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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지맥 4구간
2009.01.24 (토)
산길 : 활기재~금오산~돌고개
거리 : 21.1km
사람 : 조은산 샷따(감독관)
활기재~3.0~능밭재~3.2~부상고개~3.3~금오산(-1.9)~7.7~효자봉(제석봉)~3.9~돌고개....21.1km
Cartographic Length = 23.8 km / 소요시간: 10:25
두 구간 남은 금오지맥을 마저 정리했다. 첫날 활기재에서 돌고개까지는 다소 빡빡한 거리였고, 둘쨋날 돌고개에서 감천까지는 그리 길지 않은 구간이었으나 아침부터 내리는 눈에 미끌리는 바람에 여지껏 산행하면서 그리 큰 사고를 친 적이 없었는데, 하얀 눈밭에 선혈을 뿌리는 불상사가 있었다.
구미 감독관 샷따님이 두 구간 참관키로 했다가 첫날 금오산 까꼬막 그로기 펀치 한방에 뻗어 버렸다. 새벽바람 맞으며 출발시부터 쿨룩거리며 난조를 보이다가 자꾸 늘어지는 시간에 부담이 되었든지, 도무지 복구되지 않는 컨디션 때문인지 몰라도 금오산 내림길에서는 선수 혼자 달리게 하고 자기는 감독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시간을 체크 하겠다나... 덕분에 어두워지기 전에 돌고개에 안착할 수 있었으니 적절한 조치였다 여겨진다.
지난구간을 부상고개까지 끊어 놓았더라면 금오산 정상을 둘러보고 내려 왔어도 되었다만, 지맥에 이름을 부여한 금오산 정상은 지맥 마루금에서 제법 벗어난 형태라, 금오산 정상에 올랐다면 되내려와 된다. 지맥 분기점(×887봉)에서 금오산 둘러보고 오는데 왕복 3km가 더되고, 최소 두시간 이상이 걸리므로, 활기재에서 출발할 경우, 그리하기엔 돌고개까지 무리다. 그렇더라도 금오산은 개별적으로 서너번쯤은 오른 산이라 정상을 빼먹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김천시 농소면과 초전면의 경계인 활기재에서 시작하고 남면으로 들었다가 구미시계를 잠깐 접한 다음 다시 김천 남면과 아포읍의 경계로 가다가 마치는 돌고개는 김천 아포읍이고, 중부고속도로가 경부고속도로와 만나는 김천분기점이다. 다음구간 송천령에 오르면 구미시계를 접하고 감천이 낙동강에 합수하는 끝점은 구미시 고아읍이다.
활기재의 현지 발음은 ‘활굿재’다. 살티재(箭峠)와 마찬가지로 활(弓)과 관련있는 이름으로 보인다. 활기재에서 6km, 두시간여 능밭재 능선을 넘어가면 4번국도(부상고개)를 건너고, 금오산을 향한 빡빡한 오름이 시작된다. 부상고개(180m)에서 해발고도 600m를 낑낑대며 올렸다가 일순간 고스란히 반납하며 우장고개에 떨어지면 다시 180m다. 이후 효자봉까지는 길고 긴 능선길에 고도를 꾸준히 올리는 작업이다. 산불초소가 있는 효자봉에서 조망을 충분히 즐기고 동쪽 국사봉을 지나 돌고개로 내려서면 하루 일과가 마감된다.
금요일. 동기모임에 등산복을 입은 채 들여다보고 숟가락 놓자말자 부리나케 내뺐다. 설날 정체를 예상했으나 시내만 그럴 뿐이고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벌써 갈 사람은 다 갔는지, 아니면 경기가 워낙 썰렁해 모두들 귀향을 포기 한건지 모르겠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남김천 IC를 빠져나와 네비가 안내하는대로 송곡리를 찾아가니, 산사랑행님 농장엔 이미 불이 훤하게 밝혀져 있다. 구미 샷따님이 진작에 들어와 방구들 데워놓고 기다린다. 주인없는 집에 객꾼 둘이 주인행세 하며 들어앉았다.
