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0일 물날]
꽃게 다리 갯수가 이토록 어려운 문제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ㅠ
아침 나절 꽃지짐과 쑥요리 하는 날이라 다들 바쁘게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낮 공부로 바깥 선생님이 들어오는 공부가 있어
일찌감치 요리를 끝내야 해서 9시 반에 다같이 모이기로 했습니다.
저는 잠깐 누리샘 방에서 연재와 하루 흐름 이야기를 나누고 연재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요즘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연재는
하루에도 여러 장씩 알록달록 멋진 그림들을 그리고 있지요.
오늘 연재는 빨간색 색연필로 꽃게를 정성들여 그리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누리샘 방을 지나던 원서가 뭐하나 궁금해 하며 누리샘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원서야, 지금 아래층에 다 모이는 시간이야. 연재 형 그림 마저 그리고 갈테니 먼저 내려갈래?"
"연재 형 뭐 그리는 거에요?"
"응. 꽃게 그리는 거야. 우리 원서 꽃게 알지? 옆으로 막 기어다니잖아."
그러자 원서가 양팔을 꽃게 다리처럼 쫙 펴곤 옆으로 걷는 시늉을 합니다.
"아! 그럼 원서야. 너 꽃게 다리가 몇 개 인 줄 알아?"
"음...."
"원서가 지금 손가락 쫙 펴고 있잖아. 그만큼이야."
그랬더니 냉큼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숫자를 셉니다.
"와. 열 개요. 열개 맞지요?" 하며 크게 기뻐합니다.
이야기가 끝날 쯤 연재도 그림을 다 그려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원서가 두 손을 모으고는 살짝 귓속말을 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이거 아침열기 때 문제로 내주세요. 네? 제가 맞출께요. 꼭 문제로 내주세요. 알았죠?"
이럽니다. 그러마 답은 해주었지만 아침나절 공부가 바빠 낮공부 채비할 때 내주겠다고 했지만
아래층으로 내려온 원서는 줄곧 제 눈을 맞추며 싱글벙글 싱글벙글 어서 문제를 내라고 눈짓, 손짓, 몸짓을 보냅니다.
어쩌나.. 어쩌나.. 하고 있는데 제가 문제를 내지 않는 것이 걱정이 된 원서가
아침나절 이끔이를 하고 있는 권진숙 선생님에게
"선생님,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도 들어봐요." 합니다.
아이쿠야. 어쩔 수 없습니다. 잠깐 깜짝 문제로 내고 얼른 마무리 지어야지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좀 전에 연재가 꽃게 그림을 그렸고 원서가 그걸 보고 재미난 문제를 생각했다며
깜짝 문제를 냈었습니다.
문제는 바로바로
"꽃게 다리는 몇 개 일까요???" 였지요.
뭐, 다들 당연히 열 개라고 답하겠지 싶어 높은샘들은 답하지 말고 낮은샘들에게만 답해보라고 했습니다.
그. 런. 데. 이런. 아뿔사!!!
"저요 저요 저요" 목에 핏대 세우며 팔을 높이 들던 아이들에게서 튀어나온 소리는
"여덟 개요. 여덟 개 맞아요."
"저요저요 여섯 개요."
여기저기서 여덟 개, 여섯 개가 확실하다고 목청 껏 소리칩니다.
어머나!!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해 덕적도를 못가서 그런 것일까요?
꽃게 그림도 그렸던 아이들인데... 하하하하하..
웃음이 팡 터졌습니다. 이 상황을 어찌 정리해야할지 난감하기도 했지요.
그 때 늠름하게 원서가 손을 들고는 손가락을 쫙 펴보이며
"선생님, 선생님 저 알아요. 손가락 이렇게 해서 열 개. 열 개 맞지요?"
네.. 열 개... 열 개 맞지요?
순간 저도 꽃게 다리가 정말 열 개인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 손가락으로 몇 개인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저 뒤편에서 최명희 선생님이
"꽃게 다리를 누가 몇 개 먹었나봐요." 이러십니다.
꽃게 다리 열 개 맞지요? 확실한건가요?? 믿을 수가 없어졌어요.하하하하하.
꽃게 다리가 여덟개, 여섯개라고 했던 아이들은
꽃게 다리가 열 개라는 답에 '설마, 그럴리가, 아닐텐데' 줄곧 어리둥절해 합니다.
그 어리둥절해 하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그 상황이 떠올라 혼자 뒹굴거리며 웃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선생님께 듣어 보니 답하지 말랬던 높은샘 아이들도 비슷한 답을 했다고 합니다.
아깐 좀 당황해서 높은샘 아이들을 살펴볼 틈도 없었네요.
원서 덕분에 제겐 아주 재미난 공부가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꽃게 다리가 열 개라는 걸 믿을까요? 믿어야 하는 걸까요?
여러분 아직도 꽃게 다리가 열 개라고 믿으십니까!!!^^
첫댓글 꽃게 다리는 열개가 맞습니다 제가 네이버에서 찾아서 확인했습니다 우리 아들 최고!!
귀염둥이 원서군!
덕적도 꽃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