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섬 신안!
천사들이 사는 섬? 1004개의 섬?
매년 여름이면 섬여행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여행은 이렇게 행복한 고민에서 부터 시작된다.
지난해에는 남해를 다녀왔는데 올해는 서해안으로 계획을 잡고 선유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 6월에 갑자기 선유도를 다녀오게 되어서 또 다른 여행지를 찾기 위해서 여행잡지를 뒤지고 인터넷을 누볐다.
우연히 알게된 암태도.
지도를 검색하면서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암태도는 주위의 큰 섬 세개와 함께 교량으로 이어져 있어 몇개의 섬을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지너비님 부부와 함께 암태도와 주변 섬들을 여행하기로 하고 2박 3일간의 계획을 세운다.
지난번 선유도 여행때 아무런 준비없이 지갑만 두둑히라는 형님의 여행계획으로 인하여 바가지 요금에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되었던 기억들을 떠 올려 이번에는 좀더 세밀하게 일정과 준비물을 체크해둔다.
하지만 출발 전날 울산에서 친지의 결혼식 참석후 밤 늦은 귀가로 인하여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한채 아침에 허둥지둥하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른 오전 8시가 넘어서야 포항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미리 검색해본 결과에 보면 포항에서 선착장이 있는 신안 압해도의 송공항까지는 384km의 5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너무 늦게 출발하여 오전 한나절은 길거리에서 그냥 보내게 생겼다.
늦게 출발한 만큼 쉬는 시간을 아끼려고 거창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송공항으로 직행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아침대용으로 김밥이나 준비할것 하는 후회도 잠시 다시 고속도로를 질주하지만 국도 보다 못한 88고속도로는 제 속력을 감당하지 못한채 느릿한 걸음으로 유도한다.
그래 우린 지금 여행을 가고 있는 것이다.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고 조급해할 이유가 없는데 왜 이렇게 달리고만 있을까?
배시간이야 늦으면 다음배를 타면 되는것이고...
광주를 지나면서 길을 잘못들어 잠시 우회를 하며 여유모드로 긴급수정한다.
목포에서 다시 신안 압해도로 향한다.
웅장한 아치형의 압해대교를 지나면서 이제는 섬이라고 할 수 없는 압해도를 보면서 신안의 천 네개의 섬들이 이렇게 조금씩 육지와 가까워 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번여행을 하면서 압해도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압해도는 목포와 가장가까운 섬으로 상당히 큰 섬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아직 찾아보질 못한것은 그 동안 섬지역으로 배편이 불편하였으나 지난 2008년도에 목포와 연결된 교량으로 인하여 지금은 섬이 아닌 육지에 가깝게 되었다.
또한 압해도는 그 동안 목포에 더부살이 하던 신안 군청이 올 5월에 신 청사를 짓고 이사를 하였다고 하니 앞으로 압해도의 발전상이 기대할 수 있다하겠다.
특히 이번여행을 계획하면서 처음에는 목포에서만 암태도를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압해도의 송공항에서 20여분이면 갈 수 있다는 것에 큰 수 확이다.
아직 까지 많은 여행객들이 신안의 섬 여행지를 목포항에서만 운행하는 것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역시 처음에는 목포에서 운행하는 선박을 검색하니 무려 1시간 30분이 소요되며 운임료 또한 비싸지만 압해도의 농협에서 운행하는 철부선을 이용할 경우 차량을 갖고 들어가도 차량비 포함 4인이 2만2천원이면 되고 시간도 25분이 소요된다.
오후 1시 10분 압해도 송공항에 도착했다.
매표를 하려고 하는데 막 출발하려던 선박은 그냥 탑승하면 된다고 한다.
차를 몰고 그대로 배안으로 들어선다.
송공항에서 낙지로 점심을 먹기로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배에 차를 싣고 송공항 주변에 횟집촌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리들의 차를 싣자 배는 바로 출항을 서두른다.
시원한 바다풍경을 감상하며 맥주 한 캔을 들이키니 이제 섬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갑판에 잠시 올랐다가 내려서기를 하는 사이 배는 어느듯 팔금도 고산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내리고 보니 이상하다. 팔금도가 아니고 암태도 선착장으로 가는 배를 탓는데 왜 팔금도에 왔을까?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송공항에서 암태도를 가는 배편은 매 시간마다 있으며 두번에 한벌꼴로 팔금도 고산항을 가는 배를 이용해야 한다. 지금은 모두 연륙교가 놓여 있어 차량이 있다면 굳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빨리 오는 배편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팔금도 고산 선착장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해두었던 팬션집에 전화를 했더니 찾아오는 길을 상세히 안내해준다.