1. 24(토)
07:20 활기재
08:45 능밭재
10:02 부상고개
12:50 ×826
13:12 금오산성
14:31 갈항고개
14:42 우장고개
15:15 △366.4
16:36 효자봉
16:59 국사봉
17:14 헬기장
17:45 돌고개
(활기재)
05:30 기상
감독관 나리가 준비는 다해놨다. 전기밥솥에는 푸석푸석 하긴 해도 밥 같은게(?) 들어 있고 코펠에는 김치찌게가 익혀져 있다. 간단히 데워 아침을 먹고, 점심은 라면으로 준비한다. 물은 부상고개 휴게소에서 보충키로 하고, 먼저 날머리로 가 차 한대 대놓고 활기재로 간다. 이쪽 길은 지역 원주민인 샷따에게는 밤중에도 훤한 길이다.
07:20 활기재 (활굿재 384m)
김천시 농소면과 성주군 초전면의 경계인 913번 2차선 아스팔트 도로다. 주변의 다른 고개보다 해발이 높다. 이름을 보건데 활(弓) 터(基)쯤 되었던 모양이다. 고개도로에는 갓길이 없고, 산으로 올라가는 시멘트길 위쪽에 주차공간이 있다.
등산화 끈을 묶는 동안 장갑 벗은 손가락이 아릴정도로 시리다. 올 들어 가장 추운날씨란다.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는다만 볼떼기는 벌써 뻐덩뻐덩하다. 시멘트길을 잠시 따라가다가 왼쪽 비탈로 붙는다. 산비탈에는 잘라낸 벌목이 어지럽게 엉켜있고, 선채로 흰 테프를 두른 나무들은 사형선고를 받고 조만간에 처분될 팔자에 떨고 있다. 그마저 자빠지면 등로는 더 복잡해지겠다.
어느정도 오르니 암릉이 기다린다. 기어오르며 나무사이로 떠오르는 일출 햇살을 받는다. 해가 다 떠오르면 공기가 좀 나아질려나. 장갑 속 손가락이 시리다. 편편한 반석같은 전망바위에서 보는 다음봉도 암릉으로 되어있다.
07:55 △594.5m
암봉이라 우측으로 돌아가는데 벌목이 뒤엉켜있어 온 신경이 발아래로 모인다. 자빠지지 않으려 용을 쓰다보니 삼각점봉은 그대로 지나친다. 한 봉우리 넘고 나니 비로소 보일러의 온수가 한바퀴 돌았는지 손가락이 겨우 풀린다. 빵모자 바깥에 이어밴드를 이중으로 둘렀다.
594.5봉에서 내려서면서 무심히 조은길만 따라가다 어긋났다. 왼쪽으로 벗어나 골짝으로 떨어졌다. 희미한 물길을 건너는데, 얼음이 두텁게 깔려있다. 여름엔 물이 질퍽할만한 곳이다. 골프장에서 길을 돌려놓은건 아닐테고, 왜 못봤는지 아리쏭하다. 눈(eye)이 얼었나...? 여하튼 594.5봉에서 내려서면서 골프장 건물이 보이면 그 건물쪽으로 붙어야 된다.
08:08 골프장 안부
펑퍼짐한 골짝에서 우측 안부로 올라서니 철선 두가닥이 쳐져있고 너머로는 넓은 골프장 잔디밭이 펼쳐진다. 2007년 6월 개장한 ‘성주 해븐랜드골프장’이다. 배낭 내리고 빵 하나 먹고 정신을 차려 살펴보니 지맥은 10시방향으로 깃대 뒤쪽이다.
08:26 성주군계
노곡리 마을이장님의 연설이 스피커를 통해 온산에 퍼진다. 잡목을 헤치며 내려서니 우측에서 내려가는 조은길에 합류하고 한동한 널널하게 진행하다가 안부에서는 우측 계곡을 따라 성주군계가 갈라진다. 염속산부터 접했던 성주군과 이별인 셈이다.
(성주 해븐랜드골프장)
(554봉)
(금오산)
08:45 능밭재 (502m) 안부
인적은 흔적도 없고 낙엽만 두텁게 쌓여 고개라 부르지도 못할 안부다. 앞쪽에 볼록 솟은 봉이 산불초소 봉이다.
08:52 ×554
망루처럼 생긴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산불조심’ 깃발이 펄럭인다. 초소 아래에 신발이 한켤래 놓인걸 보니 근무자가 올라가 있는 모양인데, 워낙 추운지라 내다보지도 않는다. 조망이 좋아 멀리 지난구간 백마산부터 내려온 산줄기가 훤하다. 속살이 드러난 골프장 능선도 보이고, 앞쪽으로는 금오산 뒷면이 다 보인다. 중계시설물이 있는 정상봉우리 직전에 있는 지맥분기봉까지 식별이 된다.
