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비닐하우스 짓기
서천에서 주말 농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5~6평쯤 되는 비닐하우스가 한 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하우스 한 동을 지으려면
추정비용이 50~100만원정도 드는 것으로 계산이 되어 필요성이 아주 절실하다면 모르되,
시방은 없으므로 좀 아쉽다는 정도만으로는 선뜻 지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아쉬움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 법이라서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지을 수 있을까 궁리하던 차에
처갓집 소유의 산에는 내가 생각하는 정도의 하우스 크기는 지을만한 수량의 대나무가
넉넉히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하우스 뼈대를 돈 많이 드는 철제 파이프가 아닌 이것을 이용하면 되겠다 싶어
굴려 본 신 모의 잔머리였다.
마침 궁하면 통한다던가!
처가의 뒷집 옆 산에도 대나무가 많이 있는데 이 집에서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나무를 모조리 베어내고 대나무 뿌리를 뽑아내는 포클레인 공사를 한다는 소식을
큰 처남으로부터 전해 듣고 처남에게 베어낸 대나무를 모조리 모아 두라고 부탁을 했다.
집에서 좀 떨어진 산에 가서 대나무를 베어 올 필요 없이
근처에서 공짜로 얻어다 쓰는 행운이 따른 것이다.
쓸 만한 것들로 골라서 다듬은 대나무가 대략 100여개로 길이는 대략 3.5~4m 정도는 되었다.
요즘은 대나무로 하우스를 짓는 일은 잘 없지만
비닐하우스 도입 초기에는 하우스 뼈대는 거의 대나무로 지었던 것으로 안다.
철제 파이프보다 하중에 견디는 물리적 힘은 약하지만 탄력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겨울철 바람 불고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는 눈 오고 바람이 불면
하우스 동 전체가 흔들려서 눈이 떨어지기 때문에
눈 무게로 하우스가 찌부러지는 경우가 덜 하다고 한다.
하우스를 짓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맨 처음에 처갓집 텃밭에 줄자를 써서 폭 3m 길이 10m의 크기로 표시 말뚝을 박았으나
그 위치가 우사 바로 앞이어서 바람을 막아
여름에는 처가 작은집 소가 숨도 제대로 못 쉴까봐
위치를 바람이 통할 정도로 앞으로 옮겨야 했고
그런 지형에 맞추다 보니 길이가 3m는 짧아져,
폭 3.2m 길이 7m로 하우스 바닥면적 크기를 다시 잡고 표시 말뚝만 박고
그 날 작업은 그것으로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두 번째 작업은 대나무 하우스 짓기는 소시 적에 구경은 했지만
어떻게 짓는지는 잘 몰라서 인터넷을 뒤져 보았지만
몇 개의 대나무로 지은 하우스 동을 보여주는 사진은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짓는 순서와 방법 주의할 점 등을 소상하게 알려주는 정보는 없었다.
그나마 얻은 정보라면 대나무 하우스를 지을 때 대나무는 생각보다 잘 부러지고,
구부릴 때 탄력도 상당하며,
하우스 천정이 일정한 높이로 수평을 이루기가 어려우므로 작업에 주의해야 한다는 정보였다.
하지만 방법론 즉 해결책은 소개하지 않았으므로
순전히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내가 궁리하여 답을 찾아야만 했고
수일간 이리저리 궁리한 결과
대략 아래와 같은 순서와 작업방법으로 하우스를 지어야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실제로 그렇게 작업을 했다. 그런대로 큰 문제는 없었다.
좀처럼 대나무 하우스를 지을 일들은 없으시겠지만
행여 대나무 하우스를 지을 일이 생기면 참고해 보라는 의미로 두서없이 적어 볼까 한다.
1.
하우스 본체 좌우 뼈대작업은 좌측과 우측에 대나무를 세우되
그 간격을 50cm로 하여 총 16개를 세워 좌우 총 3개의 대나무를 사용한다.
대나무를 세우는 방법은 50cm 간격으로 표시된 땅에 쇠말뚝을 50cm 깊이로 박은 다음
사방으로 살살 흔들어 빼내고 쇠말뚝을 빼낸 구멍자리에
쇠말뚝보다 굵은 쇠파이프를 다시 박아서 다시 살살 흔들어 빼내어
그 구멍자리에 대나무를 밀어서 50cm 깊이로 세운다.
이렇게 좌우측에 총 32의 대나무를 박는다.
아래 <사진1>은 대나무 하우스를 지을 때
실제 사용했던 철근으로 끝을 뾰족하게 만든 쇠말뚝이고
<사진2>는 쇠말뚝으로 땅에 박은 구멍자리에
대나무가 잘 들어가도록 구멍을 넓히기 위한 용도로 쓰인 쇠 파이프이다.
끝을 납작하게 두들겨서 구멍자리에 박으면 잘 들어가도록 했으며
빼낼 때 살살 비틀면서 빼면 구멍이 더 넓어져 그 구멍에 대나무가 땅에 잘 박히도록 했다.
