탄이 상대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오늘만은 넘치도록 감탄사를 연발하고 싶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유일한 파트너 언니가 맞장구치며 감탄사를 나처럼 연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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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딱고개 오르기 전 마지막 계곡에 잠시 발을 담그고 물소리를 듣는다.
햇빛 부서지는 물살 위로 바람이 고요히 불러댄다.
바람과 햇빛과 공기의 코러스가 가히 장관이다. 물가 단풍나무들은 아직도 온전한 연두 그 자체다.
단풍나무 여린 새잎은 연두나라의 왕비다.
가장 맑은 연두색이다. 백담의 선홍의 가을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연두의 봄단풍을 아는이와
차 한 잔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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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다람쥐들이 귀여워 가만히 다가가면
빤히 나를 올려다 보며 먹을 것을 달라고 눈짓을 한다.
우리가 사는 공간이 모두 그렇게 백담의 계곡처럼 맑고 투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사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다만 단순하게 살고자 삐죽거리는 가지를 쳐내려고 애쓸 뿐이다.
가지 치며 단순해지기까지 좌절과 실망에 수없이 마음 다친다.
다친 마음이 다시 새살이 돋는 과정을 거치며 겨우 도달하는 단순함의 가장 낮은 계단,
더 이상 오를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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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구름은 한가롭고 오월의 내설악은 여린 연두의 바람이 되어 일제히 환호한다.
그 풍경이 어여쁘다 . 어디에도 삿된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봄풍경이다.
봄풍경은 "어여쁘다'란 말이 제격이다.
소녀를 가리키는 말은 '아름답다' 보다 '어여쁘다'가 더 잘 어울린다.
봄은 소녀다. 수줍음을 타거나 별일 아닌데도 자주 설레는 소녀,
봄은 꼭 그런 소녀를 닮았다.
오래 두고 보고 싶지만 소녀는 금세 어른이 된다.
어제까지 세상 물정 모르고 깔갈거리며 웃었는데 어느 날 문득 인생의 풍진을 어렴풋하게 느낀다.
여릿하고 애틋했던 눈빛이 흔들리고 투명했던 감수성에도 얼룩이 생긴다.
그러면서 조금씩 억세진다.
소녀로 사는 시간은 참 짧다. 그래서 안타깝다.
안타깝지만 짧아서 다행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보호받으며 온실 속 화초처럼 살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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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봉으로 오르는 길, 앞다투어 연분홍 색깔로 내뿜는 진달래꽃이
애잔하고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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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에서부터 시작하여 봉정암까지 걷는 5시간의 계곡길을
나는 참 좋아하고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은 길이고 코스다.
이 길의 최대 장점은 계곡의 물과 바위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5시간 동안 걷고 오르다 보면 등에 땀이 촉촉히 배어들고 발걸음은 날아갈 듯 신나고 마음은 풍선처럼 가볍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위에서 나오는 암기와 계곡의 물에서나오는 수기를
동시에 받을 수 있어서 몸에 충분한 에너지를 준다.
지난 15년 봉정암을 오르며 경험해보면 암기는 몸에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작용을 하고,
수기는 머리의 열을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봉정암 올라가는 길은 계속 다리에 힘을 주니
상당한 땀을 흘릴 수 밖에 없다.
파워풀한 산책로가 백담사에서부터 봉정암 코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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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달 친구들, 단조로운 일상에서 지칠 때마다
석촌호수에서 만나 가볍게 달리면서 서로에게 비타민이 되도록 하자.
서두는 일 하나 없이, 나른한 봄햇살 같은 봉정암 여행에서
내가 받은 암기와 수기를 친구들에게 나눠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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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화요일, 7시
장소 : 석촌호수 서호수 수변무대
뒤풀이 : 산채식당 싸릿골
이끄미 : 구름나그네
총무 : 호수
첫댓글 설악산다녀왔구냐
멋지구나 ?
구경잘했구 다음에 가이드한번해줘
송파달모임. 출장가면한번가보께?
언제든 대 환영^^+ 넘 반가울건데.....
빛고을아, 백담사에서 봉정암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레고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단다.
빠른 걸음이 아닌 슬렁슬렁 터벅터벅 걸을 수 있다면 언제라도 스텐바이!
