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0여분 뒤.
은회색 머리의 남자는 손을 툭툭 털면서 정민에게 다가왔다.
씩하고 웃는 모습이 어느 영화배우 못지 않았다.
“기다리느라 수고했군. 자 그럼 우린 우리대로 한판 붙어야 하지 않겠…”
“잠깐 따라와줘!”
“어-엉? 야- 뭐-뭐야?!”
정민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10여분간 그를 지켜보면서 생각한 것이 우선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딱히 눈에 뛰는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을 은성이라 착각한 남자의 오해도 풀어주는게 좋을 듯 싶었다.
‘아니지 아냐…. 그랬다가 저번에 하루처럼 인질로 쓰면 어째.’
얼마전의 일이 떠올랐는지 조금전의 계획은 싸그리 취소해야만 했다.
‘그럼 어쩔까?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해버려? 세상엔 똑 닮은 사람이 셋이나 있다고 하니까….
아 그러기엔 우린 너무 닮았나?’
고로 이 계획도 취소.
‘아무래도 둘이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거 같으니까, 내가 풀어줘야 겠어!’
아무래도 이 방법이 제일 좋을거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정민은 무작정 하람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저녁시간까진 앞으로 4시간 정도가 남았으니 그 전에 모든걸 해결해야만 했다.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이냐.”
“아 마침 아까 주문한 재료들이 도착했네.”
“야 유은성.”
“뭐하는거예요. 아니 뭐하는거야 어서 들어오지 않고.”
“…….”
얼빠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보며 정민은 생긋하고 예쁘게 웃었다.
웃는낯짝에 침 못뱉는다고.
되도록이면 웃는 모습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은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마의 미소’를 흉내내볼 참이었다.
말투를 따라하는건 그리 어렵지않았다.
그 전의 전례가 있었으니.
“자 먹어.”
커다란 봉지를 낑낑거리면서 집안을 가지고 온 정민은, 그 뒤로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어
식탁에 내려놓았다.
먹으라고 친절하게 숟가락까지 건네줬건만, 하람은 마치 지뢰라도 발견한것마냥 의심스러운 눈으로
밥을 쿡쿡 찔러보았다.
“이건 뭐냐.”
“보면 몰라? 음식이잖아.”
“최후의 만찬이라는거냐?”
“…쿨럭.”
너무나도 진지한 대사였는지 정민은 먹은것도 없는데 사례에 걸리고 말았다.
“난 지금 니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도무지 짐작을 할수가 없다.”
하람은 그런 정민을 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평소때처럼 여유있게 웃어보이려고 해도 수상해서 도무지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얼떨결에 집에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도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갑자기 밥은 왠말인가?
“우선 먹어. …먹으면서 얘기하자.”
“…한가하게 식사나 하려고 온건 아닌데 말야.”
“어서 먹어.”
“설마 독을 탄건 아니겠지?”
“의심도 많아… 정 그러면 내가 먼저 먹어볼게.”
하람은 정민을 뚫어져라 보더니만, 그의 밥그릇과 자신의 밥 그릇을 바꿔버렸다.
…정말 끝까지 의심도 많았더랬다.
“(우물우물)근데 너 의외다. 음식같은거 전혀 못 해서, 맨날 여자얘들이 해주고 갔잖아.”
“아- 으,응. 형 한테 배웠지.”
“형? 너 형도 있었냐?”
“몰랐나보네. 나 형 만나러 여기까지 온 거잖아.”
“아하! 그럼 그렇지. 내가 기필코 기다리란 말을 잊어서가 아니구나?”
뭔진 모르겠다만 정민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밥을 먹으면서 분위기가 많이 화기애애해진것 같았다.
처음에는 죽일듯이 노려보더니만.
정민은 내심 뿌듯하다고 생각하며 하람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이제서야 얘기하는거지만, 그는 굉장히 잘생긴 얼굴의 미남자였다.
우유처럼 뽀샤시한 피부와 오똑한 콧날.
약간은 날카로운 눈매긴 하지만 웃을때면 부드럽게 휘어서 굉장히 보기 좋았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라 정민이 좋아하는 타입과 가까웠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새삼 싸우고싶어졌냐?”
입만 열면 탁 깨는 듯 싶지만.
“아냐! 그건 아니야.”
“그럼 왜?”
“잘생겨서.”
턱을 괴고 웃어보이자 그는 새빨간 얼굴로 헛기침을 하면서 “나,나도 알아.”라고 말했다.
그 모습이 의외로 귀여워서 정민은 푸훗 하고 웃어버렸다.
“…아. 크흠 흠.”
곧 매서우리만큼 차가운 눈초리가 느껴져서 멈춰야했지만.
그래도 간만에 타인앞에서 웃음이 튀어나와서 기분이 색달랐다.
은성과 사이좋게 지내게 할수도 있고, 마음껏 웃을수도 있고….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것 같았다.
“이하람이라고 했지?”
“내 이름 기억하고는 있었군.”
“응. 아무튼 그동안의 일은 사과할게. 정말 미안하게 됐어.”
“그래… 응?”
