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망매가(祭亡妹歌)
[원문]
生死路隱 (생사로은)
此矣有阿米次肹伊遣 (차의유아미차힐이견)
吾隱去內如辭叱都 (오은거내여사질도)
毛如云遣去內尼叱古 (모여운견거내니질고)
於內秋察早隱風未 (어내추찰조은풍미)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이의피의부량낙시엽여)
一等隱枝良出古 (일등은지량출고)
去奴隱處毛冬乎丁 (거노은처모동호정)
阿也彌陀刹良逢乎吾 (아야미타찰량봉호오)
道修良待是古如 (도수량대시고여)
[기존해석]
-어학적 해독-
生死路隱 生死(생사)의 길은
예 이샤매 저히고
나는 가나다 말도
못 다 니르고 가나닛고
어느 가을 이른 바라매
이에 저에 떨어질 닙다이
한 가재 나고
가논 곧 모다온뎌
아으 彌陀刹애 맛보올 내
道 닷가 기드리고다
제망매가.
[현대어 풀이]
生死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彌陀刹에서 만날 나
道 닦아 기다리겠노라.
[시어 풀이]
*生死(생사)의 길 : 삶과 죽음의 길
*이샤매 : 있음에
*머믓거리고 : 머뭇거리고
*가나다 : 간다. 여기서는 ´죽는다´는 뜻
*가잘 : 가을
*뜨러딜 : 떨어질
*닙갇 : 잎처럼
*모다론져 : 모르는가?
*彌 刹(미타찰) : 아미타불이 있는 서방 정토(西方淨土)
*道(도) 닷가 : 불도를 닦아
[시구 풀이]
*生死(생사)의 길은 :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 인간이 나면 죽는다는 이치가 여기(이승)에 있으
므로. 사람이 한 번 세상에 태어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불교적 사생관(死生觀)
을 제시하고 있다.
*나난 가나다 말ㅅ도 : 몯다 니르고 가나닛고. : 누이의 죽음에 마주 선 서정적 자아의 괴로운
심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나난 가나다´로 죽은 누이의 생각이나 말을 옮겨 쓴 것(인용법)이므
로, 따옴표가 있는 것으로 보고 해석해야 한다.
*어느 가잘 이른 바라매 : 이 뎌에 뜨러딜 닙갇 : 누이의 죽음에 대한 개인적 고통이 ´바람´과
´떨어진 잎´의 비유를 통해 생명체 일반의 무상성(無常性)에 대한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른´은
누이의 요절을, ´바람´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초자연적 존재를 비유하고 있다. ´떨어지는 나뭇잎´
→ 죽음(은유법), ´잎처럼´은 (직유법)의 표현이다.
*하단 가지라 나고 : 가논 곧 모다론져 : 동기간의 우애와 사랑이 비유적 표현으로 구상화된 부
분이다. ´한 가지´는 같은 부모를, ´잎´은 핏줄을 나눈 형제를 뜻한다.
*아야 彌 刹(미타찰)아 맛보올 나 : 道(도) 닷가 기드리고다. : 죽음에 대한 공포와 허무, 그리
고 이별의 슬픔을 불교적 신앙심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아야 미타찰에 맛보올(극
락에서 만난 볼)´은 불교의 ´윤회 사상´을 나타낸다.
[작품개괄]
-작가 월명사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 경주 사천왕사에 있었는데 피리를 잘 불었다.
일찍이 달 밝은 밤에 피리를 불며 큰길을 지나니 달이 가기를 멈추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이로
인해 그 길을 ‘월명리’라 하였고 그의 이름도 ‘월명’이라고 하였다. 향가를 잘 지어 ‘제망매가’ 외
에도 ‘도솔가’ 와 ‘산화가’ 등을 지었다고 한다.
-갈래 향가
-형식 10구체
-연대 신라 경덕왕
-성격 추도가
-출전 <삼국유사>
-주제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구성 1.제1-4행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망매에 대한 혈육의 정(기)
2.제5-8행 인생의 허무에 대한 불교적 무상감(서)
3.제9-10행 불교에의 귀의심(결)
-특징 1.정제되고 세련된 표현 기교 사용.
2.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3.10구체 향가의 전형적 형태.
4.의식요의 성격을 띰.
-의의 1.향가 중 찬기파랑가와 함께 표현 기교 및 서정성이 뛰어나다.
2.불교의 윤회 사상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3.정제된 10구체 향가로 비유성이 뛰어나 문학성이 높다.
4.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표현 비유, 상징
-사상적 배경 불교 아미타 사상
[작품 해제]
신라 향가의 하나. 경덕왕 때 승려 월명사(月明師)가 지은 10구체 형식의 향가. <삼국유사> 권5
감통7 월명사 도솔가에 실려 있다. 기록에 의하면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비는 노래로, 작가가 제
(齊)를 올리며 이 노래를 지어 불렀던 홀연히 바람이 불어 지전(紙錢)을 날려 서쪽(서방 극락세계
의 방향)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지전은 죽은 자에게 주는 노자(路資)로 지금도 장송 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꼭 불교적인 의식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죽은 뒤의 세계라고 하여 현세
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 데서 발상한 것이다.