팔금도에서 암태도를 건너는 중앙대교를 넘어 긴 방조제가 있는 넓은 들판을 지나니 사진을 보았던 소작인 항쟁기념탑 공원이 보인다.
먼저 팬션에 짐을 풀어 놓고 구경하기로 하고 공원을 지나쳐 북쪽으로 다시 20여 km를 달려 은암대교를 건너니 자은도에 도착한다.
네개의 섬 가운데 제일 윗쪽에 있는 자은도에 숙소를 정하면 아래쪽 안좌도까지 다니긴 좀 불편할것 같아 망설였지만 최근에 지은 한옥팬션이라 이틀동안 묵기로 했다.
지난번 함평 여행때 150년된 고가인 예가촌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한옥만의 따뜻한 정이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도 한옥 팬션을 숙소로 정하게 되었다.
밀알 한옥팬션은 팬션과 함께 슈퍼마켓을 겸해서 하는데 최근에 지은 집이라서 그런지 깨끗하기도 하거니와 숙소에는 컴퓨터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묵은 방의 컴퓨터 전원케이블이 이상이 있어 사용할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숙소를 확인후 주인아저씨에게 가까운 곳에 점심을 해 먹을 만한 곳이 없냐고 물어보니 백길해수욕장을 권한다.
차량으로 10여분을 달려간 백길해수욕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피서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넓은 해수욕장에 몇몇의 무리만 있을뿐 한적한 곳이였다.
하지만 백길해수욕장은 '여기가 우리나라여 외국이여?' 할 정도로 고운 백사장과 환상의 바다를 숨겨 놓고 있었다.
솔밭에는 여러개의 야영데크와 천막등 피서객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어져 있었고 특히 수림대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신안 섬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추천하고픈 곳이다.
여러개의 야영데크중 하나를 골라 라면을 끓여 뒤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낙지가 라면으로 바뀌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허기진 배에는 라면도 낙지 못지 않게 맛있었다.
라면을 먹고 느긋하게 오침을 즐겨본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시원한 바닷바람과 솔향짙은 소나무밑에서 단잠을 자고 일어나 해수욕장 산책을 나선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자은도에는 아홉개의 해수욕장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 백길해수욕장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백길해수욕장은 3km가 넘는 광활한 해안선을 따라 고운 모래사장이 한없이 펼쳐지면 경사가 완만학 수심이 얕아 가도가도 끝 없는 모래천지이다.
특히 중국 화북지방에서 전래되던 고사가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된 견우와 직녀이야기를 프로포즈 전망대 중심으로 밀물과 썰물에 의해 만나고 헤어짐을 직녀성과 견우성 전망대로 이어져 사랑이 맺어지는 테마가 있는 곳이며 원추리가 집단적으로 자생하여 원추리 해변이라 불리고 있다.
칠월칠석 오작교를 넘는 그들의 사랑은 까마귀와 까치가 이어주지만 자은 백길해수욕장에서는 원추리 꽃으로이을 수 있다.
녹음이 우거지는 칠석날에 화려하게 피고지는 원추리 꽃은 그들의 덧없는 사랑을 위로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피어나는 원추리 꽃 한송이 한송이는 새로운 사랑의 영원함을 의미한다.
원추리 자생지를 나와 백사장으로 걷는다. 쓸물때라서 그런지 태양아래 반짝이는 물빛을 머금은 백사장이 한없이 고와 보인다.
백사장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은듯 모래구슬을 여기저기 뿌려 놓았는데 한발씩 옮길때 마다 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어찌 이리도 숨바꼭질을 잘 하는지 신기하기 까지 하다.
해수욕장을 나와 숙소로 향하는 길에 예전의 염전으로 보이는 곳에 함초들이 자생하고 있다.
넷이서 함초를 채취해서 돌아와서 저녁 반찬으로 해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함초는 퉁퉁마디라고 따로 있고 우리가 채취한 함초는 짝퉁인 거정개라는 것이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모르고 먹었으니 약이 되었겠지.
