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인간지놈연구소 줄리아 세그리 박사팀은 인간의 신체 중 겨드랑이나 팔꿈치 안쪽 등 축축한 부위에 세균이 가장 많이 존재한다고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했다.
그런데 사실 곰팡이균은 인체의 습한 부위면 어디든 침투할 수 있다. 유박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곰팡이균은 흔히 생각하는 무좀 외에도 완선, 습진, 어루러기의 피부질환을 일으키며 신체 여러 부위에서 나타나기도 한다"며 "다양한 증상을 잘 구별하지 못하고 방치해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좀은 피부사상균이라고 불리는 곰팡이균이 피부의 바깥층인 표피층에 감염되는 것으로 보통 손발톱에 잘 생긴다. 머리에 무좀이 생기면 심한 악취와 함께 비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운전기사와 같이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겐 허벅지 완선이 잘 생긴다. 허벅지 완선은 `사타구니 무좀`이라고도 불리는데 특히 남성에게 잘 생기는 특징이 있다. 고환 때문에 허벅지와 사타구니 등에 땀이 차서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황토색 반점이나 피부에서 하얗게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많이 생기는 `어루러기`는 곰팡이균의 일종인 말라세지아 효모균 때문에 생긴다. 원래 피부에 곰팡이균이 있지만 온도가 올라가고 습기가 많아지면 피지가 많은 가슴, 겨드랑이 주변에서 급속하게 증식하는 특징이 있다.
이같이 피부에 생기는 곰팡이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샤워 후 물기를 남기지 않는 등의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또한 항진균을 쓰면 금방 증상이 나아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5~6주간 꾸준히 항진균 연고를 사용하라고 피부과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곰팡이균은 피부뿐 아니라 입이나 질 속에서도 질환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이 곰팡이의 일종인 `칸디다균`이다. 칸디다균은 입속 점막의 저항력이 떨어지면 증식을 시작해 지도 모양으로 입 천장 등에 붙어 있는다.
칸디다균은 여성의 질 안에서도 번식한다. 칸디다 질염이 생기면 질과 외음부에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냉이 많이 생긴다.
정혜원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건강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면역력이 약한 경우나 임신 중에 이 같은 증상이 잘 나타난다"며 "습한 환경을 피하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눈에도 곰팡이균에 의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곰팡이균이 눈에 염증을 일으키면 심할 경우 각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명이 될 수도 있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손에 묻은 곰팡이균이 렌즈를 통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천기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렌즈를 사용하는 사람 중에 눈이 흐리게 보이거나 통증이 느껴지고 빛에 대해 민감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