<사진3>은 좌우 하우스 본체 좌우 뼈대 작업이 완성된 모습이다.
완성된 모습 뒤로 대나무가 있었던 처가 뒷집 옆 산이
포클레인으로 평탄 작업을 하여 속살을 누렇게 드러내 좀은 삭막하게 보인다.
<사진1>
<사진2>
<사진3>
2.
하우스 본체 좌우 대나무 뼈대를 땅에다 모두 박고 나면,
이들이 일렬로 나란히 평행이 되도록 대나무로 묶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편의상 이 용도의 대나무를 본체 옆 뼈대라고 하자.
나는 좌우에 옆 뼈대를 3개씩 사용하여 총 6개를 사용했으며
맨 처음의 옆 뼈대는 위에서부터 묶었는데
높이는 좌우측을 똑같게 지상에서 160cm높이로 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맨 위 옆 뼈대는 나중에 좌우측에서 마주보도록 세운 대나무를
중앙으로 당겨 묶어야 하는데 꺾여 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단히 묶어야 한다.
여기에서 아래 <사진4>와 <사진5>처럼 밑으로 내려가면서
50cm 간격으로 평행되게 2줄을 더 묶어 단단하게 고정이 되도록 했다.
고정용 끈은 일차적으로는 부드러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배추나 시금치 파 등을 묶는 종이로 코팅이 된 농사용 채소단인
끈 길이 60cm를 사용하여 초벌로 묶고
그 위에 다시 pvc로 코팅된 전선이나 철사로 단단하게 묶었다.
가장 이상적인 묶음 끈은 pvc로 코팅된 전선일 것 같다.
소위 반생이 철사라고 불리는
불에 구워 부드럽고 질긴 철사가 좋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하우스 안은 바닥습기의 증발로 인하여 물방울이 잘 맺혀 철사는 부식되기가 쉽다.
그런고로 pvc로 코팅된 전선은 부드러워서 작업하기도 좋고 녹슬 염려도 없다
다만 비싼 게 흠이다. 헌집에서 나온 pvc로 코팅된 전선으로 일부를 묶었다.
<사진4>
<사진5>
3.
대나무 하우스 본체 옆 뼈대를 좌우측에 3개씩 묶고 나면,
마주보도록 세운 대나무를 중앙으로 당겨 묶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대나무의 탄력성이 생각보다 상당히 크기 때문에
작업부분이 높으므로 올라서는 발판이 넘어지지 않게 안정된 자세에서 작업을 해야 하며,
또 한 사람은 <사진6>와 같은 갈고리로
마주 보는 좌우측 대나무를 당겨주어야 발판 위에서 대나무를 묶어 줄 수 있다.
나는 대나무와 강철로 급조를 하여 썼다.
묶어 줄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하우스의 양 끝단 및 중간에 적당한 간격으로
같은 높이와 형태로 먼저 몇 곳을 잘 묶어 이어 준 다음에
<사진7>의 하우스 본체 상부 뼈대 3개중 중간부분(용마루) 뼈대를 이어주고 나서
이 중앙 뼈대를 중심으로 나머지 마주보는 좌우 뼈대를 차례로 모두 묶어준다.
그런 다음 상부 뼈대 나머지를 적당한 간격으로 묶는다.
이렇게 해야만 하우스 천정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수평이 잡히고 보기가 좋다.
이 작업을 하면서 대나무의 탄력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고
너무 강하게 당기거나 철사로 단단하게 틀어 묶는 바람에 묶음자리가 약해져
대나무를 7개나 부러뜨려 다시 박아야 하는 수고를 했다.
<사진6>
<사진7>
4.
하우스 본체의 뼈대가 모두 완성되면
<사진8>처럼 하우스 출입문을 양쪽에 만들고
뼈대를 만들 때 묶음 자리나 돌출 된 부분을 잘 살펴서
비닐을 씌울 때 찢어지지 않도록 천이나 비닐 따위로 잘 감아 준다.
나는 세로로 잘 찢어지는 포장용 비닐이 있어서 이것으로 넉넉하게 감아 주었다.
<사진8>
5.
대나무 비닐하우스 짓기 마지막 과정은 비닐 씌우기이다.
하우스용 비닐 폭 8m 길이 23m짜리를 구입했는데,
양 출입문 쪽을 감안하여 13m 길이로 잘라서 덮었다.
하우스용 비닐에는 자외선으로 비닐이 빨리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는
화학처리를 한 비닐 면이 하우스 밖으로 향하게 하도록 표시 문자가 있었지만,
깜박하여 비닐을 다 덮고 난 후에야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씌운 비닐을 뒤집어서 씌우는 작업을 다시 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우스 비닐 고정용 검정 끈으로 중간 중간 5곳을 묶어
바람에 펄럭이지 않도록 고정시켰다.
<사진9>는 완성된 대나무 하우스 외부 모습이고 <사진10>은 내부의 모습이다.
이 하우스를 짓는데 꼬박 2일 정도가 걸렸다. 완성일은 2014년 3월 8일이다.