백길 해수욕장을 나와서 자은도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할겸 분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분계해수욕장은 아직 개장하지 않았는데 갯벌이 많고 정리가 되지않아 좀 지저분한 느낌을 받았고 해송 숲길을 조성해 놓았는데 다음 해수욕장을 보기위해서 발길을 돌려 둔장 해수욕장을 향했다.
둔장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길이가 2980m로 자은면에서 가장 넓은 해수욕장으로 뒷편에 소나무숲사이로 체육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대합등 어패류가 풍부하여 마을 주민들이 조개캐기 체험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은도를 비롯한 이번 여행 4개의 섬에는 갯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갯벌을 이용한 주민들의 생활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이 곳에서 유일하게 겟벌을 이용하고 있었다.
섬이라고 하기에는 어부들을 볼 수 없고 오히려 육지 내륙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대부부분의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자은도의 주요 작물이 마늘, 파, 양파등으로 우리가 묵은 팬션집 주인아저씨도 밀알슈퍼라는 가게를 하면서 양파를 싣고 포항 죽도시장까지 여러번 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흘간의 섬여행 내내 섬내에서 생선회를 맛볼 기회가 없었고 어패류를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조개 캐기 체험은 다음날 여유시간을 봐가면서 하기로 하고 전망 좋은 곳에서 일몰을 보기위해서 신안군청에서 발행한 지도에 전망좋은 곳으로 표기된 곳을 찾아 천구미란 곳을 찾았다.
차량이 겨우 한대 지날 수 있는 외진곳으로 풀섶에 차량이 긁히는 아픔을 참고 찾았지만 일몰은 보지 못한채 지주식 재래 방식으로 김양식을 하는 모습만 보고 다시 한운리로 발길을 돌렸다.
한운리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소나무 숲을 이고 앉은 자그만한 섬 옥도가 바다 한가운데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나무 숲을 이고 앉은 자그마한 섬 옥도가 바다 한가운데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마침 썰물이라 노도길이 열리고 옥도까지 신비의 바닷길을 체험할 수 있었다.
어둑해진 늦은 시각 팬션으로 돌아오니 한옥팬션이 화려한 빛으로 장식되어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칼라빛 조명이 은은한 달빛과 더불어 한옥팬션을 비취고 있어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있어 저녁을 밖에서 먹기로 했는데 준비해간 숯불파티를 하는데 농촌지역이라 모기가 극성이라 노출된 피부는 모기 놀이터가 되었다.
이튿날 스케줄을 정리해 본다.
오늘은 가장 아래섬인 은좌도부터 순서데로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를 둘러볼 계획이다.
사실 시간은 오늘뿐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래서 가장아래서 둘러보고 가까운 암태도는 시간이 부족하면 나가는날 오전에 둘러볼 계획이다.
자은도를 벗어나기 전에 은암대교 밑으로 차를 몰아 해안길 드라이브를 하고 다시 은암대교를 건너 안좌도까지 내려 달리던 계획이 암태도의 부속섬인 추포도로 바뀌었다.
추포도는 우리나라 최장의 노두길이 있는데 그 길이가 2.5km에 이른다.
지금은 2000년에 만들어진 시멘트길을 따라 차량이 진입이 가능하지만 옛날에는 하루 두번 열리는 썰물때만 돌다리를 걸어서 나갈 수 있었는데 물때를 모르는 외지인들이 이길을 걷다가 길이 워낙길어 미쳐 빠져나가지 못해 썰물에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광활한 갯벌을 지나는 시멘트 노두길을 질주하듯 달려 도착한 곳이 이번 섬여행에서 유일하게 본 염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번 여행지 네곳의 섬에서는 섬이라고 하기엔 좀 색다른 면이 있는데 어업인구보다는 농업이 주업이였고 신안의 섬들이 대부분 염전을 갖고 있다면 이곳은 염전이 유일하게 추포도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수곡염전의 사장님을 만나 전통적 소금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도 듣고 또 전날 함초라고 뜯었던 거정개가 함초 짝퉁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수곡염전은 지금은 몇 안되는 전통방식의 소금을 만들고 있는데 그 과정이 복잡하고 힘이 든다고 한다. 오직 햇볕만 바라보고 있어 장마철에는 하늘만 바라보는 경우가 할짓이 아니라고 한다.
천일염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잠시 보았는데 하늘빛에 반사된 염전의 하얀 소금들이 마치 눈 결정체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염전을 나와 추포 해수욕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팔금도는 건너띄고 안좌도에 도착했다.
