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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같은 절집, 서산 부석사
세파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가끔은 속세를 떠나 청정한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산사체험을 해 보라. 조용한 산사에 몸을 맡기고 하루를 보낸다면 심신이 맑아질 것이다. 서산 부석사는 큰 절도 아니고 화려한 절도 아니다. 그저 산세 좋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절집이다. 부석면 큰 길에서 산사 들어가는 진입로가 의외로 넓어 조금 실망을 했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정주영씨 부인이 서산농장에 들러 이곳에 들어왔다가 차가 빠졌다고 한다. 며칠 후 현대에서 불도저를 동원해 이렇게 도로를 닦아 놓았다고 한다. 입구는 우악스럽다고 할까. 절 입구부터 500미터는 버스가 들어갈 수 없고 오로지 승용차만이 올라갈 수 있다.
평지 땅인 서산에서 지그재그 산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석사를 품고 있는 도비산은 태종이 1416년 2월 16일 7천명의 군사와 함께 이곳을 방문해 사냥몰이를 했던 장소다. 단순히 사냥몰이가 아닌 임금이 직접참여하는 군사훈련의 일종으로 강무라고 부른단다. 이곳을 훈련장으로 택한 이유는 조선초까지 부석면 창리(서산방조제)지방에 왜구의 침입이 잦았으므로 도비산에 올라 이를 살피기 위함이란다. 그후 해미읍성 축조했으니 해안 방위를 위한 큰 결심이 아닐까 싶다. 차가 맛있다고 소문난 찻집은 평일이어서인지 아쉽게도 문을 닫아놓았다. 누각에서 바라본 천수만 바다가 품에 안긴다.
해질무럽 이곳은 특급전망대로 바뀐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어 올라가니 길게 이어진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선방에 '牧龍壯'(목룡장) 이란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해석하면 '용을 기르는 곳'이다. 참으로 대담하고도 힘이 넘치는 이름이다. 석사는 건물의 배치가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부석사라고 쓰인 선돌이 뿔이고, 극락전이 머리이고, 강당이 몸통이고, 약수터가 젖이란다. 그 얘길 듣고 전체를 조망하니 딱 그 모습이다.
약수는 차지도 않고 미지근하지 않고 최적의 온도다. 소 몸에서 나오는 '우유약수'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밑에는 스님의 사리를 모신 부도들이 올망졸망 서있다. 부도라기보다도 '선바위'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정도로 격이 없다. 부석사는 자연에 거슬림이 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절집이다. 영주 부석사처럼 의상대사의 전설이 있고, 선묘낭자를 모신 전각도 있고, 저 멀리 앞 바다에는 부석도 볼 수 있다. 의상대사가 당나라로 갔을 때 이곳을 통해 거쳐 가지 않았나 추측 해본다. 산신각까지 굽이 올라가는 S자 계단이 참 예쁘다. 한 발 한 발 밟으면서 세파의 찌든 때가 털어 버린다. 딱따구리 소리가 들린다. 최상급의 숲에서만 자란다는 딱따구리를 이곳에서 볼 줄은 몰랐다. 작은 새가 "딱딱" 소리를 내며 나무를 쪼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다.
부석사는 사찰이라기 보다는 작은 쉼터 같다. 바다를 바라보는 나무의자가 있고 나무에 매달린 그네가 흔들리고 있으며, 부처님을 향해 두 손을 살포시 모으고 있는 동자승 조각상도 보인다. 빨랫줄에 주렁주렁 매달린 시레기는 바닷내음과 버무려져 보면서 덤덤한 삶의 향기를 느껴진다.
나무로 만든 그네는 바다를 향하고 있다. 해질 무렵 황금 노을을 바라보며 힘차게 비상하는 꿈을 꿔본다.
부석면은 일대는 생강이 많이 나온다. 해풍을 먹고 자라 그 향기가 진하다. 이 생각으로 만든 것이 서산 생강 한과로 육종마늘과 더불어 서산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서산 한과 체험장이 있어 아이들이 한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찹쌀로 만든 과심을 튀겨 몸을 부풀린 후...생강을 넣은 조청으로 버무리면 된다. 단단하면서도 감칠맛 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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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 절에 오래전 모놀 답사 울릉도 댕기 올때 함께한 호정스님이 계시지 싶어요.
저 그네에 앉아서
낙조를 보면 그만~~
얕으막한 언덕에 있어도
조망이 참 좋은 부석사.
찻집에서 보는 뷰가 굿~~~
한사발 쌍화차 진한 맛
둘이 먹어도 되는양 이더라구요 ㅎㅎ
좋네요 !
저는 아주예전 은행잎이 발목까지밟히던 영주부석사를 못잊습니다~
대장님 따라서 다녀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