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슬픔을 꺼내 든 이유
김 지 명
깃털이 떨어져 있다 밤의 겨를이 떨어져 있다 잉크 찍어 편지 쓰던 깃털이 모자 쓴 추장이 되는 깃털이 떨어져 있다 빛이 떨어지자 어둠이 두루마리로 감겨 겹을 더한 겹 속 내용증명에는 파란 눈의 살쾡이가 야행성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수목원에서 울던 새들은 내일에 쓸 필터를 교체하러 둥지로 가고 나무는 떨어지는 고요로 천 개의 이파리 눈을 닦고 있었을 게다 어둠은 소박해 누구에게나 도착하고 누구에게나 도착하지 않을지 모른다 조등 같은 모과가 간신히 어둠을 말릴 뿐 잠에 빠진 세상에는 곁이 없다 모과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깃털 하나 깃털 둘의 묘비가 안녕 안녕 떨어져 있다 나무는 새가 반려한 깃털에 대해 어젯밤 아르고스의 눈을 반환한 기억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총 가진 야생이 새를 몰고 갔다 처참이 팔딱거릴 새가슴 볼 겨를도 없이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1.06.11. -
△ 김지명 시인
- 서울 출생
- 2013년《매일신문》신춘문예 당선
- 시집 '쇼펜하우어 필경사', '다들 컹컹 웃음을 짖었다'
- 계간〈문예바다〉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