안좌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근대화가인 김환기 화백의 생가이다.
지너비님이 인터넷을 검색하니 김환기 화백생가를 꼭 방문해보라는 글을 보았다고 해서 찾게 되었는데 유명인사들의 생가들이 다 그렇듯 특별함은 없었다.
다만 이 지역의 자부심이라 그런지 생가 앞에 잔듸밭을 조성하고 김화백의 일대기를 소개 해 놓은 것이 전부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생가 주변에 김환기 화백의 그림이나 작품을 전시하고 설명이 곁들여 졌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이다.
김환기 생가를 나와 안좌도 선착장으로 향한다.
안좌도는 김환기 화가의 섬답게 생가에서 볼 수 없었던 길가에서 그의 작품들을 볼 수있었는데 선착장 가는 길에는 김환기공원도 조성되어 있었다.
안좌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여느 선착장이나 다를 바가 없으나 선착장에는 청동 사슴 조각들이 익살스럽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 또한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회화적인 모습으로 재현하고 있었고 '편안하고 풍성한 땅 안좌'라는 큰 표지석이 한눈에 들어오는가 하면 '유달산이 손짓하면 어깨동무하고 달려갈듯....'으로 시작되는 내고향 안좌도 시비에서 참 아름다운 섬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좌도는 더 행복한 섬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목포에서 들어온 배가 팔금도를 지나 이곳 안좌도를 거쳐 다시 아름답기로 소문난 이웃한 섬 비금도로 향하고 있었는데 이 참에 비금도도 함께 둘러봤으면 하는 충동도 생긴다.
여객선 선착장을 나와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선다.
다음 여행지는 어쩌면 이번 여행 선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천사의 다리이다.
지난번 증도 여행때 짱뚱어 다리를 보았지만 그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듯한 천사의 다리가 있다고 해서 이번 여행 선택시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해안선을 따라 찌는 듯한 더위는 아랑곳않고 에어컨 빵빵틀고 남쪽으로 내 닫는다.
비염이 심한 탓에 에어컨 바람을 굉장히 싫어하기에 한 여름에도 차량에어컨을 1단이상 올려본적이 없는데 이번 여행은 날씨도 워낙 더운 것도 있지만 옆에 탄 지너비님이 줄곳 4단 까지 올려 훌쩍 거리면서 다니게 되었다.
천사의 다리에 도착했다.
천사의 다리는 신안군의 섬이 모두 1004개라고 해서 천사와 발음이 같아 천사의 다리(Angel Bridge)라고 명명하였다 한다.
신안의 섬이 정확히 1004개 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천사의 섬이라는 말에는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숫자가 주는 늬앙스보다는 아름다운 섬들이 보여주는 천사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고 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들을 연결하는 천사의 다리는 안좌도와 그 부속섬인 박지도와 500여 미터 반월리 구간900여 미터를 연결하는 목조다리로서 길이 또한 1004여 미터에 이르고 있다.
중간 중간 쉼터가 만들어져 있으며 다리에서 바라보는 광활한 갯벌을 보고 있노라면 신비감 마져 든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게들과 짱뚱어 들이 숨바꼭질 하듯 이리지러 띄어 놀고 있으며 푸른 빛의 파래(감태라고도 함)들이 갯벌의 초록 융단을 만들기도 한다.
첫번째 다리를 건너 박지리에 도착해서 잠시 더위를 식히고 다시 반월리 구간을 지나다 더위에 지쳐 더 이상 갈 수 없어 중간 지점에서 멈추었다.
벌거벗은 갯벌은 조금씩 밀물이 들어오면서 물줄기를 따라 작은 물고기들이 춤을 추면서 들어온다. 그 뒤로 큰 물고기들이 줄을 이어 들어오는데 한마디로 장관이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니 독살을 이용했던 섬 주민들의 지혜가 여기서 나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월구간 긴 다리를 벗어나 다시 출발지인 두리 마을에 다다를 즈음에는 밀물이 몰려와 갯벌은 사라지고 거대한 바다가 형성되어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갯벌이 바다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신비로웠다.
그 사이 지너비님은 낚시 생각이 간절한지 차량으로 달려가 낚시대를 준비해서 다시 다리에 왔다.