들어간 비용은 비닐 120,000원, 채소단끈 12,000원, 비닐 고정용 검정끈 10,000원
철사 5,000원 총 147,000원이 들었다.
여기에다 인건비를 추가하면 얼마나 될까?
인건비는 2인이 2일 작업에 처남은 대나무를 다듬는 작업 1일을 더 했으니
만만찮은 비용일게다.
<사진9>
<사진10>
2014. 03. 26 정리 - 일섭
첫댓글 우리 신일섭부장님이 어렵게시리 대나무 기둥으로 만든 비닐하우스는 자연친화적인 재료로 사용하였다는데 점수를 줄 수 있으며 주변의 있던 재료를 최대의 효과를 냈다는 데 또한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은 수고로움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결과물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여 우리 친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도 추후에 비닐하우스를 만들경우에는 신부장님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야 되겠다. 하나 아쉬운 것은 대나무가 아무리 탄력이 있어서 눈이 와서 털어낸다는 전제조건이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것이 있을때 가능한 것이므로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데 눈이 많이 오면 눈의 무게로 내려 앉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에 내부의 각목이나 단단한 재료로 T자모형으로 중간 중간에 떠받히는 기둥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추가로 바람이 많이 불때는 출입문이 좌우로 있어도 들어온 바람이 바로 빠지지 못하면 눌러 덮은 비닐을 밀고나가 가끔씩 비닐이 나부끼는 현상들을 보곤 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상부의 두군데정도의 환기구를 양계장지붕처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환기구는 여름철이나 아니면 더울때 채소들이 너무 더워서 잘 자라지 못하고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매일 거주하지 않으면 매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100% 잘하면 농사꾼이라고 하지만 처음치곤 아주 잘 했습니다.
강원도면 모르되 충청도라 눈도 많이 오지 않고 잘 녹고하여 눈이 쌓여 찌부러져 무너지는 건 고려하지 아니했고 화식 세무사가 말하는 환기문제는 닭키우기 공부를 하면서 많이 들었던 예깁니다. 지은 하우스의 주 용도는 작물을 기르는 용도보다는 건조장의 용도로 지었는바, 건조장도 환기구 그것도 하우스 중앙부 위로 내어 주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공기의 흐름이 원할해야 잘 마르기 때문에 필요시에 개조를 하도록 염두에 두겠습니다.
@신일섭 기둥은 받치려고 염두에는 두었으나 하우스 길이도 짧고 대나무가 생각보다 단단하여 기둥을 받치면 내부가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데 좁아지고 작업하는데 거추장스러울까봐 생략했습니다그려. 엄청난 태풍이 불면 모를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겁니다.
@신일섭 하기야 기둥부분은 비닐하우스가 가로 3.2미터 세로 7미터만 되는 소형 비닐하우스의 경우에는 설치 안해도 되는 정도의 크기가 적은 것이라 폭설이 되지 아니한 크게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군요. 하여튼 비닐하우스 채소재배 농사도 추후 한번 올려 주시구랴...ㅎㅎㅎ
@화식 하우스에서 채소농사 해볼 계획은 없고, 지금 하우스에서 왕곰취 모종을 내고 있으니 시간나면 곰취 야그 한 번 할랍니다. 내가 모타리가 쪼만한 탓에 크고 많은 것이 조아 곰취모종 2520모를 지난 주에 내었으니 야그가 기대할만 할겁니다.
어릴적 농사지을때 대나무로 비닐하우스 하던것과 같구만...ㅋㅋ
어릴때 대나무 비닐하우스 지을 때 보조원 노릇이라도 해 봤소? 신기 웃담 몇 몇 집은 뒤안에 대나무가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걸 잘라 지었겠구려
우리뒷집과 신원식이집 뒤안에 대나무가 꽤 많이 있었네...ㅎ
@신천균 주평에는 대나무 있는 집 없었고 신기와 자라바우(별암) 몇 집에 있었는데 어릴 때 낚싯대 하고 하고 싶어 매끈한 넘으로 하나 자르고 싶어도 자르다 걸려서 혼찌검 날까바 자르지 못했네그려
농업을 전업으로 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재미있게 사는것 같아서 늘 보기가 좋습니다.
농업을 전업으로 한다? 아직 멀었어요. 하고 싶지도 않고 뭐든 다 그렇지만 농사도 제대로 하려면 힘들어요. 돈도 되지 않고 ㅋㅋㅋ 그냥 말 그대로 재미 삼아서 지금은..... 현실적으로 쩐도 쬐금 되고 힘도 그다지 부치지 않은 뭔가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요즘엔 만들어진 파이프로 조립만하면 멋지게 되는데...
사진을 유심히 보니 이건 정성으로 만들어진 정말 멋진 하우스이네... 신부장님의 농사짓는 기술은 삼황오제의 신농씨도 감탄하겠소... 대단하심..
삼황오제의 신농씨의 감탄이라 .... 너무 과찬이오.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기분은 무지 좋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