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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정의 색(色) 속에 3
3회 나의 홍채 색과 완전 일치한다는 점!
우린(인성, 동욱, 준혁, 민우, 시후, 호석, 나!) 세븐스프링 뷔페를 양껏 맛있게 먹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건 다른 사람들 얘기.
난 지금 배가 터질 것 같다. 먹을 땐 몰랐는데 일어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 나오더라고? 민소매를 레이어드로 입고 조끼까지 걸쳤건만 배가, 배가! 으아아!
이 불룩해진 배를 쭉쭉 밀어서 허벅지랑 엉덩이에 골고루 분산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완전 퍼펙트 근육질 섹시바디가 될 텐데!
“형, 제 배 좀 보세요. 너무 흉측하죠?”
난 배를 불룩 내밀어 인성이 형한테 보여드렸다.
“와~ 귀여운데?”
인성이 형이 뒤에서 나를 껴안으며 북치는 소년처럼 내 배를 통통 두드린다.
“진짜 귀여워요? 진짜요?”
“아무려면야 우리 태호는 뭘 해도 귀엽지~♡”
아, 이토록 사랑이 듬뿍 담긴 멘트를 날려주시다니!
이래서 커플이 좋은 건가 보다. 만약 인성이 형과 내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다면, 나의 이 불룩해진 배가 흉측한 콤플렉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커플이라는 이유로 깨끗이 용서가 되었다!
인성이 형은 뷔페를 드셔놓고도 배를 만져보니 식스팩이 그대로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민우 배를 만져보면 미끈하고, 시후 배를 만져보면 탄탄하다. 호석이만 조금 볼록 나온 정도. 그래도 나에 비하면 완전 탄탄한 편.
다들 관리수준이 뛰어나다. 혹시 화장실에서 오바이트하고 온 거 아냐? 모델처럼?
“태호 배 나온 거 봐라. 이걸 어쩌면 좋아?”
준혁이 형이 내 배를 어루만지며 짓궂게 놀린다.
“아, 금방 소화될 거예요. 저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부산스러운 편이라.”
나는 내 볼록해진 배를 변호했다.
“이게 금방 소화되는 배가 아닌데?” 준혁이 형이 내 배를 꾹 누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다. “임신 5개월이네. 그러게 인성이가 콘돔도 안 끼고 네 안에다 쌀 때부터 알아봤다. 위층에서 노다지 쿵덕거리는데 임신이 돼도 백번은 더 됐겠지. 축하해. 아들이야~”
준혁이 형이 내 친구들 앞에서 나의 은밀한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아, 민망해라.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친구들을 본담?
그래도 아들이라니 기쁘다!
인성이 형도 기쁜지 내 배를 한결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훗~♡
“태호야, 2차는 이태원 갈래, 종로 갈래?” 준혁이 형이 내게 말한다. “너 이반 단란 한번도 안 가봤으니까 거기 한번 가볼래?”
“순진무구한 애를 그런 곳에 데려가면 안 되지.” 인성이 형이 내 어깨를 바짝 끌어당기며 말한다. “오늘 우리 태호가 너무 섹시해서 여기저기 팔릴까 불안하건만.”
“그렇게 불안하면 집에다 자물쇠 채워서 꽁꽁 가둬놓던가. 완전한 사육처럼.”
준혁이 형이 말했다.
“그럴까? 우리 태호 가둬둘까? 밥은 꼬박꼬박 넣어줄게.”
인성이 형이 나를 보며 빈들빈들 웃는다.
“저 갇히는 거 싫어요. 그리고 저 안 순진해요. 알 거 다 알아요.”
난 인성이 형을 안심시켰다. 우아병에 안 걸리려면 오늘 천박하게, 몸을 막 굴리면서 헤프게 놀아야 된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다.
“인성아, 너 아예 차를 집에 갖다 두고 와라. 우린 소화나 시킬 겸 슬슬 종로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게.”
준혁이 형이 말했다.
“그럼 저도 같이 형네 집에 주차해도 되요?”
민우가 인성이 형한테 말했다.
“그럴래? 가자, 그럼.”
인성이 형이 민우를 데리고 백화점 쪽으로 향한다. 민우 옆엔 시후가 동반했다. 원래는 나도 인성이 형을 따라가려고 했는데 주인공은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기에 남았다.
“동욱아, 네가 태호 데리고 먼저 가.” 준혁이 형이 호석이 팔을 잡아당기며 말한다. “난 얘랑 케이크 좀 사가지고 갈게.”