사실 이번 여행에 팬션을 예약하면서 주인과 통화할때 잘 아는 낚시터가 있다고 하기에 낚시대를 준비했는데 이곳에서 낚시는 다리밑의 장어 낚시가 고작이라 한다. 그래서 섬 어디에도 낚시점을 본 적이 없고 또 미끼를 구할 수도 없다.
또 섬이지만 수로가 발달되어 있어 민물낚시가 성행하고 있지 바다 낚시는 할 만한 곳이 없어서 빈 낚시대만 차에 싣고 다녔는데 모처럼 낚시대를 펼 기회가 되었으니 지너비 님이 물 만난 고기처럼 손놀림이 바빠진다.
발아래 고기들이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것을 빤히 보이지만 가짜 미끼를 가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고기들이 오히려 낚시꾼을 놀려 먹는 형상이 되었다.
결국 입질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낚시를 포기하고 안좌도를 떠나 팔금도로 다시 돌아 왔다.
팔금도는 아래에서 두번째 섬으로 처음 섬으로 들어오면서 내렸던 고산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신안군청에서 발행된 지도 안내를 보니 특별히 볼것은 없으나 지나는 길에 팔금 삼층석탑과 돌하루방 공원을 지나친다.
팔금도를 지나쳐 다시 암태도로 들어섰다.
아침에 추포도를 가기 위해 지나쳤던 삼거리에 있는 소작인항쟁기념탑앞에 차를 멈추었다.
국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소작인 항쟁이 일어났던 곳이다.
일제시대 지주들이 소작료를 8할까지 올려받자 농민들이 소작료를 4할대로 내려줄것을 요구하다 지주들과 일본 경찰들과의 마찰로 농민들의 희생을 기린 기념탑이다.
당시 지주들과 경찰에 항거한다는 자체로도 죽음을 각오했을 터이고 그러고 보면 소작인들의 절박함이 어떠했으리라 짐작해보고도 남음이 있다.
기념탑을 나와 점심을 먹기위해 병어회로 유명한 육일관 횟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에도 병어회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백반으로 점심을 시켰는데 육계장이 나온다.
이번 여행 계획에는 첫째날은 낙지 그리고 둘째날은 병어회 그리고 마지막날은 홍어삼합으로 전라도의 풍성한 먹거리를 예상했는데 하나같이 빗나가고 있다.
식당을 나와서 암태도의 우측해안으로 차를 몰았다. 오전에 암태도의 서쪽인 추포도를 구경했으니 이제 반대방향인 동쪽의 신석리를 찾았다.
넓은 들판을 가로 질러 구석리 신석리를 지나고 마지막 마을인 오도에 도착하니 선착장이 나온다.
이번 여행지인 네개의 섬을 찾기 위해선 앞에서도 언급하였듯 팔금도의 고산 선착장이나 이곳 암태도의 오도 선착장을 이용하여야 하는데 오도 선착장을 이용하는 것이 운항횟수도 많고 접근성이 용이하다.
선착장을 둘러보고 주차장 한켠에 그늘진 곳을 찾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노는 것도 쉬어가면서 놀아야 한다고 때약볕에 너무 다녔는지 몸도 피곤하거니와 졸음이 쏟아진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모두들 잠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눈을 뜨고 나니 지너비님이 오도 선착장 뒷산인 등대 오솔길을 오르자고 한다. 등대 오솔길은 테마가 살아 있는 등대가는 옛 추억의 오솔길이란 이름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등산준비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아 망설였지만 안내판을 보니 한시간이면 족할 것 같아서 따라 나서게 되었다.
산행 초입에는 오도 선착장을 비롯해서 점점이 이어진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커다란 바위 대여섯 개가 일부러 쌓은 듯 포개져 묘한 자태를 나타내는 맷돌 바위가 있고 고릴라의 옆 얼굴을 옮겨다 놓은 듯한 고릴라바위 등 그리고 지나는 길 마다 '희망의 정상 가는 오솔길' '지혜의 오솔길' '해돋이 오솔길' '행복한 추억의 오솔길' 등으로 이름 붙여져 있는데 오솔길이란 이름은 좀 맞질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면 오솔길은 사전적 의미로 폭이 좁은 호젓한 길을 이야기하지만 샌들에 부츠를 신고 오르면서 고생을 하고 정상에서 등대 가는 길은 도저히 진행이 불가하여 다시 돌아서야만 했었다.
