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년 7 월 3 일 목요일 오락가락 맑음
고마우신 서리태님 덕분에
아빠는 구컴에서 댓글을 다시고
저는 신컴에서 사진올리고 일기를 쓰는 쌍방향 플레이로
오늘의 일기는 언제나 수고가 많으신 아빠대신
풀천지 재홍 버젼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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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천지에 새로운 야생동물 식구가 생기게 되었네요.
집 주위 이곳저곳 쥐를 잡기 위해 설치해 놓은 이동식 쥐덫에
쥐도 잡히지만 가끔 비둘기나 작은 새 같은 야생동물이 잡히기도 하는데
이번엔 너구리가 한마리 걸려들었더군요.
전에도 몇번 너구리를 잡았지만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하고
키우고 싶지 않을 만큼 엉성하게 생겨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잡힌 너구리는
제법 생김새가 수려한 편이고
무엇보다 활기가 넘쳐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세 남정네들이 잠시 관찰한 결과
시간이 아깝다는 엄마의 비웃음을 뒤로한채
키울만 하겠다는 합의를 보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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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나무 옆 비어있는 개집 앞에 설치해 놓은 덫에
다리 한쪽만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지만
어리고 작은 몸뚱이로는 힘에 부쳤나 봅니다.
뒹굴고 물어뜯고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은 도망가지 못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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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꼭 목덜미를 쓰다듬자
순종하고 나른해 하는 한가한 모습 같지만
살짝만 건드려도 발휘되는 야생의 본능을 볼수가 있었습니다.
너구리의 유명한 특기는 ' 죽은척 ' 인데
건드리는 것도 물론이고
사람이 본다는 것만 감지해도 바로 죽은척으로 들어가네요...^^
작년에 풀천지 밀밭 멧돼지 목욕사건 때문에
사냥꾼 아저씨들이 멧돼지 사냥을 위해 끌고온 사냥개 들이
한번은 다리목 앞에서 큰 너구리를 잘근잘근 사냥한 적이 있었는데
너구리는 즉시 죽은척에 들어갔고
개들이 잠시 멈추면 도망가려다 물어 뜯기면 다시 죽은 척을하고
도망가려다 다시 죽은척 하고를 반복하다가
개들이 잠시 물마시러 간 사이에 금방 없어져 버린 모습을 직접 본 형의 이야기를
너구리의 목줄을 다는 내내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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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런일에 전문가 처럼 행세를 하는 형이
예전에 바람이가 어릴때 쓰던 작은 목줄을
더 작은 너구리가 쓸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네요.
본능에 충실한 너구리는 사바세계 번뇌해탈 일보직전 수도승처럼
더욱 자연을 닮아가는 용맹정진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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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가 생긴 모습이나 좋아하는 음식이나
개와 거의 똑같은데
집을 지킬수 있는 수문장 역할도 할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드라마 대왕 세종에 나오는 귀화한 일본 첩자 평도전처럼
다른 너구리들이 쳐들어 왔을때 의연히 쫓아 낼수 있으면 좋겠지만
너구리가 한번 싸우기 시작하면
마을을 뒤집을듯이 요란하게 싸우니
그저 풀천지 식구들 보고 혓바닥 내밀고 꼬리만 잘 흔들어 주어도
대 만족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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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년마다 가장 기세가 왕성한 아빠 하우스의 웅장한 고추들 입니다.
아시다시피 가족들 마다 하우스가 한동씩 있는데
희안하게도 각 하우스들이 하우스 주인의 성품을 많이 닮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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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하우스는 작물의 기세가 제일 좋은 만큼
풀도 가장 많이, 가장 빨리 나지요.
아빠를 닮아서 가장 힘이 넘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아빠 말씀에 의하면
" 늙은이 수염이 삐죽삐죽 빨리 나는것과 같다 " 고 하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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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심은 참깨가 거의 싹이 나지 않아
나중 것은 골에다가 뿌리고 물을 잘 주었더니 일제히 싹이 올라온 덕분에
참깨싹의 크기가 들쭉날쭉 하네요.