“종로 어디 갈 건데?”
동욱이 형이 물었다.
“바닐라스카이. 거기서 케이크 자르고 바로 단란 뜨자.”
준혁이 형이 말하고는 호석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 호석이도 좋다고 준혁이 형한테 불쑥 팔짱을 끼고 걸어간다.
‘흠~’
그러고 보니 동욱이 형과 나, 단둘이 남았다. 하지만 어색하다거나 그런 건 없다. 왜냐하면 이제 안 그러기로 했으니까. 전보다 동욱이 형이랑 훨씬 친해진 것도 사실이고.
“…….”
동욱이 형이 나를 빤히 쳐다보신다.
그래도 어색하거나 그러지 않다. 다만 내가 뭣 좀 구경할 게 있어서 주위를 둘러보는 중이다. 명동 거리엔 사람들이 참 많다. 상점들도 참 많고, 리어카도 참 많다.
“…….”
동욱이 형이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계신다. 그래도 뭐 어색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왜요?”
난 결국 물어보았다. 사실 너무 어색했거든.
“오늘 너 멋있다.”
동욱이 형이 말했다.
“헉! 제가요?” 난 느닷없는 말에 놀라 당황스러웠다. “전 그냥 애들이랑 청담동에 갔다가, 스파하고, 커트하고, 태닝하고, 실은 저도 모르고 갔는데요, 민우한테 케어권이 있었어요. 민우네 아버지가 의산데 거기 스폰서로 계시대요. 제 생각으론 민우네 아버지께서 뷰티살롱에 투자를 하신 것 같아요. 요즘 증권계가 불황이다 보니 마땅히 투자할 곳이…… 부동산도 불황이고……”
갈수록 말이 이상한 쪽으로 뻗어나간다. 더구나 수습이 안 되는 건, 지금 동욱이 형이 내 말을 묵묵히 듣고 계신다는 사실. 그렇담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하지?
“어, 그리고……” 나는 말이 나온 김에 티셔츠를 올리고 바지를 살짝 내려 비장의 블랙로즈를 보여드린다. “여기에도 헤나를 박았어요. 제가 봐도 섹시한 것 같아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건 연인사이에…… 그러니까 잠자리에서 사랑을 나눌 때……”
이거 수위가 걷잡을 수 없는 범위에 들어섰다. 내가 어쩌자고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걸까? 더욱 난감한 건 길가는 사람들도 나의 블랙로즈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 난 과식 때문에 배까지 불룩 튀어나왔건만.
난 급한 김에 배에 힘을 빡 주고 겨우겨우 초콜릿복근을 만들어냈다. 근데 배에 힘을 너무 줬더니 토할 것 같다.
그때 동욱이 형이 내 티셔츠를 내려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가자.”
“……네.”
동욱이 형이 몸을 돌려 어디론가 향하자 난 황급히 뒤에 따라붙었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가득 뿌려져있다. 번화가에 있을 땐 별이 하나도 안 보이더니, 청계천으로 나오니까 언제 떴나싶을 만큼 가득 보인다. 저만치 서쪽에는 초승달도 떠있다. 사람들마저 한적하다보니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지금 난 동욱이 형과 한 뼘 간격을 둔 채 걷고 있다.
“형은 애인 안 필요하세요?”
내가 말을 꺼냈다.
“그다지.”
“그다지요? 그럼 조금은 필요하시다는 얘긴가요?”
“아니, 필요 없어.”
“하지만 외로우시잖아요.”
“별로.”
“별로라면, 조금은 외로우시다는 얘긴가요?”
“태호야.”
동욱이 형이 우뚝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캐물었죠? 저는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진짜 캐물으려고 했던 의도가 아닌데. 제발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갑자기 내 애인은 왜?”
“저는 그냥, 실은 제가 아침에 쓰레기통을 비워드리다가 봤거든요. 뭉쳐진 휴지를……”
순간 동욱이 형이 내 말을 가로채신다.
“그건 말이지……”
나도 동욱이 형의 말을 가로챈다.
“제가 펴봤어요. 호기심에 냄새를 맡아봤더니, 그거던데요?”
“…….”
동욱이 형이 침묵하신다. 하지만 표정의 변화가 무척 복잡하시다!
“헉! 제가 실수했죠? 죄송합니다!”
나 왜 이러지? 동욱이 형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추다니. 아, 정말 큰 실수를 하고 말았어!
“앞으로 내 쓰레기통은 내가 비울게.”
