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에 잡곡밥과 9가지 나물을 먹는 이유는
나무 아홉 짐을 하고 밥 아홉 그릇을 먹는다. 한가할 때 잘 먹어두어 그 해 일년 일할 것에 대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며 성씨가 다른 집에서 오곡밥을 얻어오라는 것은 남의 집 곡식을 고루 먹어 비타민 결핍증과 과다증이 걸리지 않도록 한 선조들의 지혜라고 합니다.
오곡밥에 마른 나물을 먹는것은 봄, 여름, 가을 중에 나오는 나물(고사리, 취나물, 참나물, 묵나물, 호박고지, 무시래기, 토란대 )등을 미리 말려 준비해 두었다가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에 오곡밥과 산나물을 먹어 원기를 돋우고 껍질이 딱딱한 견과류나 콩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을 부럼 깬다고 한답니다.
식량이 부족할 때 영양실조로 부스럼, 눈다래끼, 종기가 자주 났기때문에 즐겨먹었다고 하네요. 세 집 이상의 것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고 해서 집집마다 서로 나누어 먹기도 했다. 특히 이 날에는 하루 9끼를 먹어야 좋다고 한다.
일년 내내 좋은 소리를 듣기 기원하는 귀밝이술이 있는데 이 청주를 데우지 않고 마신다. 오곡밥, 약밥, 묵은 나물, 원소병 등을 먹으며
대보름 날 아침 밥을 물에 말아 먹고, 김치, 눌은 밥, 고추가루는 먹지 않는다.
라고 나와 있는데요?
김치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가는 사람이니 저는 김치를 먹기로 했답니다.^^
"어머니 보름때 그냥 있는 대로 먹으면 되지 왜 아홉가지 나물을 먹어야 하는 거예요?." 어머니께 몇 가지 나물을 담가놓고 물었습니다.
"옛날 어른들 말이 그랬다~나무지게를 아홉번 나르고 나물도 아홉가지 먹으라고 아마 힘썼으니 여러가지 나물을 먹으라는거 아니겠냐?."
당신도 팔순이 다 되어가는 어른 아닌 노인이련만 옛날 어른들이~~라며 말씀 운을 떼시니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 절기음식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때마다 챙겨 먹는 먹거리가 따로 있음에 옛 조상님들의 지혜가 놀라울 뿐입니다.
저희집은 대가족 한지붕이다보니 절기음식을 꼬박 꼬박 챙기게 됩니다. 어른들하고 함께 살다보면 힘든점도 많지만 여러가지 생활면이라 먹거리 챙겨먹는 편에서 보면 더불어 잘 얻어먹으며 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즉 해로운 쪽 보다는 이로운 쪽으로 무게를 더 많이 두고 살자는거지요. 피할수 없으니 그냥 즐겨라! 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차피 함께 살아야 될 형편이라면 어울덩 더울덩 상황에 맞춰 살아보자는 거지요.
보름이 몇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2월 9일 월요일)
돌아오는 월요일은 아이들 개학에 출근도 해야하고 온 가족이 바쁘므로 이번 주말을 이용하여 보름나물과 오곡밥을 해먹고 부럼도 깨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 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나물도 담그고 삶아 우려놔야 바쁘지 않게지요? 그럼 차근 차근 준비해 볼까요?
음력 설을 쇠고 어머님 생신도 지나 바로 나물을 미리 담가 삶아두었습니다.
손바닥 만한 텃밭에서 이런 여러가지 나물을 키워 말릴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여름에 땀을 흘리지 않고 가을에 손을 게을리 했다면 이 좋은 나물들을 못 먹었겠지요?
고사리만 빼놓고는 토란대나물/고구마줄기나물/호박오가리/토란잎나물/가지나물 다 텃밭에서 나온 한가족 입니다.^^
보름나물하면 빠져서는 안될 이 무청시래기! 밭의 보약이지요^^
이 나물들을 하루 전에 푹~~담가 놓는데 꼬옥 손으로 주물주물 해주어 가며 담가야 한다는거 잊지마세요. 그래야 보들 보들 잘 불려진답니다. 시간이 급할때는 미지근한 물에 담그면 더 좋습니다.
떫고 아린 맛을 없애기 위하여 토란대 말린것과 토란잎 말린것은 꼭 된장 한 수저씩을 넣고 삶아 주어야 합니다.
■ 고사리나물
부드럽게 잘 말려진 거라면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치기만 하시고 약간 질긴 고사리라면 처음부터 같이 넣고 10여 분 정도 더 삶아줍니다.
■ 고구마줄기나물
물을 충분히 붓고 센불에서 한 번 끓으면 중불에서 더 끓여 손으로 만졌을때 말랑해 질때까지 삶으셔야 합니다.
■ 가지나물
가지나물도 너무 삶으면 물러지니 팔팔 끓어 5분 정도 지난 뒤 만져봐서 말랑하면 꺼내시면 됩니다.
