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혁신학교의 상징 송정중학교 폐교를 중단하라!
1. 송정중을 폐교하겠다면 교육개혁의 ‘교’자도 꺼내지 말라.
‘사람이 먼저다’,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창의적 민주시민을 키우는 혁신미래 교육’, 서울시교육청의 총 슬로건이다.
이렇게 좋은 말들은 서울 강서구 송정중학교 교문 앞에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서울의 385개 중학교 가운데 단 4개뿐인 ‘혁신미래자치학교’인 송정중학교가 내년 2월 폐교될 위기에 처했다.
송정중학교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다. 돈 때문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마곡동에 내년 2월 개교할 (가칭)‘마곡2중학교’를 위해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2. 시작은 교육부 관료들의 반교육적 정책이다.
1980년대에 시작된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5천개가 넘는 학교가 사라졌다. 농산어촌의 몰락, 도시의 불균등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소규모 학교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학생과 마을을 살리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농산어촌과 구도심의 몰락→주민 감소→소규모 학교 폐교→주거환경 악화→자녀 교육을 위해 이전→몰락의 가속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길은 소규모 학교를 살리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시대를 역행하여 학교 1개를 신설하면 기존의 소규모 학교를 3개나 폐교해야 한다는 ‘미신’을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공무원 총정원 때문이라는데, 아무 근거가 없다. 법률적 근거도 없는 ‘비공식’ 정책이다. 이 때문에 지금 울산, 청주, 음성에서도 심각한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3. 서울시교육청의 편법·불법 관료행정을 규탄한다.
2016년 12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송정중, 공진중, 염강초 3개교 폐교를 조건으로 마곡2중 신설을 승인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폐교를 하려면 교사 학생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다. 그 결과 2017년 4월 서울시의회에서는 마곡2중 신설 승인요청이 부결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반성 없이 2017년 12월에 ‘선공사 후동의’라는 편법 논리로 밀어붙여 마곡2중 신설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마곡2중 신설 이유는 송정중학교의 과밀학급 문제였다. 송정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가 2020년 32.1명, 2022년 36.6명, 20124년 40.1명, 2027년에는 68.9명까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마곡단지에 중학교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송정중학교는 폐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송정중을 폐교하면 마곡2중이 과밀학급 문제를 그대로 떠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송정중을 폐교해야 할 이유는 오로지 교육부의 ‘1개 신설 3개 폐교’ 지침과 이를 맹신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관료행정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송정중 폐교를 밀어붙이면서 내놓은 대책은 더 가관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한 학군으로 묶여있는 공항중, 마곡중, 방화중, 방원중, 삼정중의 학생수 예측 조사 결과 현재 총 117개 학급에서 2025년 143개 학급으로 27개 학급이 늘어나는데, 이들 학교의 유휴교실과 특별교실(과학실, 음악실, 미술실, 기술실, 가사실 등)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27학급이 늘어나면 현재 18학급인 송정중을 놔두고도 더 많은 교실이 필요한데, 송정중을 폐교하고 인근 학교의 특별교실을 없애면서 교육을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한 송정중을 폐교하고 인근 학교로 배정하면 통학 시간이 43분까지 늘어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버젓이 적시해놓고도 이를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도대체 학생과 교육이 그들의 머리속에 있기는 한 것인가?
4. 유은혜 장관, 조희연 교육감이 직접 결단하라!
유은혜 장관은 최근 학생수 감소로 교사를 감축해야 하는 강원도 교육청의 딱한 입장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작은 학교 살리기’에 공감했다. 그렇다면 당장 벌어지고 있는 송정중 문제를 서울시교육청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가 제공한 문제로 인식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비공식’ 지침인 ‘1개 신설 3개 폐교’ 정책부터 없애야 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더 이상 교육 관료들에 맡기지 말고 직접 결단해야 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당선 직후인 작년 6월 18일 ‘티브로드’와 인터뷰에서 강서구 학교 통폐합과 관련하여 “마을의 중심에 학교가 있으며, 최대한 소규모 학교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0년 간 교육개혁을 선도해온 혁신학교는 폐교 위기에 몰린 농촌의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서 시작되었다. 경기도 남한산초, 조현초의 혁신 사례를 공교육 영역으로, 도시로 확장하면서 혁신학교 운동이 새로운 전망을 열어낸 것이다.
송정중학교는 9년째 혁신학교이며, 작년에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선정한 ‘혁신미래자치학교’이다. 혁신학교 중에서도 더 혁신적인 실험을 해보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선정된 학교이다. 그런데 선정된 지 1년 만에 폐교를 한다고? 그것도 오로지 ‘1개 신설 3개 폐교’라는 미신을 위해서? 이러고도 교육개혁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최고의 혁신학교를 돈 때문에 폐교하면서 도대체 어떤 교육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인가? 200억 남짓한 돈을 건설업체에서 받아 서울시교육청에 주겠다는 그 알량한 경제논리,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관료들을 데리고 더 이상 교육개혁을 말하지 말라! 교육부장관과 서울시교육감이 직접 책임지고 송정중 폐교를 중단하라!
2019년 8월 16일
교육희망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