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6,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3, 도스토예프스키, 1880, 김연경 옮김, 2007, 총581쪽
둘째 아들 러시아의 보편적 지성인이자 무신론자인 이반 카라마조프는 법정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재판장님, 저 시골 처녀와 같습니다. 알고 계시죠, '내키면 발딱 일어나고 안 내키면 발딱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라던가요. 그러면 사람들이 사라판(러시아 평민 여성들이 입는 소매 없는 긴 옷)이나 치마 따위를 들고 처녀 뒤를 쫒아가는데 처녀를 일어나게 한 다음 돌돌 묶어서 결혼시키려 데려가는 거죠. 그럴 때 그녀는 '내키면 폴짝 뛰어들고 안 내키면 폴짝 뛰어들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죠. 이건 말하자면 우리의 민족성인데..."370p
이반은 변덕스럽거나 얕은 생각을 러시아인의 민족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실상은 모든 인간의 본성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든 인간의 본성을 카라마조프 4형제와 아버지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너무 사실적!이라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어린이 동화책과 비교할 수도 있다.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내면의 고뇌, 심연 까지도 모두 파헤쳐서 자기를 들여다보는 엄청난 스토리를 장장 1,500페이지로 서술하였다.
392p에서 검사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이 가족의 그림은 우리의 현대 인텔리 사회의 다소 간 공통된 근본적인 요소들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현미경과 같은 모습, '작은 물방울에 비친 태양과 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이어서 401p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그건 바로 우리가 드넓은 천성을 카라마조프 적인 천성을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저의 결론인데 ㅡ 우리는 가능할 수 있는 모든 대립쌍들을 뒤섞을 수 있고 또 한꺼번에 두 개의 심연을, 우리들 위의 심연, 즉 드높은 이상들의 심연과 우리 아래의 심연, 즉 가장 저열하고 악취 나는 타락의 심연을 관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의 변호사 페츄코비치는 배심원들이 내린 판결을 '촌놈들이 자기 고집을 부리다.' 로 요약하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결론적으로 내면의 범죄자, 사상의 간음자는 인간들이 형벌을 내릴지라도 그에게 새로운 살 길을 예비해두고 이름하여 '미챠 구출계획' 이라는 챕터를 부록처럼 제시했다. 이것은 소설을 쓰는 작가의 삶의 염원이지 실제 우리 사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소설은 소설이니까.
이 책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1800년대 러시아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1885)'이 계속 떠올랐는데 아마도 카라마조프 가의 하인 그리고리와 스메르자코프, 그리고 드리트리에게 모욕을 당한 2등 대위 니콜라이 일리치 가 떠올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림이 떠올랐는데 러시아의 화가 Leonid pasternak의 그림 the night before the exam(1895) 이다. 이 그림에는 러시아 상류 사회의 남자들이 시험 공부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어제 본 영화 '탈주'에서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공부하다 돌아온 북한 고위 장교 구교환의 피아노 연주 모습도 오버랩 됐다.
the night of the exam(1895) 현제 오르세 미술관에 있음(출처:구글 이미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출처:구글이미지
영화 탈주(2024) 구교환이 연주한 음악은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Prelude in G minor Op. 23 No. 5(전주곡 5번 G단조) 곡(사진 출처:n스포츠)
첫댓글 고상한 독후감을 읽었네요.
같은 책을 읽고 그 범주를 뛰어 넘는 부분까지 텃치한다는 건 독서량에 오는걸까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독특한 감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