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에서 마주한 역사의 그림자
동생이 동묘역 부근에 살고 있어 종종 이곳을 방문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동묘에는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 마침 동생이 출타하여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생겼다. 이참에 동묘와 동묘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동묘시장에 들어섰다. 빈티지 시장으로 소문난 곳이라 호기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어지럽게 쌓인 헌 옷과 잡동사니들 사이에서 특별한 매력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건성으로 한 바퀴 돌아본 뒤 시장을 나와 동묘로 향했다.
동묘는 관우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정식 명칭은 동관왕묘(東關王廟)이며, 임진왜란 이후인 1601년 선조 때 건립되었다. 명나라 군사들이 임진왜란에 참전하면서 관우 숭배 사상이 조선에 전해졌고, 명나라는 전쟁의 승리를 관우의 도움과 연결하여 그를 기리는 사당을 세우도록 했다.
사당 앞에 서니 외세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치러야 했던 시대, 이웃 나라의 미신 숭배 사상과 문화가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던 시대의 흔적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역사는 한 장면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과거에는 그랬을지라도 이제는 경제, 과학기술과 의술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을 능가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동묘는 불편한 방문지이지만 역사를 배우는 과정으로 여기면 편해진다. 지나간 시대의 흔적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고, 우리가 어디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나라의 진정한 힘은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자신의 문화를 가꾸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