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국화, 그 행간 / 김효비야
바람과 하늘 사이에 꽃들이 꿈꾸듯이
춤을 추고 있는가, 요람에 흔들리고 있는가.
꿈꾸며 흔들리는 것마다 입맞춤으로
쓰다듬어 주고 싶은 꽃들에게
이승의 나는 육하원칙으로 묻고 싶어진다.
너희들은 여기까지 오느라 무엇으로 환생했을까
염화시중의 비밀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냥 이름만 묻기로 한다.
쑥부쟁이, 개망초, 구절초, 앵두소국 안개소국, 산국, 감국, 해국...
그래도 난 그냥 들국화가 더 좋아라.
벌, 나비 잊은 지 오래 된 들국화 한 송이.
눈치껏 꺾어서 내 머리에 꽂을 테야.
그러다 누님 같은 국화를 만난다면 첫사랑을 고백할거야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여자는 꽃집여자라고 중얼거릴 거야.
중얼거리다 진짜 꽃집여자가 될 지도 몰라서 더 중얼거릴 거야
사랑에 쫒긴 연인이 지상에 없는 에덴동산을 마지막으로 찾았을 때,
들국화 천지였을까 ,그냥 들꽃더미였는지도 몰라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이 흐르고 어디선가 총소리가 났고
그 때, 노랑나비 한 마리가 바람 속으로 달아났었지
나는 나비를 잡으러 돌아다니다 꽃밭에 누웠다가
마녀의 사과를 훔쳐 먹고 이브처럼 잠들 테야.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릴케보다 달콤하게 잘 거야.
나비가 꽃들의 치마에다 뿌려준 것이 사랑의 묘약일까
가을 소나타라는 매혹적인 이름을 가진 페르몬향수일까
다시 가을과 국화 사이로 나비처럼 쏘다니다
어디쯤 엎드려서 몽상의 미학을 끄적거려 볼꺼나.
그 사이, 반딧불이인가 나비인가 주마등인가 싶게
꽃들이 나비를 술래잡기할 때, 나는 나비일까 꽃일까..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1967년 스웨덴영화 <엘비라 마디건>의 주제곡으로,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두 발이 총성이 울리고 나비 떼가 놀라 날아갈 때
흐르는 테미곡이다. 시집, <상상임신하는 여자>에서
- 2016 함평국화대전 공모작(우수상)
첫댓글 우선 축하해요.
자세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