“…와! 그럼 이걸로 화해…. 아 크흠흠. 이제 싸움은 할 필요가 없군.”
“아니 잠깐! 이-이거 뭔가 이상해.”
두 손을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정민을 보며 하람은 혼란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방금 뭔가를 잘 못 들은거 같은데.
“뭐가?”
“너 방금 나한테 뭐라고 했냐?”
“뭐가? - 라고 했는데.”
“아씨! 그거 말고 그 전 전에!”
하람이 짜증스럽다는 듯 말하자 정민은 ‘아아-’하고 무릎을 탁 쳤다.
“미안하다는거?”
“그-그래 그거!!”
하람은 그게 말이되냐며 반박했다.
은성이 사과를 한것이 믿겨지지 않는것은 둘째치고,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화가 나는 일이었다.
그간 자신이 당한게 얼만데, 겨우 사과 한 마디로 이 모든것을 종결지으려 한단 말인가.
양심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수가! 네놈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이 가증스러운 것!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거 같으면 이 세상에 법이 왜 있고 경찰이 왜 있냐!?”
“그치만 사과 받아줬잖아.”
“그거야… 얼-!”
“얼떨결에 받아줬다는 바보같은 말은 아니겠지? 설마하니 한국말을 못 알아들었을리도 없고말야.”
“…….”
피식하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자 하람은 그 나름대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왠지 여기서 어떨결에 받아줬다는 말을 했다간 얼간이가 되어버릴법한 상황이었다.
유은성에게 얼간이 취급을 받는건 광주에 있을때만 해도 충분했다.
해서 하람은 되물리란 말도 차마 못 하고 가슴만 팡팡 쳤다.
“으윽, 씨발 속터져!!”
“왜 소화가 안 된거야? 물 갖다줄까?”
“지금 누구 염장 지르냐?!”
“…물이 싫으면 탄산음료도 있는데.”
하람의 눈이 살인적으로 빛나자, 정민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하루일당에게 하도 시달려서 그런지 왠만한 눈초리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정겹기까지 했다.
“화내지마- 넌 웃는게 더 멋있는걸.”
“…….”
“아 초콜릿 있는데 먹을래?”
정민의 다정한 눈동자와 마주친 하람은 잠시 정신을 놓아버렸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웃음이 심장을 박차게 했다.
-쿵쾅쿵쾅쿵쾅
‘시발, 저 새끼가 원래 저렇게 예뻤나?’
유은성이 남자 답지 않게 예쁘장하게 생긴건 일치감치 알고 있었다지만, 뿜어내는 포스가 남 달랐기에 차마 그런 되먹지도 못한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왜 그래?”
“(흠칫)”
정민이 손을 들어올려 하람의 이마에 갖다대었다.
그리고는 “열은 없는데…얼굴은 빨갛네.”하고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떠,떨어져! 방심한 순간에 뭔 짓을 하려고!”
“걱정마. 우린 화해했잖아~”
“누가! 그…”
“설마 남자가 한 입가지고 두 말 할 거야?”
“……이런 씨.”
하람은 낮게 욕을 읊조리곤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남은 음식을 다 먹기위해 마저 숟가락 집었다.
그 놈의 가정교육이 뭔지…. 한번 먹기시작하면 밥 한톨이라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것이 하람만의 철칙이었다.
‘근데 이거,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네.’
하람은 이 저녁시간만큼은 잠시 원한을 접어두기로 했다.
#
“신하루.”
“…….”
“신하루.”
“…….”
“야 신하루!!!!!!!!”
은성의 고함에 하루는 놀란 듯 두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현재 둘은 불청객들을 모조리 집에서 쫓아내고, 쇼파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내가 몇 번째 불렀는지 알아? 자그만치 7번이다! 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곰곰히….”
“키스.”
“어,엉?”
“그러니까 그거….”
“그,그,그,그게 왜?”
하루의 표정이 너무나도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어서, 은성은 괜히 죄 지은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혹시 키스가 마음에 안 들었나?;
불안한듯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곧 하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이 좋긴 했는데.”
“…했는데?”
순간 하루의 표정이 무섭도록 일그러졌다.
그에 은성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키스가 기분이 좋았다면 기뻐해야지, 왜 인상을 쓰고 있단 말인가;
“너 이 새끼! 대체 키스를 얼마나 처했길래 그렇게 능숙한거야!”
“아…하. 그러니까 내가 키스를 못해서 화가 난게 아니라, 너무 잘해서 화가 난다 이말이야?”
이유가 참 신하루다워서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녀석은 정말 알면 알수록 귀여운 남자다.
대체 저런 정민은 신하루의 무얼 보고 그리 두려워했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아주 무슨…!”
“화 내지마. 앞으론 너한테만 해주면 되는거잖아.”
“쿨…럭. 그런 느끼한 말을 잘도 웃으면서 한다?”
“말 나온김에 한 번 더 어때?”
은성이 씩 하고 웃으며 입술을 가르키자, 하루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초콜릿과 같은 달콤함이 떠올랐는지 은성의 얼굴을 끌어당기며“좋아.”하고 말했다.