■ 호박고지나물
연한것이므로 끓는 물에 살짝 한 번 데치거나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고 물만 몇 번 갈아주세요.
■ 토란대나물
역시 된장을 한 주저 풀고 물을 넉넉히 잡아 30분 이상 삶아주고 손으로 만졌을때 말랑해야 합니다.
■ 토란잎나물
너무 삶으면 으깨지니 넓은 잎에 찰밥을 싸 먹으려면 질기지만 않게 삶으시기 바랍니다.
역시 된장 한 수저 넣고 삶으셔야 합니다.
■ 무청시래기
제일 만만하게 보면 안되지요. 다른 나물보다 물을 더 많이 붓고 끓기 시작하면 중불또는 약불에서 1시간여 정도 삶아줘야 합니다.
중간에 만져보시고 질기다 싶으면 더 삶으시면 됩니다.
이렇게 모든 나물을 삶고 나면 맑은 물에 몇 번이고 헹구신 뒤 넉넉한 그릇에 물을 듬뿍 담아 나물들이 잘 불려지고 우려지도록 담가 놓으시면 되는데 넉넉잡아 하루 정도 우리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룻 동안 삶아낸 나물들 입니다. 위에 처음 마른나물 담가 놓은거랑 질감이 너무 다르죠? 그릇이 제 각각 몇 번이고 물을 갈아주고 만져주고 했답니다.
이 담가진 나물들을 기름에 볶아도 되고 들깨거피가루 넣고 잘박하게 지져주듯 국물있게 볶아도 좋습니다. 가족들 입맛에 맞게 볶으시면 됩니다.
나물을 볶으실때 미리 밑간을 하신 뒤 센불에서 얼른 볶아줘야 더 맛있어요. 오래 볶으면 질겨 지거든요.
그 다음 시금치 입니다. 시금치는 노지 시금치를 꼬옥 사세요.
흔히 포항초라고 하지요? 포항초는 포항에서만 재배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일반 시금치에 비해 당도가 높고 저장기간이 길다고 합니다.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이라 하니 이때 시금치를 많이 먹어도 좋겠습니다.^^
제가 이번 설에 다듬기 싫어 단으로 꽉 묶어진 시금치 사왔다가 다 먹을때까지 "아고 맛없어라~아고 맛없어라~." 라는 말을 달고 살았네요.
뿌리를 통채로 잘라내지 말고 뿌리끝만 잘라내고 칼집을 서 너번 넣어주어 갈라주면 됩니다.
물을 넉넉히 잡아 팔팔 끓을때 포항초를 넣고 두 세번 뒤집어 준 뒤 얼른 꺼내 헹구시기 바랍니다. 물을 많이 잡는 이유는 시금치가 녹색으로 이쁘게 잘 데쳐지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시 이 콩나물이 빠지면 안되죠. 콩나물은 길이가 너무 길지 않은 꼬불이 콩나물을 사시고 깨끗히 씻은 다음 반 대접의 물을 붓고 김이 나기 시작하여 5분여 정도만 삶아 얼른 건져 시원하게 식혔다가 조물 조물 무쳐주세요.
콩나물탕은 마늘 몇 개를 저며 멸치와 함께 살짝 육수를 내어 그 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끓여준뒤 소금간만 하시면 맑은 콩나물 탕이 됩니다.
시원하게 식혀 나물과 찰밥과 함께 먹으면 그만한 것이 없지요.
그리고 무나물은 채를 썬 뒤 소금에 살짝 절여 들기름에 달달 볶아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아홉가지 나물을 모두 준비했습니다
그 다음 찰밥찌기 입니다. 찹쌀은 깨끗히 씻은 뒤 3~4시간 담가두시거나 하룻밤 담가두셔도 됩니다. 이때 소금을 조금 넣고 간을 살짝 해주시는게 좋아요. 불린 찹쌀을 찜기솥에 담고 70% 정도 익혀줍니다. 김이 나기 시작해서 40여 분 정도 익히면 됩니다.
70%정도 찐 찰밥을 너른 양푼에 부어 미리 삶아놓은 팥을 국물과 함께 통채로 붓고 밥과 함께 고루 섞어 줍니다. 이때 기호에 따라 설탕을 소량 넣어주면 찰밥이 더 맛있습니다. 잘 섞어진 찰밥과 팥입니다. 다 섞은 찰밥을 다시 찜기에 담고 김이 나기 시작해서 30 여분 이상 더 쪄주세요.
뚜껑을 열어보니 잘 쪄졌습니다.
잘 볶아진 토란잎으로 찰밥을 넣고 돌돌 말아주면
이렇게 찰밥토란잎 쌈밥이 된답니다.
식탁에 올려놓으면 오며 가며 하나씩 집어 먹기도하니 찰밥에 나물을 먹는재미가 쏠쏠합니다.
찰밥과 나물이 완성되었습니다.
콩나물 맑은 국물과 함께 상에 내 놓으니 푸짐하기가 그지 없네요.
첫댓글 조상들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