이번 설에는 직접 농사지은 참깨로 만든 강정을 맛볼수 있을지...
올해는 꼭 참깨 농사의 대박을 꿈꾸어 봅니다...^^
가장 풀을 잘 매시는 엄마께서
제대로 앉을 수도 없고 배게난 참깨들을 속아가면서 매야하기에
풀매는 일중에 이 참깨밭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시네요.
풀을 맬 때마다 워낙 작업량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풀을 맬 때마다 엄마 앞에선 웬지 죄인이 되는 심정입니다...^^
저만치 앞서가 풀매기를 시작하지만
어느새 등 뒤에서 들려오는 공포의 호밋소리...
" 서걱서걱... 재홍 ~ 아, 엄마 여깄~다 ~ 서걱서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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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년마다 농사가 기가 막히게 잘 되는 아빠하우스 옆 밭의 고추 입니다.
늘 거름이 듬뿍 들어가서인지 옛날에 풀을 잡아본다고
왕창 넣어 주었던 왕겨가 힘을 발휘하는 것인지
아빠 하우스랑 경쟁 하듯 크고 있네요.
재작년 겨울 2 층 카페를 지을때 차로 다져놓지만 않았어도 더 잘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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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기에 걸려 쉬는 사이
가족들이 먼저 사그라든 마늘을 캐낸 흔적이군요...
서리태님 덕분에 좋은 컴퓨터가 생겼는데
보너스로 하루 병가까지 얻게 되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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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시원한 양파와
정말 맛있는 풀천지 마늘입니다...^^
옛날에 서울서 자연식을 하던 초창기에
몸에 좋은걸 엄청 좋아하는 형이
마늘이 몸에 최고 좋다는 책 내용에 반해
보통 먹게 되는 독한 마늘을
된장이나 밥도 없이 날걸로 으적으적 씹어먹다가
각혈하듯 토해내며 눈물을 흘리는걸 보고 참으로 안타까워했는데 ^^
땅이 살아난 풀천지의 마늘은 맛이 워낙 부드러워
아무것도 없이 생으로 먹어도 괜찮더군요...
아빠께서 풀천지의 자존심이라 자랑하실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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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주 좋아하는 살구가
노오란 모습을 지나 빠알갛게 익으며 농익은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요즘 날씨가 계속 흐려 단맛이 덜한게 안타깝네요.
햇볕이 이틀정도만 바짝 나주면
정말 달콤한 행복이 될텐데...
신선한 살구도 맛있지만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갔다가
수덕사인지 어딘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절로 가는길 펼쳐져있는 시장길에
가게와 노점상 곳곳에서
하도 여기저기 파는곳이 많아서 사게 된
말린 살구의 맛도 기가 막혔지요.
그 뒤로 말린 살구를 먹어 보지 못했지만
올해는 살구가 잔뜩 열렸으니
꼭 한번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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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곳 풀을 잘매는 형이
얼마 남지 않은 콩밭을 매러 갔다가
밤새 내린 비로 질척거리는 땅에
다른곳의 풀을 매기 위해 귀환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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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밭의 풀을 싹 매주었으니
이제 풀과의 싸움은 작물들의 몫이 되었네요.
쑥쑥 자라서 땅을 덮어 작물의 힘만으로 풀을 제압하면
지금도 편한 풀천지 농사짓기가 정말 편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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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기대가 되는 유기농 사과와 꽃사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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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죽어버린 복분자가 흉흉한 분위기를 딛고
남은 나무들이라도 주렁주렁 열매를 맺으니 정말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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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년마다 복분자 한 송이 전체가 까맣게 잘 익은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지만
가운데 윗부분이 먼저 익으니
딸 때 한꺼번에 안 딸수 없기 때문에
옥의 티처럼 늘 비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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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 도라지를 캐오라는 아빠의 특명을 받고
오후 한시쯤 도라지 산행을 시작 했는데
참 기가 막힌 날이었습니다.