곧이어 둘의 혀가 얽혀들고, 농밀하다 싶을정도의 키스가 이어졌다.
둘 다 키스나 스킨쉽에 대해 저항감은 없었다.
오히려 여자친구가 있을때엔, 굉장히 즐긴 편이였다.
이번은 특이하게 남자긴 했지만, 불쾌하다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진않았다.
처음했을때야 낯설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했지만 그도 잠시 뿐이었다.
“음….”
달뜬 신음이 흘러나왔다.
덕분에 분위기는 한층 더 뜨겁게 닳아올라, 이성을 마비시켰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물어뜯을것처럼 난폭하진 않았다.
오히려 나긋나긋하고 금방이라도 녹아버릴것만 같은 부드러웠다.
“…후아. 야… 신하루.”
은성이 입술을 떼어내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어엉?”
하루는 정신을 못차리겠는지 몽롱한 눈으로 그와 마주했다.
그 와의 키스는 겨우 두번째였지만, 헤어나올 수 없을정도로 중독성이 있었다.
“조금 더 진도를 빼보려고 하는데, 이 뒤에 어떻게 하는지 아냐?”
“…글쎄다. 내가 남자들끼리 하는 방법을 알아야지.”
“그럼 너도 몰라?”
“당연하지.”
남고에 다닌다고는 하지만, 동성애엔 관심이 없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은성같은 경우엔 남녀공학이기도 했고, 지극히 평범한(?)연애를 즐겼기에 알 도리가 없었다.
은성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테리하기만 하다.
“그럼 물어볼까?”
“누구한테?”
하루가 쪽팔리게…. 하고 중얼거리자, 은성이 문제없다는 듯 힘차게 말했다.
“네이버 지식인.”
…둘 사이에 잠시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맞다.
그런게 있었더랬지.
-타각 타각 타각
둘은 흐트러진 옷차림새를 정리할 겨를도 없이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았다.
“남자끼리의….”
탁 하고 질문을 치자 성인인증을 해야한다는 글자가 차락 하고 떴다.
성질난 은성이 욕을 읊조리자, 하루가 혀를 끌끌 차며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을 시도했다.
일찍이 사촌형의 주민번호로 만들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그래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씨발 이게 뭐냐.”
“…거짓말이지?”
순간 기대로 똘똘 뭉쳤던 둘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일그러졌다.
이건 거짓말이다.
이건 정말 …신의 농간이 틀림없다.
“아 토나와. 아니… 그런건 둘 째치고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되냐?”
“당연히 말이 안되지! 그 큰게 어떻게 들어가냐?!”
“야 그리고 이 밑에 있는 글들은 뭐야. 공들의 테크닉? 수들을 공략할 때 알아둬야할 100여가지?”
“공이 뭐고 수가 뭐지…?”
그들은 다시금 고민삼매경에 휩싸였다.
“아, 그거 아닐까? 공격[attack]하고 수비[defence].”
“그게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러니까 내 말이….”
“…….”
…아직도 알 수 없는것 투성이다.
그 놈의 미스테리한 남자들의 연애.
둘이 진도를 빼기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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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끝입니다. ;ㅂ;
이 이상은 15세관람불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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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 연재소설1 ·
연재중
*일란성 쌍둥이* 8편
다음검색
아 ㅋㅋㅋ
재밌어
ㅎ 잘 보고 가요
엥 ... 왜왜왜 .. 그만쓰시는거에요요요
난 아직 13인데 ..
이..이런;; ㅋㅋㅋㅋㅋㅋ 꺄앙 근데 진도가...흐흐흐흐흫 저 올해 15센데 ㅎㅎ 보고시프당 ㅋㅋ 꺄어떻게 이래 두커플의 미친진도를 보고싶습니당
난 16세니까 다음을 볼 수있는것이가요?ㅋㅋㅋ다음도잇으면좋겟어요!ㅎ
;;;; 그럼 우리 예쁜 신하루군을 못 보는 건가요 ㅜㅜㅜㅜ
괜찮은데에에에에 ㅜㅜㅜ 우리 신하루군ㅜㅜㅜㅜ
에에에에? 끝??
재미잇어요 ㅋㅋㅋㅋ
끄...끝인가요 ㅠㅠ 으헝 ㅠㅠㅠ
저...저는 15세를 넘은 지 한참이 되었어요~ㅎㅎ
다음껀 안 쓰시는건가요....?!!ㅜㅠ
다음 내용 너무 궁금해요@@@
번외로 정민 하람은 안되나요..?
이게끝인건가요??;;
아쉬워요ㅜ
여기서 끝인건가요??우잉 아쉬워요ㅜㅜ
잘읽었어요
아아 은성♡하루보단 하림♡정민이 보고싶네요..
이제 고딩인데 담편이 읍다니...ㅠ
다음 내용 느므느므 궁금해여
재밌어요
새로운 관계가?!!
그럼 정민이랑 하람은 조짐이 보이자마자 버림받은건가요?아아 가엾은 조연들의 사랑이란.....
다음편보고싶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