사찰 출장도 가는군?ㅎㅎㅎ
백구야, 사찰 출장이 아니라, 서울로 출장을 오게 되면 송파달에 참석하겠다는 전 쥔장의 뜻.
5번째 사진 압권이다^^
콜롬보야, 설악의 풍경은 실제가 아니라, 봄날에 보았던 겸재의 그림 한 점 같았어.
나두꼭가보고싶다.....^^ 너가감탄을하며 행복해할쯤 여긴비가와무지걱정했구 ㅎㅎ 내년 이맘때쯤 수선화와꼭같이 연두의물결을 보고싶다 . 백담사에서봉정암 너무가보고싶은코스다 . 얼마나행복했을까??? 멋지다!!!!!
마리야, 백담사 절은 별로 뚜렷한 특징은 없지만 계곡은 정말 좋아. 나는 우리나라 계곡 중에서 맑고 청정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는
백담계곡이 아마 최고일거라 생각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연두빛 물결을 떨쳐 낼 수가 없어. 내년 오월에 꼭 같이 가도록 하자.
좋은데는 혼자가냐? ㅎㅎ 화요일 보자~~~~
대장, 심신이 많이 지쳐 있을 때 봉정암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야.
고즈넉하게 쉬었다 오면 정말 새 힘을 받게 되지. 내게 맞는 호흡법으로 속도 조절해 가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다람쥐와 놀기도 하고, 숨이 가빠오는 느낌이 들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심호흡을 하며 잠시 쉬기도 하고, 굳이 빨리 가야 할 이유도 없고, 애써 앞사람 속도에 맞출 필요도 없고...
난, 설악산 한번 다녀올려면 몇달전부터 계획해야하는데... 자주가는 수선화가 넘 부럽다...
다음엔 나두 같이가자구 좀 해봐^^
석촌호수에서 보자
호수야, 넌 영양가 있게 바쁜 생활인이고, 난 잘 놀고 쉬는 빈둥백수!
일상은 잠시 놓아두고 최대한 느긋하게 즐기면서 그저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바라 보는 여유만 있다면
봉정암 코스는 친절하게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어. 결국 모든 아름다운 여행은 여행자의 마음에 달려 있단다.
설악....미치도록 다닌곳인데도 가서 보고 또보고 설악에 미쳐서 산사람이 되고푼 마음에 몇달을 살었던 곳인데 사진으로 봐도 역시 좋네...
쥔장께서 설악의 산신령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았었네. 역시, 내공이 깊더라니, 색깔로 치면 짙은 초록이지.
초록은 연두에 비해 씩씩하고 강하잖아. 생활인의 성실한 에너지를 닮았지. 생활인은 좀 억척스러워야 하잖아. 그건 흉이 아니지.
불과 1주일전에 갔던 설악산, 지리산과는 또 다른 멋을 내는 언제나 가고 싶은 산이지 ..
양따야, 난 지리산에서 고생한 기억만 있어서인지 안타깝게도 내 가슴에 남아 있는 풍경은 별로 없어.
그런데 설악산이라는 지명이 주는 느낌은 좀 다르지. 오가는 길 고단하다 해도 왠지 나를 벗어던지고
가볍게 세상을 주유하는 듯한 느낌이 좋아. 설악은 언제라도 바람처럼 가벼이 물처럼 막힘없이 갈 수 있는 곳이야.
그래서인지 설악은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절실하게 와 닿는 행복한 시간으로 가슴에 남아 있어. 앞으로도 계속..
나두야~ 가~안다! 6월4일!
사이버권아, 좋겠다! 봉정암도 거쳐서 가니? 봉정암에서는 흙탕물 튀긴 일상을 잠시 밀어두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느낌이 들었어.
가끔씩 그렇게 나의 흙물을 빨아서 휑궈내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맑은 사람이 될 것 같더구나. 아무튼 즐거운 산행이 되길 바랄게.
3년전 내가 다녀 온 코스로 다녀 왔구나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내일도 뛰어서 석촌호수로 간다.
포니야, 3년 전에는 저 코스로 5번을 갔었단다. 내설악이나 외설악 나무들은 늘 그자리에서 나를 맞아 가르친다.
거기 그렇게 서서 묵묵히 풍상을 견딘 나무들은 단순한 경치로서의 대상이 아니더구나. 바라보는 이와 교감하는 풍경이 되더구나.
