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3340명
이 편지는 대림절이 시작될 때 쓰려고 했습니다만,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와 급박하게 돌아가는 탄핵시국 때문에 오늘 쓰게 되었습니다.
‘일 년에 3340명’이 무엇인가 궁금하시겠지요.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숫자입니다. 통계를 보고 놀랍기 그지없고 분노와 죄스러움이 함께 몰려왔습니다. 이런 줄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이렇게 살벌하고 무심한 곳이 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3340명 중에 ‘아는 죽음’이 고작 21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6.4% 뿐이었습니다. ‘아는 죽음’이란 국적, 성별, 나이, 직업, 사망 시점, 의료적 사인, 비자 형태 등이 파악된 사망자입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무엇인가 하면 ‘모르는 죽음’이라는 것이지요. 아무런 기록도 없이 아무 데나 버려지는 죽음들이라는 의미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이 땅에 왔다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게 죽은 사람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그 몹쓸 놈의 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망 보상이나 장례에 드는 비용 같은 것을 내기 싫고 귀찮아서 아무 데나 ‘암장’하여 남몰래 묻혀버리고 만다는 것인데..... 이것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우리나라에 대략 144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와있는데 언제든지 ‘모르는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정부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만, 우리 또한 관심을 가져야 마땅한 일 아니겠는지요.
구약 예레미야 애가의 말씀을 옮겨 적으면서 편지를 마치려고 합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여 너희에게는 관계가 없는가”(1장 12절)
한 해가 지나가고 있고 예수님께서 오고 계시는 이 때, 가던 길을 멈추고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많은 ‘모르는 죽음들’ 앞에 삼가 머리를 조아리며 진심으로 애도하고 추모하며 편지를 마칩니다.
마라나타! 오십시오. 주 예수님! 모르는 죽음들 위에!
첫댓글 아 너무했네요 믿기지 않네요
우리가 이렇게 야박한 민족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