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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로렌초 다 폰테
초연 1790년 빈 부르크 극장
배경 18세기 나폴리
<2013년 5월 마드리드 테아트로 레알 / 202분 / 한글자막>
테아트로 레알 데 마드리드 오케스트라 연주 / 실뱅 캄브렐링 지휘 / 미카엘 하네케 연출
피오르딜리지.....나폴리의 귀족 처녀. 도라벨리의 언니.....아네트 프리츄(소프라노)
도라벨라...........피오르딜리지의 여동생........................파올라 가르디나(메조소프라노)
데스피나...........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하녀...........(소프라노)
페란도..............장교. 도라벨라의 연인.........................후안 프란시스코 가텔(테너)
굴리엘모...........장교. 피오르딜리지의 연인...................안드레아스 볼프(바리톤)
돈 알폰소..........나이 많은 철학자................................(베이스)
캐릭터 싱크로율 100%
하녀 데스피나까지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여섯 가수들의 절창과 앙상블, 그리고 배우 뺨치는 연기
작품의 성격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펜트하우스 무대
이 정도 완성도 높은 <코지 판 투테>...당분간은 힘들어 보인다.
절묘한 앙상블을 보여줄 수 있는 여섯 명의 가수를 한 자리에 모은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오바마 취임식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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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세계적인 영화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연출한 모차르트 최고의 문제작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가 완성한 다 폰테 삼부작 중에서 가장 마지막 작품이다. 작곡가의 오페라들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정조를 비하하고 스와핑을 방불케 하는 발칙한 내용으로 인해서 후대인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본 공연은 2013년 5월 마드리드 테아트로 레알의 무대에 올랐던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연출한 최신 프로덕션이다. ‘피아니스트’, ‘하얀 리본’, ‘아무르’로 세 차례나 칸 영화제의 최고상을 수상했던 미카엘 하네케는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사회적 쟁점들을 어둡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표현해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허무맹랑한 이 오페라의 내용을 특유의 신랄한 시각으로 재조명하였다. 모던한 펜트하우스를 배경으로 현대 상류층 젊은이들의 모럴해저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돈 알폰소와 데스피나의 관계 또한 새롭게 해석되었다. 매력적인 용모의 젊은 기대주들로 구성된 성악진은 자연스런 연기와 준수한 가창으로 프로덕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코지 판 투테>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성에게는 정조가 없다고 믿는 철학자 돈 알폰소는 자매를 사랑하는 두 남자와 내기를 건다. 그들은 군대에 소집되었다고 거짓말을 한 뒤, 변장을 하고 상대방의 연인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정조를 강하게 지키던 자매는 이들의 막무가내식의 애정공세에 결국 무너져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결혼식 직전에 자초지종이 밝혀지게 되고, 두 자매는 원래 연인들의 책망 속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극이 마무리된다.
본 프로덕션을 담당한 미카엘 하네케(1942년생)는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이다. 빈 대학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던 그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사회적 쟁점들을 어둡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여러 영화들을 통해 자신의 명성을 드높였다. 영화평론가로 오래도록 활동한 이후, 1989년 ‘7번째 대륙’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였고, 2001년 ‘피아니스트’(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동명영화와 별개의 작품)로 칸 영화제 그랑프리, 2006년 ‘히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 2009년에는 ‘하얀 리본’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골든 글로브의 최우수 국제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2012년에도 ‘아무르’로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 작품 해설 === <2011년 1월 11일 발행 네이버캐스트, 이용숙 글>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특성 : 모차르트의 오페라중 가장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음악
정보 : 1790년 1월 26일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
수없이 사랑을 약속하고 확인하고 맹세한 내 연인이 잠시 떨어져 있는 사이 다른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약속한 약혼녀들의 변심을 다룬 대표적 희극입니다. 유명한 대본작가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가 유부녀와의 연애사건으로 베네치아에서 추방당해 빈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모차르트 최고의 걸작 이탈리아어 오페라 세 편은 우리 곁에 없었겠지요. 1786년에 빈에서 초연한 [피가로의 결혼], 1787년에 프라하에서 초연한 [돈 조반니], 그리고 1790년 1월 26일 빈 부르크테아터(Burgtheater)에서 공연된 [코지 판 투테]의 대본이 모두 다 폰테의 천재적인 펜 끝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코지 판 투테>란 ‘여자들은 다 그렇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는 다 그래’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기도 합니다. 이 오페라의 원작 소설이나 희곡은 없지만 다 폰테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남편이 집을 떠났다가 변장하고 돌아와 아내의 정절을 시험하는 이야기),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광란의 오를란도Orlando Furioso] 등 여러 문학작품을 참고했습니다. 당시 유럽 궁정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파트너간의 정절시험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전합니다.