이제부터 길은 고속도로다. 5분가량 농소면계를 따르다가 우측으로 꺾으면서 온전히 남면으로 들어간다. 면계에서 벗어나면서 우측으로 꺾이는 곳은 정점 조금 더 지나쳐 꺾인다. 그저 무심히 조은길만 따라가면 되겠다.
계속되는 내리막으로 15분정도, 지도에 扶桑里 표기가 있는곳이 바로 산사랑형님 농장에서 올라온 길인 것 같다. 희미하게 묵은 길이 보인다. 큰 기복없는 능선을 이어가다가 차소리가 들리더니 숲 사이로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보인다. 지도상으로는 우측 아래로 도로에 마루금이 인접해 있지만 고도차가 제법 있어 내려갈 수는 없다.
09:51 짝퉁삼각점
지리원 삼각점은 아닌 정체불명의 표시물이 있다. 마치 삼각점처럼 No025라는 번호를 달고 있다만 지형도와 무관한 물건이라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어 조은길은 평택임공 묘원으로 이어지고, 아래쪽에는 더 넓고 비석이 촘촘히 도열한 함안조공 묘원으로 이어진다. 바로 아래쪽에 고속도로가 마루금을 가로 지른다.
09:57 중부내륙고속도로는 부상리 모사골로 들어가는 아스팔트 도로가 고속도로 아래로 지나간다. 도로에 내려서면 자연이 고속도로 건너편 능선은 생략이 되고, 도로따라 나가면 모텔 앞을 지난다. 방마다 개별 차고가 따로 있는데 샷따가 내려진 차고는 손님이 있는거고, 열린 샷따는 아직 손님이 없어서 그렇다고 인간 샷따가 해설한다. 모텔샷따는 샷따에게 물어봐라...
10:02 부상고개 (180m)
구 4번국도 扶桑里의 고개인데, 현지에서도 부상고개로 잘 알려져 있다. 우측으로 조금 떨어져 부상마을이 보이고, 왼쪽 가까이 주유소와 기사식당, 매점이 있다. 당연히 왼쪽으로 간다.
부상고개 기사식당(휴게소)
점심 먹기에는 이르고, 뜨뜻한 궁물이 절실히 땡기는데, 보란 듯이 난로위 오뎅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얼굴 이쁜 주인아줌마가 반겨주면서, “저런 산에는 만다꼬 댕기능교?” 한다.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아봐서 안다. 긴말 필요없다. “맥을 탄다” 하면 대충 알아듣는 척한다. 제대로 알기야 하겠냐마는 ‘맥이 뭔교?’ 는 우싸스런 질문임을 스스로 아는 모양이라 더 이상 긴말이 없다.
(부상고개 내려서기 전)
(지나 온 부상고개)
(남김천 톨게이트)
신설 4번국도는 무단히 뛰어 넘는다. 건너편 길따라 들어가면 밭으로 올라가는 길은 더 넓게 열리고 왼쪽으로 꺾인다. 밭이 끝나고는 잡목 덤불이다. 길은 있는둥 마는둥, 겨우 뚫린 길이라도 놓치면 더 고생이다. 해발 180에서 800까지 올리는 작업으로 그야말로 곡소리 난다. 그나마 중간중간 돌아보는 조망이 있어 숨이 찰만하면 돌아보고, 추울만 하면 또 오르고하니 그리 힘든 줄 모르겠다.
10:59 조망바위 (387m)
조망 참 좋다. 찬 공기는 더 깨끗한 법이다. 부상고개는 물론 좌우로 넓게 시야가 열린다. 고속도로 남김천 톨게이트에서 빠져나와 4번국도로 이어지는 국도와 남북지 얼음판이 하얗게 빛을 낸다. 샷따는 아직도 아래쪽 비탈에서 끙끙거리고 있다.
600m쯤 되는, 비탈이 처음으로 수그러드는 봉우리에는 돌무더기 하나 있다. 평지에는 낙엽이 무릎까지 빠지고 비탈에는 발이 줄줄 미끌린다. 금오산은 앞 봉우리 뒤에 숨었다.
11:49 흙비탈의 끝 암봉에는 부처손(바위손)이 뒤덮혔다. 눈이 깔리면 오르기 어렵겠다. 다시 680쯤 되고는 완만해 진다. 해발이 높으니 비례하여 바람도 거세진다.
