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잦아드니 바둑, 체스대회가 다시 열리기 시작합니다.
인천의 바둑대회는 보통 학교(문화센터, 공부방 포함)와 학원이 따로 열립니다.
학교는 보통 주1~2회 취미반인데, 학원은 주3회 이상, 많게는 하루에 5시간 이상 매일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체스 대회는 8년전 제가 제1회 인천MSO체스대회를 처음 주최한 후로 인천에서는 1년에 1회 정도 열리고, 전국대회는 크고작은 10개 정도의 대회가 열립니다. 체스대회는 제한시간이 있고, 경기시간이 일정하여 학생들이 더 집중하게 되고, 진행이 더 깔끔하기도 합니다. (바둑대회가 체스대회에 비해 좀 어수선해 보이는 것은 참가부문이 많은 경우에 진행상 불가피한 문제도 있으므로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바둑, 체스 교육의 1차적인 목적은 아이들의 능력(집중력, 사고력, 끈기, 노력, 승부욕과 극기심 등)을 '재미있게' 높이는 데 있으며, 선수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바둑대회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은 동기부여 측면에서 매우 좋은 일이고, 실패하더라도 적극 격려할 일이지만, 현실은 바로 알고 계시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 30년 전에는 응창기배 우승상금 40만달러(한화 약 5억원)는 매우 큰 돈이었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세계체스선수권대회 우승상금은 지금도 20억 이상도 있지만 과거만은 못합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 바둑 프로기사 400명중 연봉 1억원 이상 버는 사람은 10명 내외로 2.5프로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중 연봉 1억 이상 비율 4.8프로에도 못미칩니다. 축구 K1리그 평균연봉은 2억원이고, K2리그 평균연봉은 1억2천만원인데, 바둑 프로기사 평균연봉은 1천만원 정도 밖에 안되므로 대부분 기사들은 상금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하루에 몇시간씩 공부하고 수시로 대회에도 나가야 하는 프로기사 특성상, 프로활동 하면서 취미반을 가르치기는 어렵고 바둑도장에서 선수들 가르치는 것도 수요가 적어 쉽지는 않습니다.
비교자료: 대한민국 평균연봉
https://m.blog.naver.com/stormshark/222623619406
반면 프로기사가 되기는 여전히 바늘구멍인데 뒤늦게 프로가 되어도 프로기사의 권위는 알파고 이전보다 못합니다. (참고로 이세돌은 은퇴했고, 현재 인천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이세돌바둑도장은 이세돌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나마 프로기사로 성공하려면 저학년 때 이미, 전국대회 최강부에서 우승할 정도, 타이젬 9단이 될 정도가 되어야 하고, 서울 최고의 바둑도장에서, 또는 모니터 앞에서 하루 10시간 정도 바둑에 올인해야 합니다. 부모가 그 정도로 뒷바라지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취미로 즐기게 하면서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어릴 때 영국 유소년체스챔피언이기도 했습니다.
바둑, 체스를 잘 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고 세상의 리더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p.s. 저한테 배운 아이들 중 주1~2회 수업만으로 1~2년만에 유단자가 되는 아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제 수업은 바둑, 체스, 보드게임 등 모든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수업인데, 그 중에서 바둑을 이기는 재미에 특히 몰입하는 학생들은 노력을 더 많이 합니다. 보통 그런 학생들은 인천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것은 쉽고 공부도 잘 할 수 있지만, 프로를 꿈꾸는 순간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고, 현재는 경제성이 너무 없으므로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씀드립니다. (시간도 10년 이상 걸리지만, 서울유명바둑도장은 수업료, 기숙사비, 개인레슨비 등 한달에 200만원 이상 드는 교육비도 무시 못합니다.) 아이들의 꿈과는 별개로 부모가 아이의 저학년 때부터 인생을 건 도박을 하겠다고 마음먹지 않는 한, 프로는 꿈꾸게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