요즘 지자체 마다 둘레길 올레길등 다양한 테마 길이 만들어 지고 이름 또한 아름다운 우리말로 명명되고 있어 이 곳 또한 흉내는 내었다고 하나 급 경사의 산행길을 오솔길이라 부르기엔 좀 억지스런 면이 없지는 않은것 같다.
오솔길을 중간에 포기 하고 내려서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글거리던 아스팔트에 한줄기의 빗방울은 오아시스와도 같은 청량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숙소로 돌아와 집사람들은 두고 지너비님과 둘이서 전날 저녁에 갔었던 둔장 해수욕장으로 일몰을 담기 위해 다시 찾았다.
숙소에서 둔장 해수욕장까지는 대략 6km정도로 1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둔장해수욕장에 도착하니 할미도 넘어로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갯벌에 조금씩 붉은 색의 융단을 깔기 시작한다.
물빛과 조개잡이 체험하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우려져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을때 태양은 서쪽을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한다.
낮에 주인아저씨에게 병어룰 구해 달라고 주문을 했는데 병어는 구할 수 없고 꽃게와 갑오징어를 구해 놓았다고 한다.
저녁 메뉴가 꽃게탕과 갑오징어 무침회가 되었다.
꽃게 네마리와 갑오징어 두마리에 5만원을 주었든데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번 여행에 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맛보게 되는 해산물이 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잠에 들었다.
아침이다.
방문을 열어 젖히니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둥근 달이 뻬꼼히 방안을 들여다 본다.
섬 여행 마지막날 네개의 섬을 대충 구경했는데 이제 남은 것은 암태도에 있는 승봉산 산행이다. 하지만 며칠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해안은 저온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전남쪽에는 연일 폭염 경보가 내리고 있으니 산행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아침을 먹고 밖에 나오니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태풍 망온의 영향이 이곳까지 미치는가 보다.
산행준비를 하고 들머리인 암태중학교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간간히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넓직한 바위길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초입에는 그늘진 숲길도 이어지고 여기 저기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어 힘든줄 모르면서 산행을 한다.
홀로 고고히 자리한 참나리, 붉은빛 한 껏 머금은 산앵두, 푸른 하늘에 분홍빛 자리잡은 자귀나무, 부끄러운둣 비비꼬은 타래난초, 햇볕에 더욱 빛이 반짝이는 마삭줄고 이름 모를 야생화 그리고 무리 지은 나비들때까지 우리를 반겨주고있다.
어느듯 중턱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환상적이니 그림이 펼쳐진다.
서해안의 섬 특성상 갯벌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과 바다 가운데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나열되어 있어 한폭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다른 섬에서는 볼 수 없은 넓은 들판과 함께 암태도와 팔금도를 이은 중앙대교 다시 팔금도와 안좌도를 이은 신안2교 등이 섬 사이를 이어져 더 아름광경을 그려 주고 있다.
나름 섬 산행을 제법했다고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산행도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처럼 카메를 동영상 모드로 촬영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만물상등 승봉산의 특징을 놓치지 않으려 연신 셔트를 눌러 본다.
정상에 도착했다.
준비해간 캔 맥주를 들이키니 온 몸이 짜릿한 전율이 느껴져 온다.
남쪽으로 팔금도 안좌도를 비롯 서쪽으로 비금도 도초도 동쪽으로 압해도와 북쪽으로 증도까지 모두 조망된다.
정상에는 김동환 시인의 '산넘어 남촌에는' 시가 적혀져 있는데 정말 남촌서 남풍불제 나는 좋더라 였다.
이제 하산을 서두른다.
그런데 방향을 잘 못 잡았다. 지도를 준비 하지 않고 카메라에 담긴 작은 사진을 대충 방향을 잡았더니 엉뚱한 길로 접어든다.
한 참을 내려서서야 길 이 잘 못된줄 알게 되었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내려왔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고 온 몸에 힘이빠짐을 느낀다. 어렵게 시멘트 포장된 임도에 도착했다.
하지만 차량이 있는 암태중학교와는 정 반대 방향인데 이일을 어찌할까 고민이다.
택시를 불러야 할까 고민하다가 팔각정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참외를 깍고 있는데 저 먼리서 차소리가 들린다.
1톤 트럭이 한대 지나가고 있다. 염치 불구하고 차를 세웠다. 여행이나 산행이나 최고의 기술을 히차하이크(hitchhike)이다.