풍경은 스치는 물상이 아니지.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고 추억 속에선 모든 것이 아름다움으로 환원되더구나. 석촌호수에서 반갑게!
그래 있다가 보자.
좋다~~~~
미서니야, 사실은 봉정암에서 대청봉 오르는 길은 힘들지만 정상에 도착하면 지금까지의 고됨이 다 사라지고 마음 가득 잔잔한 기쁨이
일렁이며 누구에게 랄 것도 없이 새삼 고마운 마음이 앞선단다. 자연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수굿하게 만든다. 산은 더욱 그렇더구나.
그 넓고 깊은 품으로 내 등을 끌어안고 품어 준다. 날씨가 참 좋았어. 그런 날씨 흔지 않을 행운이었지.
역시 수선화는 낭만적인 여인이야, 감성적이고 , 여자로써 최고의 재능인것같아. 좋아요.
강촌아, 설악산, 가고 싶지? 연두색 물감을 풀어서 정신을 샤워한 것 같았어. 이 세상 무거운 시름들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순간이란다.
산길 벗어나면 다시 자질구레한 일상의 걱정들이 갈빗뼈사이까지 비집고 들어와 가슴을 답답하게 하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꽃잎처럼
가볍게 바람을 타고 놀면 된단다. 어린 아기처럼 쌔근쌔근 신생이 숨을 쉬기만 하면 된단다. 설악동에 도착하면 척산 온천에서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그니 스르르 잠이 찾아 오더구나. 잠시 눈을 감고 비몽사몽 연두색 꿈길을 걸었지. 오늘 석촌호수에서 보자.
수선화야 우리모두 언제 날잡아 함께 가자~~ 신록이 우거진 숲에서 모든시름 스트래스 떨쳐 버리자. 이따 석촌호수가에서 보자^^*
수현아야, 연두빛 새순의 아름다움은 사라졌지만, 유월의 초록 신록도 괜찮을 거야. 산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계곡으로 내려서서
신발을 벗고 바지를 둘둘 걷어올리고 물에 담궈도 보고 그러자. 시원한 계곡에 발을 넣고 노닥거리기에는 발이 얼어오는 것 같겠지만
피로는 풀리지 않겠어. 그야말로 써프라이즈 6월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나도야~~~~태환이 따라붙는다
구름채와 만석지기..랑 한계령,귀떼기봉 ,대승령 ,장수대하산~
수선화 행복한길 잘다녀왔구나 나도 울,태 살아돌아왔다 ㅎㅎ
작년 용아갈때 봉정암에서 구름채 만난 생각이난다
5,6일이면 갈 수도 있는데....
효임아~~어쩌지
4일 토욜 06시 수원서 출발야ㅠㅠ
정이야, 태화강울트라 가볍게 완주하였을 거야. 응원을 보낸다는 게 정신줄 놓고 주말을 보내고 말았구나. 토요일 새벽부터 설악산
등반길에 나서는 정이와 구름채에게 박수를 보낼게. 한계령 능선을 타고 중청, 대청봉을 오르겠구나. 귀떼기봉, 대승령, 장수대로
하산이면 내겐 꿈도 꿔 볼 수 없는 벅찬 코스인 듯 싶다. 장하고 멋진 정이야, 화이팅! 이다. 그리고 봉정암에서 구름채 만난 게 작년이니?
구름채와 단둘이 서둘지 않고 조용하고 행복한 산행을 했었지. 참 정이야, 용아장성에서의 악몽 떠오르니? 푸하하하~~
잘 다녀 왔구나, 나도 이번주까지 바쁜 일 끝나면 설악산이나 가서 충전 좀해서 돌아오고 싶다...
로드린아,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잘 다녀왔단다. 계곡 중간중간 모인 물들이 초록색이었고, 산벚꽃잎들이 계곡물과 함께 흘렀어.
물 위에 떠있는 꽃잎들은 가볍기 그지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유월에 수현아, 호수와 같이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자.
특히 백담사에서 봉정암으로 향하는 길은 호젓하게 혼자 갈 때도, 정답게 둘이 갈 때도. 여럿이 함께 갈 때도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단다.
짝짝짝..수고해씀
좋다 ~ 수고했어 ...
산에가면 고생길이지 ㅎㅎㅎ
땡칠이는 가을 설악은 갈는데 봄 설악도 멋지내 구경 잘 하고 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