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백성 가운데 병자들을 모두 고쳐 주셨네.”(마태 4,23 참조)
오늘 교회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태어나 자신의 온 삶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기 위해 평생을 동정으로 살며 시련과 박해 속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지킨 아가타 동정 순교자를 기억합니다. ‘선하다’라는 뜻의 아가타라는 이름이 드러내주듯이, 온갖 선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하고 착한 여인이었던 성녀 아가타를 기억하는 오늘 복음 말씀은 마르코 복음의 말씀으로서 계속되는 예수님의 치유 기적이야기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호수 건너편으로 이동하는데, 수많은 이들이 병자들과 함께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예수님의 옷자락 술이라도 만짐으로서 치유의 기적을 얻기를 청하는 이들이 예수님이 가시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오는 모습은 병의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이들이 병이 낫기만을 바라는 그들의 간절한 마음으로 비쳐집니다. 그런데 이 길지 않은 복음 말씀 가운데 우리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그들이 모여드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오늘 복음에 따르면 그들이 모여 드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맨 처음 예수님과 제자들이 배에서 내리지 예수님을 알아보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예수님이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 병자들이 예수님으로부터 치유의 기적을 얻게 되자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해 그 일대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특별히 병자들이 성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들것에 자신의 몸을 눕히고 예수님이 계시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그곳을 향해 몇날 며칠을 향해 갑니다. 그리고 그 분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을 올리면 예수님은 그들 하나하나를 손수 어루만져 주시고 그들의 병을 낫게 하는 이 일련의 과정. 예수님을 중심으로 예수님이 계시는 곳에 많은 이들이 모여들고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이들이 생겨나고 이를 통해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의 사랑이 온 천하에 점점 퍼져나가는 이 모습은 하느님의 사랑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확산되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처럼 비쳐집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시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당신이 필요로 하는 이들 모두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기꺼이 전하는 복음의 이 모습은 오늘 독서의 열왕기 상권의 말씀 안에서도 역시 발견됩니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이 이루지 못한 일, 곧 하느님 현존의 상징인 계약의 궤를 모실 거룩한 성전을 지어 바치고 그곳에 계약의 궤를 모십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솔로몬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 솔로몬이 말하였다. “주님께서 짙은 구름 속에 계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당신을 위하여 웅장한 집을 지었습니다. 당신께서 영원히 머무르실 곳입니다.”(1열왕 8,12-13)
이집트 노예살이로 고통 속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을 모세를 통해 탈출시킨 하느님은 당신이 그들과 함께 있다는 약속의 표징으로 계약의 궤를 삼았습니다. 그 궤를 통해 이스라엘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이 그들과 함께 하고 계심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40년 순례의 여정 끝에 마침내 약속의 땅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곳에서 왕국을 이루어 솔로몬이 임금의 자리에 있을 때, 항상 천막 안에 모셔진 계약의 궤가 마침내 거룩한 성전 안에 모셔지게 됩니다. 이 일련의 일들은 하느님을 가장 소중하고 고귀한 자리에 모시고 그 하느님과 항상 함께 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솔로몬 임금의 내적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집니다.
하느님을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자리, 고귀한 자리에 모시는 것은 내 삶의 가장 최우선의 자리에 그분을 모시는 것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이것 하고 저것 다 한 후에 시간 남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하느님을 찾는 모습이 아닌, 내 삶의 최우선의 가치와 가장 중요한 자리에 하느님을 모시려고 노력할 때, 하느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 주시고 그곳에서 언제든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넘치도록 베풀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 사실을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잘 드러내 보여주시며 오늘 복음환호송은 한 줄로 요약하여 잘 이야기합니다.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은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백성 가운데 병자들을 모두 고쳐 주셨네.”(마태 4,23)
예수님은 우리 안에서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우리의 모든 아픔을 낫게 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을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모실 때,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우리가 바라고 청하는 모든 것을 넘치도록 얻게 된다는 진리, 바로 이 진리를 오늘 말씀은 선포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하느님을 내 안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모시고, 그분과 함께 하는 삶을 최우선순위에 둠으로서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은총 가득한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예수님은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백성 가운데 병자들을 모두 고쳐 주셨네.”(마태 4,23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