동욱이 형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제가 비워드릴게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자위하세요.”
“흠…….”
동욱이 형이 낮게 한숨을 내쉰다.
“아, 제 말은요! 그러니까, 형이 휴지로 닦고 쓰레기통에 버리셔도 제가 확인을 안 하겠다는 뜻입니다. 설령 보게 되더라도 형의 사생활보호차원으로 모른 척하겠습니다. 차라리 제가 눈 질끈 감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절대 안 보고, 각별히 신경 써서 자위해드리겠습니다.”
“뭘 해줘?”
“네? 어……”
뭐지? 내가 또 뭘 실수했나?
“그냥 내가 비울게.”
“아닙니다. 저를 집에 들여 주신 것도 너무 감사한데 그거나마 제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부끄러워서 그래.”
동욱이 형이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실 것 없으세요. 제가 얼마 전에 은행에서 잡지를 봤는데요, 애인이 있는 남자들도 종종 혼자서 자위를 한대요. 하물며 결혼한 남편은 아내 몰래 문 잠그고 수시로 한대요. 그런 걸로 봐서 형이 자위행위하시는 건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다만 저는 형한테 애인이 있으면 더 좋으실 것 같아서…….”
“태호야.”
동욱이 형이 싸늘한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네…….”
난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내가 또 실수했나봐.
“가자.”
“…….”
그게 다야?
“싫어?”
“아뇨, 가야죠.”
난 얼른 대답하고는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이리 와봐.”
“네……?”
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동욱이 형은 제자리에 서서 날 쳐다보기만 하신다. 역시 내가 몰라서 되물은 게 아니라는 걸 아신다.
“아, 네!”
난 동욱이 형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러자 형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사람들이 있을 때는 이런 행동을 절대 안 하시지만, 단둘이 있을 땐 가끔 이런 식으로 친근감을 나타내시기도 한다.
그러니까 새삼스러운 행동은 아니라는 얘기다.
“저쪽 길로 가자.”
동욱이 형이 청계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가리킨다.
“저 연인들의 산책로요?”
내가 물었다.
“그냥 지름길이지 뭐.”
동욱이 형이 나를 이끌고 계단 쪽으로 향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어색해하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지겠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어깨에 올려진 동욱이 형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근데 잡고 나니 이건 좀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
‘아, 뭘까?’
내 팔에 닿은 동욱이 형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다. 심하게 뛰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혹시 이게 정상적인 맥박인가?
내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향수인지 체취인지, 동욱이 형한테서 맡아지는 냄새까지도 너무나 좋다.
시선을 수평으로 하면 화려한 네온과 고층빌딩이 가득한 도시의 야경이 보인다. 시선을 내리깔면 졸졸졸 흐르는 수수한 실개울과 다양한 물풀들이 보인다. 이 상반된 풍경이 기분을 어찌나 오묘하게 물들이는지. 산속에서 개울을 봤더라면 기분이 이렇지는 않을 텐데.
어쩌면 내 옆에 동욱이 형이 있어서일까?
“태호야.”
“네.”
“우리 한집에 살면서도 대화가 너무 없었지?”
지금 동욱이 형이 나랑 대화하자고 물꼬를 트시는 건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늘 아쉬웠어요. 저는 형이랑 얘기도 많이 하고, 같이 놀기도 하고, 때론 술도 마시고, 지금보다 훨씬 더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그러지 그랬어?”
“그러려고 해도 그게 쉬워야 말이죠. 형이 항상 무표정이신데.”
“내 표정? 흐음.”
동욱이 형이 뭔가 생각하는 듯 눈을 위로 치켜뜬다.
“혹시, 모르세요?”
모르셨구나. 하긴, 대부분 고쳐지지 않는 습관은 자신이 모르기 때문이니까.
“실은 알아.”
“헉! 아시면서!”
어쩜! 어쩜!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네! 정말 시치미 백단이셔.
“그래서?”
깜짝이야. 나 ‘그래서?’ 노이로제 있잖아. 동욱이 형의 「그래서?」는 「그래서 어쩌라고?」의 준말.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무표정이라서 말을 걸기가 힘들었어?」 이렇게 들린다. 장족의 발전.
“형이 항상 무표정이니까 제가 말을 건네기가 너무 조심스러워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실수를 한 건 아닌지, 형의 표정에서 전혀 읽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매번 제가 말을 할 때마다 실수한 것 같은 느낌만 들고, 그러다 보니 말을 더 못 하겠고. 더구나 형은 제 학교선배님이시잖아요. 아무래도 어렵죠.”
