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의 주얼리 브랜드 기행 16. 스티븐 웹스터
스타들이 열광하는 로큰롤 주얼러, 스티븐 웹스터
국내에서도 마니아 층을 확보한 친숙한 이름 스티븐 웹스터. 스티븐은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음악, 패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컨템포러리 주얼리로 현실화시킨 사람이다. 그 결과 37년의 세월과 함께 런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올해 초에는 영국 찰스 황태자로부터 MBE(Most Excellent Order of the British Empire)를 수상하면서 그 입지를 한층 공고히 했다. 두려움 없는 창의력과 장인정신, 그리고 영국 주얼리 업계에 공헌한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칼, 핏방울, 가시 철사, 거미 같은 어둡고 강한 모티브를 애용한다. 그래서 퇴폐와 방탕, 로큰롤적 요소에 약간의 재치를 가미한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아방가르드 디자인 모티브에 스며든 누아르라고 할까? 그의 이런 도발적인 미학은 80년대 데뷔 당시 파인 주얼리의 관점 자체를 변화시켰다. 엄격한 전통에 바탕을 둔 장인정신에서 그러한 비전통적인 디자인이 탄생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의 주얼리에 대한 신념은 언제나 ‘그리기’가 아닌 치열하게 만들어가는 ‘장인정신’에 있었다. 그렇게 그의 비전은 언제나 한 곳을 향했고, 결국 ‘로큰롤 주얼러’라는 별칭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최고의 주얼리가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정교하고 집요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가 파인 주얼리 시장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다. 당시 같은 지역에 살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우연히 그의 라벤더 칼세도니 반지를 본 후 단골이 됐고, 마이클 더글라스, 골디 혼 등 스타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이것이 스타들과의 끈끈한 관계의 시발점이다. 더불어 그가 사용하는 이국적인 보석과 대담하고 독특한 디자인은 미국 서부의 고객층을 사로 잡았다.
1990년 런던으로 돌아와서는 ‘Stephen Webster Ltd.’를 설립하여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소비자에게 최고의 장인정신과 특출난 창조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체험을 제공하자는 것도 바로 그 때 세운 철학이다. 그는 또한 주얼러로서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현재 공정거래와 공정채굴 홍보 대사로 활동 중이며, 포에버마크 다이아몬드(Forevermark Diamonds)와도 긴밀한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2008년부터는 영국 왕실의 주얼리 하우스인 가라드(Garrard)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병행 중이다. 이 역사 깊은 브랜드를 동시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최근에는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 10명의 멘토가 되어 그들을 라스베가스 쿠튀르쇼에 데뷔시켰다. 멘티 중 Tomasz Donocik은 쿠튀르쇼에서 두 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컬렉션 가운데 마돈나가 착용해서 유명해진 크리스탈 헤이즈(Crystal Haze)는 브랜드의 시그너처 룩이다. 정교하게 커팅한 실버 옵시디안(Silver Obsidian), 로도크로사이트(Rhodocrosite), 또는 터키석 위에 반구형의 백수정을 밀착시켜 몽롱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가 좋아하는 바다의 색상과 유동성에서 영감을 얻어 Jewels Verne 컬렉션도 만들었다.
본인의 스타일과 고객의 니즈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스티븐 웹스터 디자인의 원칙이다. 그를 찾는 고객들은 독특한 ‘스테이트먼트’를 구현하길 원한다. 절제된 스타일을 원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자신만의 색이 분명한 사람들임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스티븐은 오늘날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사람들은 디자이너에 스며있는 스토리와 감성을 통해 주얼리 브랜드와 자아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모든 제품에는 본인의 인생과 관련된 스토리가 담겨 있다. 즉 스티븐 웹스터의 컬렉션에서 주얼리와 스토리는 한 몸이다. “주얼리에 스토리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가장 흥분되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그의 컬렉션을 통해 오늘도 그의 살아가는 방식을 엿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