몇달전에 도라지와 이런저런 약초를 캐러 산에 올랐을 때는
도라지를 거의 못찾아
몇뿌리 못하고 내려왔던 터라
이번에도 못찾으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참 운이 좋은 날이었지요.
어제 촉촉히 내린 비로 땅이 부드러워
도라지 캐내기가 아주 수월했고
도라지줄기가 쭉 올라와 있어 찾기가 쉽기도 했지만
오늘따라 눈에 뵈는것이 전부 도라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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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잔대가 많아 마을에서 잔대밭골로 통하는 풀천지라
평소 같으면 도라지와 비슷한 잔대 싹 사이만 헤매이고 있을텐데
오히려 잔대는 거의 보이지 않고
매끈한 도라지들만 날창날창한 몸짓으로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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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산에 가서인가 신고식도 치르고 왔네요.
첫 도라지 마수걸이를 하는데
갑자기 눈알이 따끔하더니 온몸이 따끔거리기 시작하여 기겁을 하고보니
불개미떼가 제 몸에다 자일을 꽂아가며 절벽 등반을 하고 있더군요...^^
불개미떼와 살무사와 꽃뱀을 쫓아가며
열심히 산을 헤매고 내려오니
평소 늘 산에서 늦게 내려오는 편인데
오랫만에 시간도 딱 알맞았구요...^^
집에 와서 무게를 달아보니 생각보다 적게 나갔지만
그래도 약초를 캐는 충족감에 참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하하하... 미안하다고해야하나... 아님 내 덕분이라고해야하나.. 하튼 여러사람 감기 옮기고 다녔다는 결론이 나오네요...ㅎㅎㅎ
담에 또 감기 걸리면 잎새한테 나눔하지 마시고 저 한테 몰빵으로 밀어주세요. 저는 하루면 물리칠 수 있는데 잎새는 아직도 목소리에 쇳소리만 냅니다....ㅎ
눈물 겨운 사랑으로 ~ 감기 몰빵 까지 ~ 아이고... 못말려...^^
개가 야생 너구리에 물리면 광견병이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너구리에 물려도 광견 병이 걸린답니다 심사숙고 하시고 가축병원서 광견병 약을 사다가 너구리에 놓아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염려해 주시니 든든하군요... 너구리는 자신에게 조금만 위험한 상황으로 판단되면 바로 죽은척 하는 교활한 녀석이지요...^^ 이번 너구리 새끼는 흉물스런 다른 너구리와 달리 유난히 활발하고 귀여운 모습에 큰애가 재미를 내어 본것이지요...^^ 풀찐드기도 많고 광견병의 매개체라 오래 기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염려해 주신대로 빠른 시일내에 처리 될것입니다.고맙습니다.
유기농![사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8.gif)
와 ![꽃](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7.gif)
![사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8.gif)
설명이 ![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리기 전 풀천지모습에서 접할 때 저게 뭐냐고 묻는 이에게 호두라며 가르쳐줬는데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에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부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6.gif)
러워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에고 ~ 귀여워라 ~ 미인의 특권이지요 ~ 백치미 라던가요 ~^^
호두 아니었나요..?? ^^
너구리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저 능청쯤으로 여기는 제가 삭막한 건가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아니요 ~ 잔인한 거지요...^^ 설마 삐지시진 않겠지요 ? ...^^
재홍님 일기 또한 맛갈나네요..ㅎㅎ 저 너구리는 복 받았네요...^^
오랫만에 한번 써보라 했더니 꽤 끙끙대며 고생좀 했답니다... 너구리는 아쉽게도 잘 길러보려는 큰애의 성의를 외면하고 3 일 만에 죽고 말았답니다... 야생과의 만남은 늘 짧은 이별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