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이웃의 양파를 캐느라 정신이 없을 때의 일이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팔십 노인도 들에 나온다는 철이다. 농번기를 가리켜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일한다’는 속담도 있다. 뙤약볕에 한참 땀을 흘리며 양파를 캐는데 도시 사람 차림의 30대 중후반 부부가 음료수를 갖고 왔다. 더운데 누군가 권하는 시원한 물은 갈증을 조금이나마 푼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라는 토를 다는 게 아닌가.
신앙생활 35년 가까이 한 내가 들어도 거북한 철없는 소리에 같이 일하던 비신자인 노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섰다. 그 목사 부부는 산골 교회에 사는 도시 사람일 뿐 지역 주민과 함께 하려는 기본자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구원이란 선물을 자신들이 주는 것처럼 오만하게 구는 것 같았다면 나의 까칠한 성격 탓인지 모르겠다. 더운데 고생하는 이웃들에게 ‘목이라도 좀 축이시라’며 덕담만 던지고 가도 될 텐데 ‘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는 말을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농민들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않는, 땀 흘려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다가 가려는 기본이 안 된 오만의 극치를 느낀다. 저렇게 불쑥 한 마디 던지면 선교가 되고 전도가 되는 줄 착각한다. 정말 시건 머리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짓이다. 어느 음료수 광고처럼 2프로 부족한 게 아니라 25~30프로 과해서 탈이다. 들에 나올 때는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모자라도 쓰면 좋으련만 구원 못 시켜 안달이 난 목사의 직업병이 그대로 드러났다.
큰 교회의 좋은 자리가 있으면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산골의 교회이지만 있는 동안이라도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지 안타깝고 속도 상한다. 교인도 몇 명 없는데 승합차에 승용차까지 굴린다. 그 돈은 한 겨울 추위와 삼복더위도 마다하지 않고 땀 흘린 교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란 걸 아는지 의문이다. 조그만 텃밭이라도 일구면서 채소와 양념은 자급자족 하면서 살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아침저녁으로 밭에서 갓 딴 싱싱한 채소로 밥 먹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뙤약볕에 땀방울 흘려 보면 농사짓는 교인들의 헌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은 알 수 있을 텐데 그런 목사 부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비신자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데 선교가 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가뭄이 심해 물을 주느라 새벽부터 들에 나가는 농민들이 왜 교회를 멀리하는지 알려하지 않는 한 외로운 섬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인사라도 받는 목사를 봤으면 좋겠다.
첫댓글 어찌 시골동네 교회뿐이리이까...도시교회는 더하지요..해외 선교지는 어떻구요...먹을게 없어 굶어가는 극빈국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찬양가르치고 사영리 예수영접시키고 먹을거 나눠주는...
옛날시골교외는 그러지 않았는데...목사님과 같이 밭에서 일하고..새참먹고...농사지은것 서로 나눠먹고..그때 울 교회 나이드신 전도사님..난닝구바람에 밭에서 일하시던 모습이 그립네요..그래서일까요..동네 교회안다니는 어르신들도 다들 한 식구처럼 터놓고 지냈지요..
큰교회일수록 더 심합니다. 시골교회 중에서도 어느정도 큰 교회도 그런게 있고요. 전 그런거 많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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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에 성역은 업습니다. 비방이나 비난과 구분 하셨으면 좋겠군요. 비판은 누구를 향해서라도 얼마던지 해야 하는 게 의무 아닌가요?
저런 사람들은 더 성숙한 지도자 되기 어렵습니다.
그런얘기 이젠..그만하시지..지도자는 무슨..
가슴아픈일들은 서로가 따끔하게 일러줘야 합니다. 댁은 마치 거룩한 사람같이 행세하는데, 그래서 전도 가 안되고 예수의 얼굴을 가리는사람이 많아진다는걸 염두게 두고 삽시다..
비판하기전 하나님이 어떻게 보실까 생각했으면 합니다. 온전할수 없는것이 나.나나 입니다.
이제 우리 한국도 유럽의 기독교가 되어가고 있는거 같군요....비 신앙인이 문제가 아니라 신앙인(거룩하다고 거들대는 )이 문제 인것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