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편에 부친 편지 /박용재
나 편지를 쓰네
낙엽들이 깊게 쌓여 있는
나무 벤치에 앉아 편지를 쓰네
멀리 들판엔 길을 잃은 사람들이
키 높은 장승처럼 서 있네
그 스산한 길을 바라보며
너에게 보낼 가을 편지를 쓰네
나는 이미 기다림에 익숙한 몸
하지만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의 몸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네
치유할 수 없는 기다림으로
내가 지쳐 피 흘릴 때 바람만이
부드러운 혀로 상처를 감싸 주었네
너를 보고픈 마음에 편지를 쓰네
이젠 너에게 언제 올 것이냐고 묻지 않겠네
더 이상 너의 답신도 기다릴 수가 없다네
내게 또 다른 네가 올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애타는 마음을 보낼 방도가 없어
바람 편에 이 편지를 부치네
물론 네가 지금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는지 모르기도 하거니와
편지를 지니고 갈 마땅한 인편도 없기 때문이네
착한 바람만이 이 편지를
정확하게 그대에게 전할 것이네
내가 너를 사랑했던 만큼
나의 체온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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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직접 타자로 쓰다보면 오타도 나오곤 하는데 ..금방 다시 읽어 보니까 ..오타가 있길래 수정했어요 ㅎ 님들 행복한 밤 되시구요 ...고운꿈길 걸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