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13) : 역답사 <단양역>
충북 단양은 물의 도시이다. 도시 중심을 단양강(남한강)이 흐르면서 강과 도시는 조화를 이룬다. 단양이 물의 도시이며 계획도시라는 점을 이번 답사를 통해 다시금 확인했다. 보통 강들은 도심의 중심을 가로지르면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양의 강은 도시와 함께 이동한다. 강들 따라가면 도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역에서 출발하여 상진대교를 지나면 단양관광호텔이 나타나며 본격적인 테크길이 시작된다. 오른쪽에 강이 흐르고 왼쪽에는 도시가 흐른다. 시장이 나타나고 학교와 아파트가 보이며 약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단양의 공공시설이 모여있는 일종의 행정타운이 등장하는 것이다. 어떤 도시보다도 단양의 행정시절은 집약적이다. 군청, 경찰서, 교육지원청 뿐 아니라 공공운동장, KT 등 모든 기관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단양강 테크길은 이렇게 단양의 상징인 ‘도담삼봉’까지 연결된다.
단양역에서 도담삼봉까지의 답사는 2시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걸린다. 원래 도담삼봉으로 가는 길이 공사 중이라 답사 막바지 쯤에서 길이 없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도담삼봉은 언제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 위에 떠있는 3개의 바위덩어리는 어떤 미학적인 아름다움보다도 독특한 신비를 지니고 있는 풍경이다. 그것은 고독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연대의 모습이다. ‘따로 또 같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만약 하나의 바위만 덩그란히 떠있거나 많은 바위들이 모여있는 모습이라면 현재와 같은 신비를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3개의 바위가 각각의 다른 크기와 모습을 통해 하나의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도담삼봉 옆에 있는 ‘석문’까지 답사했다. 항상 이 곳에 오면 도담삼봉만 보고가곤 했다. 아마도 젊었을 적에는 술에 취해서, 그리고 나중에는 누군가를 돌보아야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으로 만난 ‘석문’도 아름답다. 석회동굴이 무너져내리고 남은 흔적이라는 석문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선처럼 서있다. 석문 너머 마을이 하나의 이상향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곳을 넘어가면 ‘신선’들의 삶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도담삼봉’은 대학시절의 낭만과 허무가 담겨져 있는 장소이다. 대학 2학년 서클회장이었을 때 여름하계 MT를 이 곳으로 왔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같다. 하지만 당시를 기록했던 메모에는 나에 대한 자책이 들어있다.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고 그것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MT에 대한 느낌은 허무였다. 분명 내가 기획했고 실행했지만 사람들과의 제대로 된 동화는 없었다. 그저 세운 계획대로 운영했고 그 속에 나는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은 서클에 있는 동안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 감정이었다. 사랑했고 정열을 바친 시간이었지만, 고독하고 독단적인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도담삼봉’은 그러한 기억이 깊게 각인되어 있는 장소이다. 온몸을 휘감은 술기운의 기억과 함께.
단양은 오랫동안 여러 번 방문했고, 많은 곳을 찾았지만 단양역부터 도담삼봉까지 걷고나서야 도시 전체의 구성과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의 도로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는 단양의 단순하면서도 정직한 성격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강이 있다. 단양역에서 조금 걸어나오면 상진대교를 지나고 그 곳에서 두 개의 길이 갈라진다. 하나는 오늘의 답사 코스인 ‘도담삼봉’까지의 코스이며, 다른 하나는 단양의 명소인 ‘단양강 잔도길’이다. 강과 절벽을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단양역>은 추천하고 싶은 매력적인 길의 출발지이다. 단양읍과 도담삼봉을 향한 길과 잔도를 향한 길이 펼쳐지는 곳이다. 또한 단양역은 슬프지만 위대한 전설을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라진 <시루섬>의 전설적인 이야기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거 엄청난 홍수 때 마을사람들은 필사적인 협력과 노력을 통해 생존할 수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 등장할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던 그 날의 이야기는 인간의 연대가 보여준 하나의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그후 충주댐 건설로 시루섬은 작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지만 역 주변에는 그날을 기억하는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단양역>은 얼핏 덩그란히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역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곳은 멋진 답사의 출발점이며 아름다운 이야기의 고장인 것이다.
첫댓글 - 자연과 인간의 경계선! 충주댐 건설로 많은 이야기를 남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