×760m봉
×697봉을 넘어서자 앞에 갑자기 나타난 암봉은 마치 마이산처럼 볼록 솟았다. 전혀 예상 못한 봉우리가 하나 숨어 있었다. 구미 원주민인 샷따도 이런게 금오산에 있었는지 몰랐다고 탄복을 한다. 산정 가까이에 이런게 있으니, 이거야 말로 객꾼이 말한 외계인의 기지일지도 모르겠다. 불쑥 뚜껑을 열고 우주선이라도 튀어나올 듯 하다. 우측으로 돌아간다.
그 마이봉(!) 왼편으로는 금오산에서 내려와 효자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다 보인다. 효자봉, 국사봉 ... 우측 헬기장봉우리 까지 봉우리 세 개. 오늘 다 넘어야 될 봉우린데, 아득하기만 하다.
(금오산 암봉 ×760m)
(금오산에서 이어지는 지맥 마루금 : 효자봉, 국사봉)
마이봉을 돌아 오르니 또 앞쪽에 보이는 봉우리는 마치 독수리 머리처럼, 아니 호랭이 머리 같기도 하다. 매봉인가 아니면 우주선 발사대 같기도 하다. 이 봉우리는 먼데서도 잘 보인다.
12:33 선바위
숲속에 불뚝 솟은 바위다. 숲이 들어차면 잘 보이지 않겠다만 금오산 뒤편에는 기기묘묘한 바위와 봉우리들이 숨어 있다. 두터운 낙엽을 뚫고 파란 싹이 솟아난다. 하긴 춘분이 멀지 않았다. 아무리 첩첩산중이라도 언제나 겨울일 수야 없지 않은가. 암릉이 이어진다.
12:50 ×826
능선 분기봉이면서 우측으로 칠곡군 북삼읍계를 잠시 접한다. 금오산 정상부의 방송시설물이 보이고 바위에 붉은 페인트로 ‘828’ 이라 적혀있다. 대부분의 바위들은 보는 위치에 따라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매봉은 뒷 모습도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봉리쪽 경부고속철도가 일직선으로 발 아래로 달려온다. 암릉 가운데 짝퉁 삼각점 (No473)이 또 있다.
13:12 성벽
암봉을 다 지나고, 뚜렷한 길을 따르니 능선 우측사면으로 간다. 왼쪽으로 산성성벽이 보이고, 그대로 올라가면 금오산 정상으로 가겠고 지맥은 왼쪽이다. 성벽을 넘어가니 성벽은 두줄로 되어 있다. 외성과 내성으로 이루어진 모양이다. 그 가운데 폭파진 곳에 들어앉아 점심을 먹었다(13:15~14:00)
지맥은 성벽 초입에서 바로 왼쪽으로 꺾어 내린다. 성벽이 왼쪽으로 보이면 이미 분기점을 지나쳐 금오산쪽으로 들어선 것이다. 구름이 덮히기 시작하더니 눈이 날린다. 다시 부상고개에서 오른 비탈만큼의 내림길로 떨어진다. 뒤에서 버벅거리던 감독관이 먼저 뛰어가란다. 자기는 시간을 체크 한데나...
하기사 지맥꾼도 아니고, 최근 복잡한 주변사로 인해 컨디션이 저하되어 아침부터 내도록 쿨룩거리매 따라왔다. 여지껏 못 와본 금오산 뒤쪽을 다 훑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어쨌든 이제부터 나홀로 허벌나게 달라뺀다.
(선바위)
(경부고속철도)
(금오산성)
14:31 갈항고개 (290m)
눈보라 날리는 급비탈 내림길을 30분 떨어지니 경운기길이 넘어가는 갈항고개다. 왼쪽 아래 갈항마을이고 정면에는 ‘전주이씨 정석군파’ 崇祖堂(납골묘)이 있는데 납골묘의 둘레벽 높이가 내 키보다 더 높다. 윗도리 벗어담고 더 바쁘게 달려간다.
14:42 우장고개 (180m)
짧은 오름의 봉우리 하나 넘어 다시 10분 내려가면 1차선 아스팔트도로가 지나가는 우장고개다. 우측 수점동 대성저수지에서 왼쪽 오봉저수지로 이어지는 도로다. 부상고개에서 두 시간 반 걸려 올린 금오산 고도를 40분만에 다 까먹었다.
건너편 우측의 밭에 꼽혀있는 허수아비 옆으로 올라간다. 우장고개에서 올라선 봉은 ×321봉이고 좌측으로 꺾는다, 여기서 우측으로 아포읍을 만난다. 금오산에서 내려온 능선이 다 보인다. 앞쪽에 삿갓처럼 볼록 솟은 봉우리가 하나 있어, 힘께나 빼겠다 싶다. 날은 다시 맑아져 해가 나온다.