“내 표정에 상관없이 너 편한대로 해. 내가 고치는 것보다 네가 그러는 게 더 빠르겠다.”
“저 편한대로요? 만약 제가 형한테 장난이라도 치면요?”
“여태 오해했구나? 나는, 네가 나한테 장난칠 때 기분 좋았어.”
“진짜요? 얼굴은 안 그러셨는데.”
“마음은 그랬어.”
“글쎄 당황하신 건지, 불쾌하신 건지, 아무래도 무표정이셨는데요?”
“그게 좋다는 표정이야.”
“그러세요?”
“응.”
“네.”
어렵다. 그게 좋다는 표정이면 싫다는 표정은 뭔데? 내 보기엔 둘 다 똑같구먼.
암튼 이제는 나 편한대로 스스럼없이 하라 이 말이지? 그러다 버릇없다고 한 대 맞으면 어쩌지? 나 동욱이 형한테 맞으면 상처받을 거 같은데.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
“형, 혹시 화나면 사람을 때리기도 하세요?”
“내가 너를 때릴 일은 절대 없어.”
“진짜요?”
“난 인성이랑은 틀려. 걔는 널 때렸지만, 나는 너 안 때려.”
앗! 지난 얘기를 왜 꺼내실까. 난 우리 형한테 맞은 거 아무렇지도 않은데. 벌써 다 잊었는데. 그리고 형이니까 동생을 때릴 수도 있지. 형제들 다 그런다고 하던데.
“네, 고맙습니다. 저 안 때리실 거죠?”
“맹세해.”
“그럼 저 이제부터 형한테 편하게 하겠습니다?”
“말도 놓자. 형이라 생각하고 반말해.”
“헉!”
난 너무 놀랐다. 아무리 친근감 있게 나오신다 해도 말까지 놓으라고 하실 줄은.
“왜?”
동욱이 형이 내게 묻는다.
“반말은 무리죠. 저는 우리 형한테도 반말 안 하는데.”
“나한테는 해도 돼. 내가 허락했으니까.”
“그래도…….”
“안 하면 화낼 거야.”
“왜 그러세요? 저 곤란하게…….”
“나 화났어.”
글쎄, 표정이 똑같은데?
“그럼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할게.”
“네?”
“노력할게, 해봐.”
“네?”
“정태호!”
순간 난 본능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동욱이 형이 화나신 것 같다.
난 두어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동욱이 형이 정말 화나신 것 같다. 온몸으로 느껴진다.
“노력할게, 해봐.”
동욱이 형이 재차 강요한다.
“……노 …력 ……할 ……ㄱ ……ㅔ.”
아, 반말을 하고 났더니 심장이 막 쿵쾅쿵쾅 미친 듯이 들고 뛴다.
암만해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친하게 지내자면서 왜 반말하라고 협박하시는데? 친해지는 방법도 참 희한하시지. 이러니 오죽 친해지기가 힘들어.
“이리와.”
동욱이 형이 내게 손짓하신다.
“네!”
난 군기가 바짝 들어 동욱이 형에게 다가갔다.
“응, 해봐.”
아, 또. ㅜㅜ
“해봐.”
동욱이 형이 채근하신다.
“……응.”
몰라. 하라니까 했어.
“그래, 편하게 반말해.”
“저는 불편한데요?”
“그래, 불편해도 반말해.”
이거야 원, 동욱이 형은 애초 대화를 늘리자고 했던 의도를 아예 단절시키기는 걸로 결론내고 있었다.
아니, 무표정을 감당하는 것도 힘든데 반말까지 하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대화를 안 하는 게 낫지.
“태호야.”
“…….”
“정태호?”
“으…… ㅇ?”
“우리 저기 건너가자.”
그 말에 난 동욱이 형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저 사랑의 징검다리…… ㅇㅛ?”
“그냥 돌다리.”
동욱이 형이 개울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신다. 내 손을 잡은 채. 나는 어영부영 동욱이 형의 손을 잡고 사랑의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건넌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동욱이 형이 나한테 지금 무슨 생각으로 이러시는지.
“으앗!”
난 징검다리 중간에서 발이 미끄러지며 몸이 휘청거렸다.
“으챠~”
순간 동욱이 형이 테크니컬하게 나를 잡고 확 끌어당긴다. 확 끌어당겨 가슴에 폭 안는다.
