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곡성' 시나리오를 가지고 왔길래,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 재앙이었습니다. 끔찍하였습니다. 유혈 낭자, 악다구니, 절규, 비명, 불필요한 과장된 잔혹함들.... 악취가 진동하였습니다.
감독을 위한, 전문 영화 기득권자들, 그들을 위한 영화일 뿐입니다. 관객들을 농락하고, 현혹시키고, 타락시키고, 황폐하게 만들면서, 이익을 취하는 사악한 사디즘일 뿐입니다....
요새 국내외적으로 이런 영화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잔혹한 영화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들은 현실이 더 가혹하고, 더 잔인하다고 말합니다. 영화를 탓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그런 현실에 대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요? 저항의 고발인가요? 출구를 찾는 헌신인가요? 그나마 위안을 주는 바가 있나요?
오히려 잔혹한 현실을 상업화하여, 현실의 잔혹함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잔혹함의 문화를 유포함으로써, 현실의 잔혹함을 합리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잔혹한 현실과 동맹을 맺고, 사람들의 고통 속에서 이득을 취하는 군림과 수탈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불가의 영화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들은 영화의 중의성, 은유와 상징을 얘기합니다. 관객들에게 해석을 맡기는 개방적 형식을 말합니다. 감독의 트릭을 영화의 문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명장면들에 대한 오마쥬, 혹은 패러디도 업계의 수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새로운 깨달음을 낳는지, 신선한 감동으로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독의 자기도취, 과시욕의 발현이고, 영화를 전문가의 영역으로 만들어 특권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전지전능한 기획자가 되고, 관객들은 그에 추종하는 신도로 합류하게 됩니다. 충실한 신도는 유명 감독과 함께하는 특전을 얻게 될 것이고, 충실치 못한 신도는 무식하고 촌스러운 딱지가 붙게 되겠지요...
이런 영화들은 우리 시대 타락의 현저한 징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