약혼녀의 정절을 두고 내기를 걸다
이야기의 배경은 18세기 후반, 이탈리아 나폴리입니다. 자매간인 피오르딜리지(Fiordiligi. 소프라노)와 도라벨라(Dorabella. 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는 젊은 장교 굴리엘모(Guglielmo. 바리톤) 및 페란도(Ferrando. 테너)와 며칠 전에 약혼한 사이죠. 이들은 카페에서 나이든 철학자 친구 돈 알폰소(Don Alfonso. 베이스) 앞에서 자기 약혼녀의 미모와 정숙함을 자랑하느라 입에 침이 마릅니다. 외모만 예쁜 게 아니라 절대로 다른 남자들에게 눈 돌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자 돈 알폰소는 ‘여자들의 신의란 믿을 게 못된다’면서 내기를 제안합니다. 24시간 안에 약혼녀들이 다른 남자에게 넘어가면 페란도와 굴리엘모가 알폰소에게 돈을 주고, 유혹에 끄떡없으면 반대로 알폰소가 두 사람에게 돈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약혼자들의 초상화를 보며 사랑의 꿈에 젖어있는 자매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에게 돈 알폰소가 찾아와 애인들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헤어져 있는 고통을 견디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두 약혼녀를 지켜보며 애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지만, 알폰소는 ‘내기는 끝나봐야 안다’며 자신감을 보입니다. 여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연인과 이별하고, 약혼자들을 태우고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알폰소와 함께 뱃길에 바람과 파도가 잔잔하기를 기원합니다.
두 자매의 하녀인 데스피나(Despina. 소프라노)가 핫초콜릿 주전자를 들고 들어와 하녀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약혼자들이 전쟁에 나간 걸 비관하여 자살하겠다고 설치는 주인 아가씨들에게 데스피나는 ‘약혼자들이 전사해 새 남자를 만나게 되면 더 좋은 일 아니냐’면서, 여자들에게 감언이설을 늘어놓다가 싫증나면 인정사정없이 차버리는 남자들의 속성을 폭로합니다.
전쟁터에 나가는 척했던 페란도와 굴리엘모는 알폰소의 연출에 따라 알바니아의 돈 많은 귀족 기사로 변장하고 약혼녀들을 찾아옵니다. ‘약혼자에 대한 우리의 일편단심은 절대로 변치 않는다’는 자매의 새침한 거절에 남자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며 속으로 기뻐하지만, 알폰소는 ‘여자들의 말이 과연 본심일까?’ 하며 비죽거립니다. 페란도는 빨리 이 연극을 끝내고 연인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고대하며 서정의 극치인 아리아 '우리 연인의 사랑스런 숨결은'을 노래합니다.
변장한 약혼자들은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독약을 먹고 죽어가는 척까지 하며 여자들을 시험해봅니다. 이때 의사로 변장한 데스피나가 나타나 자석요법으로 남자들을 살아나게 하는 척합니다. 자매는 차츰 새로운 남자들에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키스를 원하자 자매는 화를 내며 나가버리죠. 데스피나는 남자들을 만나보라고 자매에게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도라벨라는 굴리엘모가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피오르딜리지는 페란도를 점찍게 됩니다.