15:05 중부내륙고속도로(갈항터널)가 발 아래로 지난다. 우측 고속도로 뒤쪽으로 보이는 큰 저수지가 대성저수지다. 얼른퍼뜩 효자봉에 올라야 할텐데 마음만 바쁘지 길은 자꾸만 늘어나는듯 하다.
15:15 △366.4 (401복구 78.11건설부)
길가에 점잖게 앉아 있는 삼각점이다. 삼각점은 지도와 내 위치를 맞춰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데, 발은 엄청나게 멀리 온거 같은데 아직도 효자봉은 그 몇배나 남았다. 뛰어봐야 벼룩인가, 도무지 진도가 안나가는건 마음만 바빠서 일게다. 볼록 솟은 봉이 바로 앞에 와 있다.
15:31 ×457m
맥주캔, 막걸리병 등 쓰레기를 수북히 모아놓은 봉우리다. 멀리서 보던 뾰족하게 솟았던 봉우린데 막상 오르고 보니 그리 힘들지 않게 올랐고, 쓰레기보고 구시렁거리며 그대로 지나가다 보니 아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바로 왼쪽으로 꺾어야 했다. 남 나무라다가 길 잃을뻔 했다. 어문데 잔소리 하지말고 "니나 단디이 해라"는 교훈을 갖고 간다.
다음봉에서도 ×457봉과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꺾어 내린다. 다 내려서면 평평하고 억새 뒤덮힌 안부이고 평탄하게 나간다. 다음 오름길에서 돌아보면 볼록봉(×457)과 먼 뒤로 금오산이 보인다. 앞쪽으로는 효자봉 능선도 조금 당겨졌고 정상에 있는 산불초소가 식별된다. 오봉저수지 물은 얼음판이다. 저수지 한가운데를 오봉대교가 지나간다.
(갈항고개)
(우장고개)
(중부내륙고속도로 - 대성저수지)
16:24 ×456봉
여기 올라오니 앞쪽 봉우리에 산불초소가 뚜렷하다. 이제 효자봉이 지척이다. 숨차게 달리니 그 먼데 있던 산이 코앞에 다가온다. 나무에 패트병을 줄줄이 달아놨다. 방화수로 쓸려고 그리한 모양인데 정작 물은 다 말랐고 빈 통만 바람에 흔들거린다.
16:36 효자봉(帝錫峰 ×512m)
돌탑 여러기와 그중 하나에 정상석이 박혀있다. 망루형 산불초소가 있는데 안에 불을 피우는지 유리창에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헛 기침을 하니 모가지만 쭉빼면서 흘끔 내다보고는 이내 숨어버린다. 잠깐 창 열고 아는척 하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다. 우장고개에서 두시간을 헐떡거리며 달려왔다.
조망은 최고다. 김천 들판이 훤하다. 예전에 고속도로 타고 가면서 비행기 활주로 시설이 있던곳으로 생각되는 지점이 바로 아래다. 오봉저수지도 더 잘 보인다. 햇살이 구름을 뚫고 쏟아진다. 금오산은 남쪽 하늘로 장벽을 두르고 있다. 이정표에는 [국사봉980m 제석리1800m 국사리4030m] 세밀히도 적어놨다.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보고 남은 시간을 가늠한다. 흠~, 대충 한 시간이면...
25,000 지형도에는 ‘효자봉(帝錫峰)’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제석봉 국사봉은 아랫 마을이름과 같다. 제석리 국사리가 바로 북쪽 아래에 있다. 금오산은 더 높아 보이고 구미 시가지 아파트 단지가 가깝게 보인다. 국사봉으로 가는 길은 일반등산로라 널찍하게 열렸고 계단도 설치되 있다. 중간에 나무벤취와 철봉, 허리돌리기, 윗몸 일으키기하는 운동시설도 설치해 놨다. 제석리와 국사리 주민이 이용하겠다.
(효자봉 = 제석봉)
(김천들판- 경부고속도로)
(오봉저수지)
(구미시가지)
16:59 국사봉 (國士峰 ×480m)
왼쪽으로 빠지는 제석리 갈림길 [제석리 1200m]에서 그대로 올라서면 국사봉이다. 돌무더기와 이정표가 있다[국사리 3050m]. 효자봉 산불초소가 다시 점으로 보인다.
