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터미널은 포천시 동부에 위치한 조그마한 버스터미널이다.
비록 정식 승차장조차 없는 허름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이동면, 화현면까지 의존하는 포천시 동부의 핵심 교통시설이다.
이곳은 포천터미널과 비슷한 구조이면서도,
포천과는 너무나 다른 패턴으로 운영된다.
지리적으로 포천시내가 포함된 서부와 단절되어 있으며,
퇴계원-진접-내촌-일동-이동-와수리를 잇는 47번 국도가 메인 교통로이기 때문이다.
포천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동의 특징이 무엇이 있을까,
그 특징을 찾기 위해 일동이라는 세상에 입장해보기로 했다.

포천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온 곳은 일동이라는 동네다.
전곡에서부터 최전방 느낌이 어렴풋이 들긴 했지만,
일동에 오니 비로소 전방에 왔다는 사실이 제대로 실감 나기 시작했다.
오는 도중에 군데군데 보이는 부대 시설과, 동네 곳곳에 군인 관련 상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동이라는 동네는 포천의 흔한 면 단위 마을에 불과하지만,
이곳엔 포천과 같은 시기인 1972년부터 조그마한 버스터미널이 운영 중이다.
일동에 버스터미널이 일찌감치 생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군부대 덕분이다.
인근에는 5군단을 비롯하여 말할 수 없는 중요한 군 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그래서 일동터미널의 주 수요처는 인근에 복무하는 군인 및 면회객이고,
일동에 거주하는 주민의 상당수도 군인 가족 및 관련 종사자들이다.
이 때문에 최전방 마을들은 인구에 비해 상가가 많고 번잡한 편인데,
이곳도 마찬가지여서 PC방, 패스트푸드 등의 시설이 터미널 근처에 모여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을 분위기는 거의 그대로이지만 터미널은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단지 바람 정도만 피할 수 있었던 반밀폐형 칸막이 승차장이,
완전히 밀폐되어 추위와 더위, 비바람까지 피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되었다.
천장이 스무스한 곡선으로 지어져 한옥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일동터미널 구조는 포천과 상당히 비슷해서 주차장 및 정비 시설은 찾아볼 수 없고,
밀페형 승차장 외에는 조그마한 건물이 전부이다.
다만 포천의 경우 터미널 건물이 독립된 형태를 띠는 반면에,
일동은 주변 상가 사이에 있어 구분이 굉장히 어렵다.
10년 전에도 있었던 PC ZONE 및, 새로 생긴 MEGA COFFEE 옆에
매표소라고 적힌 조그만 문이 대합실 입구이다.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런 모습이 보인다.
10년 전 사진과 비교해도 옆의 상점만 바뀌었을 뿐 구조는 그대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표소 너머에는 화장실로 통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매표소와 화장실 사이에 의자 서너 개와 공중전화 한 대가 있기는 하나,
대합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내부가 너무 좁아 표를 사는 사람이 아니면 이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다시 돌아나갈 땐 이런 모습이 보인다.
매표소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아니면 낡고 오래된 상가 복도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가끔 단체로 휴가 및 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모여들 때면 잠시 북적이기도 한다.

입지 때문에 이곳 시간표는 타 지역에 비하면 간결한 편이지만,
옆 동네 포천과 비교하면 노선 수가 거의 비슷하다.
동서울 54회(5~30분 간격), 와수리 38회, 사창리 23회, 동송 6회,
안양-인천 6회, 수원 5회, 대전 2회가 매일 운행되고 있는데,
동서울-와수리 / 사창리를 오가는 시외버스가 이곳에 정차한다고 볼 수 있다.
와수리 / 사창리행 모두 강원고속이 운행하기 때문에 번호가 없는 것이 특징이며,
인천 / 수원 / 대전행까지 강원고속이 운행하여 사실상 한 회사가 노선을 독점하고 있다.

일동 시외버스의 특징은 번호 X / 강원고속 / 47번 국도 경유로 압축할 수 있다.
같은 포천시지만 포천터미널과 공유하는 노선은 수원행이 유일하다.
동서울행은 와수리 / 사창리 출발 노선이 겹쳐서 배차 간격이 굉장히 좋은 편이나,
막차가 20시 35분에 끊기기 때문에 오후 9시 이후에는 길 건너에서 이용해야 한다.
일동터미널 승차장이 서울 방면으로만 놓여 있고,
9시 이후에는 와수리 / 사창리행 노선만 운행되니 잘 모르면서도 당연한 사실일 테다.

일동터미널이 매표소와 승차장이 완전히 분리된 구조여서 그런지,
매표소 따로 승차장 따로 시간표를 붙여서 안내하고 있다.
어차피 그래봤자 시간표에 적힌 내용이 같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10년 전과 시간표를 비교해보니 동서울, 사창리행 횟수는 변함이 없지만,
와수리(41 → 38), 인천(7 → 6), 동송(10 → 6), 대전(5 → 2)행은 줄어들었고,
춘천(15 → 0), 의정부(7 → 0), 상봉(4 → 0), 전주(1 → 0), 공항리무진은 폐지되었다.
갈수록 입지가 줄어드는 시외버스의 여파가 여기도 어김없이 불어닥친 것 같다.

지역 특성상 모든 노선이 47번 국도를 빙 둘렀다 가기 때문에 요금은 거리에 비해 비싸다.
최근에 폐지된 지역은 스티커로 볼 수 없게 땜질이 되어 있는데,
그중 긴 표는 한때 1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했던 춘천행일 것이다.

매표소를 나와보니 바로 앞에는 승차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동서울행과 기타 노선 승차장을 구분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방향별로 승차장 위치가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10년 전에는 확실하게 구분해놓지 않고 버스가 오는 대로 행선지를 확인했었는데,
기초적이지만 조금씩 체계가 잡힌 것 같아 안심된다.

포천에서는 그냥 지나쳤던 승차장 안을 이번에는 한 번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외출 나온 군인 한 명과 주민 한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안에는 TV와 거울은 물론 시계, 공중전화, 에어컨, 열풍기까지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지나친 것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일동터미널은 포천 소속이면서도 시내와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고 했었다.
직접 둘러보니 이질적인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실제로 화현면, 이동면 주민들은 간단한 마실거리도 이곳에서 해결한다고 하니,
비단 교통수단에 국한되는 특징은 아닌 셈이다.
일동면이라는 포천 동부의 조그만 전방 마을은,
감히 또다른 포천의 관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댓글 포천터미널보다는 행선지 자체는 다양하게 구성된 모습입니다. 이 곳에 정차하는 노선들이 교통카드 사용은 가능한지요? 점차 교통카드와 모바일 티켓의 사용이 활성화된다면 오히려 매표소를 거칠 필요가 없어져서 승객 동선은 더 개선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같은 포천인데도 먼저 올려주신 포천터미널과 일동은 주요 운수업체부터 모든 것들이 다 다른 모습인데 이런 경우도 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동서울행은 가능하고 나머지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교통카드가 보편화되면서 매표소가 설자리를 잃는 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안타까운 면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영종 여객도 일동 이동을 경유했죠.
선진이 인수한 뒤로 일동은 진흥 강원의 직속 터미널아 됐죠
그리고 사실 포천보다 노선이나 회쑤가 많죠.
또한 자주 있구요.
바로 옆 포천은 경기고속이 주류인데 일동은 강원/진흥의 주력 터미널이 되고,
노선 및 횟수가 많은 것이 신기하고 흥미로운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