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망언으로 수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을 ‘노력하면 다 돼!’라는 구박과 함께 자라게 한 에디슨.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에디슨의 그늘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한 채 ‘현재는 그들의 것일지 모르나 미래는 나의 것일 것’이라고 외치며 스러진 비운의 천재 테슬라. ‘아니, 테슬라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 이름이야?’라며 놀라고 있는 너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이 두 천재가 일으킨 두뇌싸움, 바로 ‘전류전쟁’이야. 해가 진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혀 인류에게 야근을 선사한 그 전류 말이야.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1. 놓치지 않을 거예요
세 나라의 러브콜을 받는 발명왕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핫 피플’로 꼽힌 니콜라 테슬라. 에디슨보다 8년 늦은 1856년, 세르비아인으로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테슬라는 8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 천재이자 준수한 외모를 갖춘, 188cm의 모델 뺨치는 장신에 옷도 잘 입는 데다 성격까지 좋은 ‘전설의 엄친아’였어. 시와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던 매력남이다 보니 뭇 여성들 사이에서 초절정 인기남이었지만, 테슬라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 5살 때 이미 발명을 시작했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좋아했던 그는 ‘나는 결혼한 남성이 만든 훌륭한 발명품들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며 온 삶을 발명에 바칠 것을 공표했다나 뭐라나.
발명왕 에디슨의 명성이 자자했던 시기, 28살의 테슬라는 에디슨과 함께 일하고픈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인이 써준 추천서 한 장을 달랑 들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단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로 인해 현재 미국,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세 나라 모두 ‘테슬라는 우리나라 사람’이라 주장하고 있다는 거지.
#2. 나 지금 떨고 있니?
에디슨을 긴장시킨 듣보잡 테슬라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1882년 테슬라가 자신의 연구소에서 발전기와 전동기를 연구할 때부터 에디슨은 이 천재의 재능을 질투에 불타는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 당시 에디슨은 전기가 차세대 에너지가 될 것임을 확신하고 전류 송전 방식인 직류 시스템 연구에 집중하며 전등, 전력 공급, 발전기 생산, 전선 생산 회사 등을 잇달아 설립해 전기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너럴 일렉트릭사(GE)’를 세워 전기 사업을 장악하고 있었지.
그런데 에디슨의 직류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어. 직류를 사용하려면 소비 지역과 가까운 곳에 발전소를 설치해야만 했지. 따라서 더 넓고, 더 먼 지역에 전기를 전송하려면 더 많은 발전소를 지어야 했고, 값비싼 굵은 구리선을 이용해야 해서 비용 부담도 컸어. 발전소의 잦은 고장도 문제였고.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한다…? “어이, 테슬라~ 자네가 전기를 싼값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면 내 거액을 안겨주겠네!” “안 그래도 찾았어요. 직류는 틀렸어요. 교류가 옳아요.” “내가 언제 나 틀린 거 찾으랬냐? 직류를 싸게 공급할 방법을 찾으랬지!” “저흰 안 맞네요. 안녕히 계세요.”
#3. 직류와 교류의 한판 승부
에디슨 VS 테슬라
직류는 항상 같은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는 전기를, 교류는 전기의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전기를 말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에디슨과 결별한 테슬라는 당시 교류에 관심을 보인 웨스팅하우스사와 손을 잡게 돼. 그는 그곳에서 교류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었고, 특허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 테슬라의 성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에디슨은 교류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퍼뜨리고자 시민들 앞에서 고압 교류로 수많은 개와 고양이를 죽이는 공개 실험을 하고, 교류 전기의자로 사형수의 사형을 집행했어. 그러면서 직류는 안전하고, 교류는 위험한 전기라고 지속적으로 테슬라를 공격했지. 그럼에도 ‘전류전쟁’의 최종 승자는 테슬라였어. 189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전기 시설 독점권을 따며 교류가 전기 시스템의 표준이 됐거든.
그 뒤 에디슨은 회사에서 물러났고 GE는 교류를 받아들였지. 또한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1895년 나이아가라 폭포에 수력발전소를 구축하게 돼. 웨스팅하우스는 건설 공사를, GE는 전기 공급에 필요한 전선 제작을 담당하는 식으로 말이야. 에디슨의 직류로 시작했던 ‘전기의 시대’는 교류의 시대로 변화했고 지금까지도 전기의 대부분은 교류가 담당하고 있지.
#4. 최후의 승자는 결국 에디슨?
재평가받는 테슬라
테슬라는 늘 한발 앞서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어. 생전에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창안한 이론으로 후대 과학자들은 수많은 기기들을 발명해냈지. 라디오와 TV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송수신 기능도 그의 작품이야.
어디 그뿐이니? 무선조종장치를 연구하다 로봇의 탄생을 예언하기도 했단다. 테슬라의 발명을 헤아리자면 끝이 없어. 전기기계용 전류 전환 장치, 발전기용 조절기, 무선통신기술, 고주파기술의 발전을 가져와 전기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고 전자현미경, 수력발전소, 형광등, 라디오, 무선조종보트, 자동차 속도계, 최초의 X선 사진, 레이더 등도 모두 그의 작품이지. 전기 자동차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모터스’가 왜 사명에 테슬라를 넣었는지 납득이 가지?
이처럼 많은 발명품을 만든 아이디어의 보고이자, 현대 과학기술을 예견했던 테슬라는 생전에는 발명과 사업 수완이 모두 뛰어났던 에디슨의 그늘에 가려 업적만큼 인정받지 못했어. 그러나 에디슨과 테슬라, 두 천재 발명가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빛이 없는 저녁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게 낫겠다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도 빛이라는 걸 기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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