17:14 헬기장 (×434)
효자봉, 국사봉, 헬기장 세봉우리는 거의 비슷한 간격으로 나란히 솟아있다. 보도블럭 깔린 깨끗한 헬기장이다. 이제 북으로 꺾어지며 돌고개로 내려앉는다. [국사리1850m]. 지형도를 살펴보니 북쪽 아래가 국사리(國士里)이고, 바로 아래 골짜기 저수지에 ‘국토지’라 표기되어 있는데 아마도 국사리의 士를 토(土)로 잘못 읽었나보다.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국토지가 아니라 국사지 이겠다. 지형도의 이런 오류는 워낙 다반사라 세롭지도 않다. ‘니나 단디이 하소’ 이제 내려서는 일만 남았다.
고속도로 김천분기점이 보인다. 영어로 JCT라 하던가. 중부내륙과 경부선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나들목의 도로가 크게 원을 그리며 좌우로 돌아간다. 아마 높은 하늘에서 봐도 식별이 될만하다. 그 옆의 아파트단지는 아포읍이고, 고속도로 건너로 이어지는 내일 능선도 살펴본다. 내리막이되니 춥다. 옷을 꺼내 입었다.
17:28 단디이 안봤으면 그대로 갈뻔했다. 조은길은 정면으로 보내고, 지맥길은 좁아지며 우측으로 꺾이고, 2분 후 다시 지맥은 좌측 샛길로 빠지면서 길은 더 좁아진다. 잡목덤불을 헤치며 내려서다보니 우측 아래로 집이 보이고 포장된 시멘트길도 보인다. 잔가지에 긁히다보니 마루금도 귀찮아 마을길로 내려섰다.
(국사봉)
(김천JCT)
마을길(시멘트)따라 조금 내려가니 왼쪽에서 내려온 수레길로 리본이 달려있다. 내가 우측으로 빠진 지점에서 조금 더 마루금을 이은 흔적들이다만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남의 집 뒷산 덤불속을 헤매는거 보다는 옥체보존이 우선 아니겠나.
큰길로 나서면 [송천3리] 팻말이 있고, 전방으로는 여러 도로가 어지럽게 얽혀있다. 기차소리도 들린다. 새로 깐듯한 새까만 아스팔트를 따라 내려오니 자연적으로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게 되고, 경부선 철길이 앞을 막는다. 철길 건너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고, 그 건너편에 906번도로와 주유소가 보인다. 감독관 차가 달려온다.
17:45 돌고개 (74m)
906번 도로(이정표에는 구미방향을 가리키며 514번으로 되어 있다). 오일뱅크 송천주유소 앞이 지맥 마루금이다. 카메라 들이대니 벌써 후레쉬가 터질만큼 어둑해 졌다. 오늘 구간은 여기서 끝인데, 사실 내일 진행구간의 GPS트랙은 물론 지도도 준비를 못한 바라 'GPS영남' 카페지기인 모하니회장님께 부탁해 놓은 지도와 트랙을 다운받기위해 김천 황악바람님을 만나기로 했다.
지도야 아무 피시방에서나 받으면 되겠지만 GPS트랙은 전용케이블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나와 같은 기종을 쓰는 황악바람님과 접선을 해야 했다. 활기재로 넘어가 차를 회수한 다음 김천시내 황악바람님 댁으로 향할 참인데, 감독관님이 각중에 호출을 받는 바람에 혼자 김천시내로 들어간다.
본의하니게 복장불량인 상태로 황악바람님 댁을 방문해 트랙을 다운받고 지도를 출력했다. 부산에서 작업을 해 인터넷에 띄워주신 모하니회장님, 트랙 다운과 지도출력을 도와주신 황악바람님에다 감독관은 물론이고, 잠자리 제공해 주신 산사랑행님... 지맥길 다니면서 온 동네방네 이리 민폐를 끼쳐도 되는 일인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전국적으로 선이 닿지 않는데가 없으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동호회의 위력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된다. 샷따 왈, “행님은 전국구 아잉교~?”
(돌고개)
country roads
첫댓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대단한 산행입니다. 장족의 산행기에서 같이하는듯한 기분으로 읽어 내려왔습니다. 전국구 조은산님. 항상 화이팅에 마음좋고 잘 생긴 얼굴덕에 그래도 아직은 먹어주는것 같습니다.ㅎㅎㅎ 인자 또 5구간 읽어려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