유혹에 넘어간 도라벨라, 흔들리는 마음
도라벨라가 먼저 굴리엘모의 유혹에 넘어갑니다('이 마음을 드릴게요'). 그러나 피오르딜리지는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페란도의 구애에 굴하지 않고 버티지요.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각자 상대의 여인을 만났던 이야기를 나누는데, 페란도는 자기 연인인 도라벨라의 변심에 깊은 상처를 입고, 굴리엘모는 세상 모든 여자들을 비난합니다. 데스피나는 도라벨라의 결정을 칭찬하지만 피오르딜리지는 도라벨라를 비난하지요. 그리고 용기를 내어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약혼자를 만나러 가려고 합니다. 이때 도라벨라의 배신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페란도가 나타나 목숨 걸고 구애하자 결국 피오르딜리지도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곧 내 연인의 품에 안겨). 이 광경을 숨어 지켜본 굴리엘모는 분노를 폭발시키고, 알폰소는 ‘모든 여자들은 다 그렇게 한다’면서 두 남자를 위로합니다.
변장한 데스피나를 공증인으로 해 두 커플은 결혼서약서에 서명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군대의 합창이 울려옵니다. 그러자 두 남자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다시 약혼자 차림으로 나와 방금 전쟁터에서 돌아온 척하지요. 결혼서약서를 들키자 궁지에 몰린 처녀들은 약혼자에게 변명을 늘어놓느라 바쁩니다. 알폰소는 ‘이 일을 통해 모두들 좀더 현명해졌을 테니 이제 큰소리로 웃어버리고 결혼하라’면서 네 사람을 각각 원래의 파트너에게 짝지어줍니다. ‘낙천적인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피날레의 합창이 즐겁게 울리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완벽한 연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지 판 투테]의 음악은 모차르트 오페라 중 가장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음악입니다. 모차르트는 성악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레가토를 구사할 수 있도록 악곡의 유연함을 최대한으로 살렸습니다. [코지 판 투테]의 소재는 특정 문학작품이 아니라 당대에 실제로 벌어진 유사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양 고전문학에 정통한 다 폰테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슷한 예들을 고전에서 찾아내 그것들을 재치 있게 조합해서 이 작품의 대본을 만들어냈지요. 이 대본에는 관습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억압하는가, 그리고 자연 상태의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후원자였던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가 중병으로 죽어가는 동안 작곡된 [코지 판 투테]는 몰락하는 신분제도와 귀족계급을 향한 모차르트의 작별인사였습니다. 이 작품이 공연되는 동안 요제프 2세의 장례가 치러지는 바람에 [코지 판 투테]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새로 황제로 즉위한 레오폴트 2세는 모차르트의 음악에 별 호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대본가 다 폰테까지 또 다른 스캔들 때문에 빈을 떠나야 했죠.
그 후 [코지 판 투테]는 오랜 세월 동안 스토리가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수난을 당했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은 그대로 살리되 대본의 내용을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바꾸어놓은 엉터리 버전들이 공연되기도 하다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이 작품은 다시 원전 그대로 사랑을 받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원래의 파트너에게 돌아가는 명랑한 화해의 피날레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오페라의 결말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예 짝을 바꿔 새로 사랑하게 된 커플끼리 결혼하거나, 두 커플 모두 분노와 서글픔이 섞인 애매한 시선을 교환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흔하답니다.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중창의 비중은 후반으로 갈수록 커집니다. 그의 오페라 세리아(정가극)에서는 솔로 아리아가 훨씬 많았지만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비슷한 비율이 되었고, [코지 판 투테]에서는 중창 쪽으로 그 비율이 역전되어 솔로 아리아와 중창의 수는 12 : 18이 되었습니다. 잦은 중창을 통해 모차르트는 극적인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고,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더욱 생생하게 묘사해낼 수 있었지요. 여주인공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성격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결국 유혹에 흔들리는 본성 면에서는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원래 두 여성을 쌍둥이 자매처럼 생각하고 두 소프라노가 노래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두 여주인공의 음색을 뚜렷이 구분 짓기 위해 도라벨라 역을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경우도 많지요.
대본가와 작곡가가 의도한 이 스토리의 진짜 교훈은 무엇일까요? 일방적으로 여성들을 비난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모차르트나 다 폰테나 여성에게 우호적인 예술가였으니까요. (남자는 물론이지만 여자까지도) 인간은 누구나 색(色)의 유혹에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파트너의 실수에 대한 관용을 가르치는 계몽적인 작품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글 이용숙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