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에는 오랜 세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모든 남자 화장실에 똑같이 있는 문제다. 소변이 너무 많이 변기 밖으로 튄다.
1999년에 해결책이 나왔다. 공항 매니저가 남자 화장실 변기의 물 내려가는 구멍 바로 위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변기 앞에 선 사람들은 파리를 보는 즉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았다.
미국 법학 교수 캐스 선스타인과 미국 경제학 교수 리차드 탈러가 이 파리를 거대하게 키웠다. 아니 프로그램화했다. 그리고 '넛지(Nudge)라는 이름을 붙였다. 선스타인과 탈러는 넛지라고 제목을 붙인 그들의 책에서 남자 화장실 바닥이 소변으로 지저분해지는 빈도가 파리 덕분에 80% 낮아졌다고 썼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매니저가 그런 조사를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축구 골대나 다른 목표물이 그려진 남자 공중 화장실 변기도 등장했고, 미국의 한 대학은 라이벌 대학의 로고를 목표물로 선택하기도 했다.
작은 심리적 트릭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다. 이것을 자유로운 형태의 '부권적 간섭주의'( Paternalism : 아버지가 자식에게 간섭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사적인 행동을 규제하는 것을 가르킨다)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다. 그래서 고속도로 근처 마을 어귀에 거대한 골대를 세웠다. 그러자 대성공이었다. 골대가 운전자들의 게임 본능을 깨웠다. 운전자들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고 다음 골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청소업체는 골대 주변만 치우면 되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두 칸으로 분리된 담배꽁초 쓰레기통 겉면에 이런 질문을 적어두었다. "누가 더 뛰어난 축구 선수인가? 메시인가 아니면 호날두?" 메시에게 투표할 사람은 왼쪽 칸에, 호날두에게 투표할 사람은 오른쪽 칸에 담배꽁초를 버려야 한다. 상자는 투명 아크릴판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투표 결과는 담배 꽁초의 갯수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넛지!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슬쩍 밀기'라는 뜻이다. 작은 심리적 트릭을 이용해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한다. 직접적이고 강제적 주장은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부드러운 정책은 자기 결정권을 훼손하지 않는다. 그들은 원한다면 목표물을 조준하지 않고 소변을 봐도 되고, 쓰레기 나 담배꽁초를 길에 버려도 된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러지 않게 유도하는 것뿐이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장기기증의 사례가 넛지의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특별히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이 장기기증자다. 반면 독일에서는 필요한 증명서 함께 적극적으로 장기기증자로 등록해야 한다. 어느 나라의 장기기증자 수가 더 많을지 맞춰보라.
오스트리아는 원래 모든 국민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락해야 할 결정 방식을 살짝 바꿈으로써 장기기증자 수를 늘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정책 결정 이전에, 먼저 국민이 거절하지 않는 한 국가가 국민의 장기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철저히 높여왔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 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일 것이다.
넛지를 행복 지원정책에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일 소비를 권장하기 위해 마트 쇼핑카트에 '과일과 야채'라고 적힌 칸을 따로 마련해둘 수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넛지 아이디어는 전염성이 아주 높아서 미국, 영국, 덴마크의 모범에 따라, 2014년 독일 총리실도 심리학, 인류학, 행동경제학 전문자문위원 셋을 이른바 '넛지 유닛' 으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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