‘아, 난 몰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러는 건 앙큼한 된장녀가 재벌2세 꾀일 때나 상습적으로 하는 건데! 그것도 너무 진부한 수법!
설마, 동욱이 형은 내가 일부러 휘청거렸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 난 진짜 딴생각하다 발을 헛디딘 건데. 이거 오해받으면 나 너무 억울할 것 같아.
“발 삐었어?”
동욱이 형이 내게 물었다. 난 황급히 동욱이 형의 품에서 떨어지며 고개를 저었다. 안 삐었어요.
“걸을 수 있겠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걸을 수 있어요.
“대답해야지. 버릇없이 고개만.”
이거 봐! 이거 봐! 금세 버릇없다고 하시면서 반말이 어찌 무사통과 될까? 언젠가는 분명 화내시고 말거야. 버릇없이 반말했다고.
“걸을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말 놓으라고 했잖아.”
“진짜 제가 반말하길 원하세요?”
“응.”
“혹시 뒤끝은……”
“없어. 약속해.”
“그럼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솔직하게 대답해주시면 바로 말 놓겠습니다.”
동욱이 형과 난 여전히 징검다리 중간에서 마주보고 서있다. 거리가 무척 가깝다. 서로의 대화에 오가는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물어봐.”
“네.”
난 심호흡을 하고는 스스로 다짐하듯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도심에선 맡기 어려운 들풀향기 실린 바람. 심장이 묘하게 두근거린다. 바람 때문에 설레는 건지, 물어볼 말을 앞두고 긴장되는 건지.
중요한 건, 동욱이 형의 대답이 어떠하든 지금의 내 상황이 바뀌는 일은 없을 거다.
난 그의 눈을 섬세하게 바라본다. 양쪽 다 회갈색의 홍채. 하지만 그때 봤을 땐 분명 한쪽만 회갈색이었다. 다른 쪽은 짙은 고동색이었다.
그렇담 나의 홍채 색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
“동욱이 형, 오드아이 맞죠?”
>> 계속..
아시나요? 저 작년에 등단한 거. ^^*
지난 달에 문학지에 또 소설이 실렸어요!
교보랑 영풍에 판매하고 있는데,
제 실명에 이력에 사진까지 실려서 참... -_-;;
내년엔 드디어 소설가협회에 등록해요!
아.. 잘난 척을 너무 많이 했죠?
저는 드라마 쪽에서 잘 풀리고 싶은데,
생각지도 않은 소설 쪽에서 잘 풀리네요.
그래도 뭐.. 이게 어디야. ^^;;
곧 크리스마스에요!
저는 케이크 사가지고 혼자 집에서 먹을 예정~
첫댓글 와! 축하드려요!! 교보에 가서 문학지를 다 뒤지겠어요..ㅋㅋ 하지만 제가 사는 동네엔 교보서점이 없군요ㅠ.ㅠ 어찌됐건 많이 축하드립니다..스카이님 하는 일이 잘되시면 애인은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겠어요? ㅋ 메리 크리스마스~~!
와아~~추카~추카~드려요!! 그리고 크리스마스엔 정다운 님들과 잼있게 보내시게 될거에요!!추카~~바쁘신데 글 82올려주셔서 감사하고~~인성이 형아는 집에 언제 들어가요??
사진보고 싶다^^ ....축하드립니다..^^
태호야 너는 있고 -_- 애인 없는 사람에게 애인 만들라고 하면 혼난당...아 읽다가 도저히 못읽겠어 느므 질투나 ㅠㅠ 술퍼먹고 왔더니 태호 싸대기 짝짝 패주고싶어요 엉엉 ㅠㅠ 바닐라님도 질투나고 아난 뭐 ㅠㅠ 태호는 그냥 동욱이랑 갑시다(낄낄 부셔버리겠써!심은화봙) 오늘 진짜로 그래서 어쩌라고 겁나게 듣고 왔는데 동욱이같이 생긴아해들이 그럼 이렇게 술 안마셨을 텐데 엉엉 ㅠㅠ 신나게 깨지고 들어와서 산뜻하게 잠이 안드네 -_
축하드려요 ㅎ 꼭드라마쪽으로 성공하세요 ㅎ 오늘도 잘보구가요 ㅎ
와아아아아축하드려용~~~~!ㅎ_ㅎ!
축하드려요 소설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좋은 소식있길 바랄게요
어디 문학지요???
우와- 축하드려요!!!!!!!!! 소설가협회등록 멋져요
태호야 다른사람 생각좀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