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만 10.6원/㎾h↑, 4000억 적자해소 예상
200조 부채엔 '언발에 오줌', 뼈깎는 구조조정 요구
부동산 침체기…자칫 자산 헐값매각 논란 가능성
무분별한 인력감축, 전력산업 경쟁력 해칠 수도
정부가 적자와 부채가 쌓이고 있는 한국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 전기요금만 인상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정부와 한전은 9일부터 전기를 대용량으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올해 말까지 4000억 원의 재무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3조 원 가까이 적자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9.20. 연합뉴스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와 한전의 설명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 한전은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한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 이행을 주문했다. 하지만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자구안 이행을 서두르다 보면 헐값 매각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 적자와 부채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하철과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대폭 오른 데다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서민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기료까지 올리면 국민 삶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있는 것도 전기료 인상을 결정하기 힘든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번 결정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인상액이 너무 적어 한전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정부 스스로 밝힌 올해 적정 전기요금 인상 폭은 ㎾h당 51.6원이었다. 그러나 1분기와 2분기를 합쳐 ㎾h당 21.1원 올리는 그쳤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올해 인상해야 하는 요금의 절반도 올리지 못한 것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h당 25.9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 인상 추이. 연합뉴스
지난해 산업용 전기를 이용하는 기업은 4만2000여곳으로 전체 사용처의 0.2% 수준에 불과했다. 사용처는 적지만 이들의 전력 사용량은 26만7719GWh에 달했다. 총사용량 54만7933GWh의 49%에 육박한다. 일부 중소기업은 이번 전기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전기 사용에서 산업용 비중은 절반이 훌쩍 넘는다.
재계는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기업 요금만 올린 것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만 두 차례 인상으로 기업 원가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만 추가로 올리는 것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작년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에 높은 인상률을 차등 적용한 결과 올해는 원가가 더 저렴한 산업용이 주택용을 역전한 상황까지 왔다”며 “우리 사회 전반의 에너지 효율이 개선될 수 있도록 원가주의에 입각한 가격체계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린 '핀셋' 인상이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에 부합되는지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2021년부터 급등한 연료비와 연동해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 기업들도 생산 원가가 크게 오르며 어려움을 겪었다. 전력회사와 함께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고통을 분담한 것이다.
우리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연료비가 천정부지로 올랐는데도 정부가 억지로 전기요금을 묶어둔 결과 모든 부담을 한전이 짊어지게 됐다. 한전은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50조 원이 넘는다. 부채도 올해 상반기 200조 원을 돌파했다.
한전은 재무 상태와 상관없이 전력 공급을 위해 기본 운영 비용과 시설 투자비를 써야 한다. 한전은 이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해왔다. 하지만 적자가 누적되며 한전법이 허용하는 채권 발행 한도를 넘어설 위기에 직면했다. 한 차례 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으나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한전채 잔액은 79조6000억 원이다. 대기업 전기요금을 올렸으나 인상 폭이 크지 않아 한전은 올해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자본금과 적립금에 따라 결정되는 한전채 발행 한도가 축소되며 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전 경영난의 근본 원인은 방면 경영이 아니다. 연료비가 급등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 압박으로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처럼 전기요금을 올렸다면 한국 기업들도 전기료 부담이 컸을 것이다. 특히 싼 값에 대용량 전기를 쓴 대기업이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큰 폭으로 인상해야 했다.
한국 기업들이 내는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업이 부담하는 평균 전기료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로 범위를 좁히면 전기요금 격차는 더 커진다. 정부도 “인상 대상이 된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커 부담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업들이 경영효율이나 에너지 효율을 높여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의 자구안. 연합뉴스
한전은 부채 축소를 위해 여러 차례 자구안을 내놨다. 그러나 섣부른 자산 매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급하다고 마구 자산을 처분하다 보면 전력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금은 수익이 없으나 조금 더 투자하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자산까지 매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자산을 처분해 나중에 헐값 매각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과도한 인력 감축도 전력산업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참에 한전의 방만 경영을 바로 잡을 필요는 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출처 : 대기업 전기료 핀셋인상…한전 자산 헐값 매각 위기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희망퇴직 실시 하네... 간부는 임금 인상분반납..이네..
자본 전체주의가 결국 모든걸 집어삼키고 빈곤한 이들의 등골까지 씹어먹으려고 달려드네 벼룩의 간까지 빼먹을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