그런데 차의 방향이 우리가 가려는 반대 방향이다. 아무러면 어때 일단 큰길까지만 내려가자고 짐칸에 올라탔다. 서울에서 방학을 하고 농사일을 돕는 학생들과 함께 짐칸 뒤에 타고 큰길까지 왔는데 이번엔 큰길에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같은 트럭이 오고 있다. 또 히칭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중간쯤까지만 간다고 한다.
다시 중간쯤에 내려서 아스팔트길을 걷다가 세번째 트럭을 세웠다. 역시 흰색의 같은 트럭이다.
이 동네는 흰색 1톤 트럭만 다니는 건지 세번의 히치하이크가 모두 같은 차종이다.
이렇게 하여 겨우 처음 산행들머리였던 암태중학교 교정에 들어섰다.
시간을 보니 배 시간이 50여분 여유가 생겼다.
집사람이 함초욕심이 또 생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다시 추포도로 향했다.
염전사장님이 알려줬던 함초 밭엘 갔지만 접근성이 좋질 않아 망설이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염전 사장님이 오시더니 왔는김에 채취하라며 전날 채취하던 곳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20여분을 함초를 뜯고보니 비닐 봉지 가득채워진다.
암태도 오도 선착장으로 도착했다. 매표를 하고 승선하고 나니 20여분만에 이틀전의 압해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섬에 들어갈때 너무 서두른 탓에 선착장 횟집촌을 그냥 지나쳐 낙지맛을 못 보았는데 이제 느긋하게 낙지나 먹고 가자며 즐비한 횟집촌 한 곳으로 들어섰다.
그 동안 못 먹은 회나 먹자며 낙지를 비롯 병어회 밴댕이회를 시켰다.
사실 병어회나 밴댕이 회는 동해에서는 맛을 보기 힘든 생선이라서 그렇지 직접 맛을 보니 그리 좋은 횟감은 아니였다.
멸치회나 고등어회 처럼 기름끼가 많고 무른편이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병어회하면 뼈째 설어서 맛있고 버릴것이 없다고 하는데 동해안에서 참가자미회를 맛보았다면 병어회를 다신 찾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낙지를 비롯한 병어회 밴댕이회로 점심을 먹고 맥주까지 곁들였는데 8만원이 조금 넘는다.
싸긴 싸다. 넷이서 회를 실컷 먹고 이 가격이라니.
지난달 선유도 여행때는 광어회가 1km에 7만원씩니나 해서 놀랬는데 여긴 또 너무 싸서 놀라게 되니 도대체 어떤 가격이 정직한지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이제 섬여행을 마무리 하고 마지막으로 선착장에서 가까운 신안 천사의섬 분재원에 들렀다.
5000여평에 분재원을 비롯 유리온실 초화원 야생화원등 다양한 식물들과 조각상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최근 메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 부산 저축은행의 신안프로젝트의 하나가 아니였나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나온다.
신안을 떠나 목포에 도착하니 차량에 기름이 없다고 신호가 들어온다.
함평나비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을까 하다가 다음 휴게소에서 넣는다는 것이 그만 고속도로상에 휴게소가 없다.
겨우 휴게소를 만난것이 남원휴게소 그런데 아뿔사 남원휴게소는 주유소가 없다.
시그날이 들어오고 80km를 달렸는데 다음 휴게소까지는 23km 더 가야 지리산 휴게소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다 고속도로상에서 차량이 멈출것만 같다. 어쩔 수 없이 남원 IC를 빠져나와 기름을 넣고 다시 고속도로를 올려야만 했다.
나름 가슴 졸이는 스릴은 있었지만 준비 부족으로 인하여 뜻하지 않은 일을 격게 되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포항에 도착하니 어둠이 짙어진다.
그러고 보니 처음 여행을 계획할때 하루는 낙지 하루는 병어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어삼합을 맛보기로 했는데 아직 홍어삼합을 못 먹었다.
포항 이동에 도착하고 보니 우연히도 이번 여행에 1004km달렸다.
섬내부에서 240km를 탓으니 결코 작은 섬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으며 또 한번 다음의 여행을 신안의 천사의 섬으로 계획해본다.
집앞에 도착해서 홍어삼합 잘하는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집에 주차를 하고 홍어삼합에 막걸리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하고 보니 순서는 뒤 바뀌었고 섬에서 맛보지 못했지만 계획했던 음식맛은 다 먹어보았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여행은 마무리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