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또 그렇게 저물어갑니다. 회사 송별식을 자장면으로 시시하게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참석하지 말걸 후회막급입니다. 저는 28일 완전체
육 남매가 모여서 특별한 송별식을 했으니 서운할 것도 없습니다. 여수 사는 큰
누나 픽업을 제가 해주면서 누나에게 무슨 선물이 가장 받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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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찌 백을 받고 싶다고 합디다. 제가 형편이 어지간하면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제 월급 3달분을 한 푼도 안 빼고 사야 하니 안타깝지만 나중으로 미뤄야겠네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GUCCI의 부활 스토리는 최근 몇 년간 동종업계 최고 이슈
이었다고 합디다. 2012년부터 심각한 매출 정체와 영업이익 급감에 시달린 구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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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을 테지요. 2030이 큰 손으로 떠오른 명품
시장에서 'C'자 2개가 엇갈린 로고를 고수하던 구 찌는 말 그대로 한물간 브랜드에 불과
했습니다. 그랬던 구 찌가 2015년 새로운 C E O마르코 비지리가 들어오면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합니다. 놈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무명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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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디자이너 임명입니다. 다들 “구 찌가 미쳤다”고 했죠. 밀레니얼 세대(Z세대)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합니다. ‘뒤바뀐’ 리버스 멘토링에서는
시니어가 주니어를 멘토로 삼아 배웁니다. 젊은 직원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되면서
모피 사용 금지, 중성적인 디자인 등 이전엔 상상조차 못했던 결과물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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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Y, GUCCIFY등으로 로고를 변형 하는가 하면 남성복에 리본과 레이스를 달기도
했고요, 온라인 한정판을 강화하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협업에 도전했습니다.
인 스타 그램에 어울리도록 매장을 꾸민 것은 물론입니다. 2030은 ‘새로운 구 찌’에
열광했고 2018년 구 찌 전체 매출의 62%를 35세 이하 밀레니얼 세대 고객이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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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구 찌 마니아인데 다 어디로 가버리고 가지고 있는 구 찌 제품은 니트2장, 반지갑,
신발 1개가 남아있습니다. 실은 잠자리 문양 있는 신발이 갖고 싶긴 합니다만 속없다고
할까봐 누구한테도 내색은 안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구 찌 신상 신고 싶다고.
2019.12.31.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