이 노래는 죽음에 부닥쳐서 죽은 자의, 그것도 골육인 누이의 명복을 빌기 위한 것이다. 그 명복
은 막연한 것이 아니고, 월명이 스님이기 때문에 사후의 세계를 불교적으로 관상한 것으로, 서방
극락정토, 무량수(無量壽)를 누릴 수 있는 죽음이 없는 영원한 삶의 세계를 이룬다. 즉, 여기만이
가야 할 사후의 세계이고, 현세에서의 삶이란 그곳에 가기 위한 준비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그러
나 막상 죽음에 다다랐을 때 그곳도 골육과의 사별에 임하였을 때 월명은 죽음의 현장성을 느꼈
다. 인간 세상이란 죽음과 삶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혼융되어 있는 것으로, 살아
있는 월명이 죽어 가는 누이를 보는 것이다. 그럴 때 살아 있는 자신의 죽음을 누이를 통하여 보
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과 같이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누나´하여, 죽음에 대한 서정을 비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죽음을 절감
하게 된다. 그러한 형상화는 누이의 죽음으로 더 한층 짙게 인식된다. ´어느´란 정해진 시간이 있
는 게 아니고 언제나 있는 시간으로 시시로 닥쳐오는 죽음을 인식하게 해준다. 죽음 앞에 서 있
는 동류의식(同類意識)의 표현인 ´한 가지에 나고´는 현상적으로 인식되지만 죽음에 있어서의 그
것은 미지이다(가는 곳을 모르누나). 이것은 불교의 윤회사상에 기초한 무상인간의 변천을 말하는
것 같으나, 오히려 원고적(原古的)인 사후의 관념이다. 그래서 가는 곳을 비유하여 ´이에 저에´라
표현하였다. 육도환생(六道還生)이라는 교훈적인 종교의 내세관에서보다는 삶 그 자체가 하나의
나뭇잎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생의 허무감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허무감은 결국 종교적
인 귀의를 가지게 한다. 그래서 "미타찰에서 만날 내 도 닦아 기다리겠다."하여 인생의 허무감을
아미타불에 귀의함으로써 종교적으로 승화시킨다. 무량수를 누릴 수 있는 미타찰, 서방극락정토에
인간 누구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가서 누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도를 닦으며 기다려
야 한다. 즉, 누이는 이미 그곳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원으로 기원하는 바를 이루어진 결
과로써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초월적인 대상에게 기원하는 의식가로서의 특성이 나타나 있다. 한
편 이 작품은 제전이라는 의식적 배경을 도외시한다면 순수한 서정시로서의 자질을 가지게 된다.
죽음과 삶이 혼용된 인간세계에 있어서 죽음과 삶의 갈등을 항상 겪어야만 하는 인간. 그가 느끼
고 있는 삶에 대한 허무감 등은 인간이 넘지 못할 하나의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것의 인식과 생각
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이 노래는 제 의식에서 죽은 자의 명복을 빌기 위한 것이며 나아가 극락
왕생을 천도한 노래로 일종의 축(祝)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식적 형태에만 얽매이지 않고
누이의 죽음을 계기로 하여 죽음에 대한 인식과 그것에서 느끼는 정서를 표현한 개성적인 서정시
이기도 하다. 적절한 시어의 선택과 표현법으로 죽음에 대한 서정을 담고 있다. 집단 감정의 표현
이나 어떤 목적의식에 의한 공리적인 노래가 아닌 순수한 서정시로서의 지평을 열어 주는 노래이
다.
[배경 설화]
월명은 또 일찌기 죽은 누이동생을 위해서 제를 올렸는데 향가를 지어 제사지냈었다. 갑자기 회
오리바람이 일어나더니 지전紙錢을 날려 서쪽으로 불어 없어지게 했다.
[시상의 전개 방식]
이 노래는 10구체 향가의 전형적인 모습인 3단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1행에서 4행까지의 제1단
락은 누이의 죽음에 마주 선 괴로운 심경을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체념과 넘쳐흐르는 골육의
정으로 노래했다. 제2단락은 5~8행에서는 개인적 아픔을, 모든 생명체의 무상성에 대한 고뇌로
나타내고 있다. 이는 모든 유한한 생명들을 지배하는 힘인 ´바람´과 보잘 것 없는 개체로서의 ´잎
´의 대조에서, 그리고 한 가지에 나고도 가는 곳 모르는가라는 강한 의문에서 무상성에 대한 고
뇌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 단락인 9, 10행에서는 이승에서의 슬픔과 고뇌를 불교적 믿음에 의해
초극하고 재회의 기약을 다짐하고 있다. 9행 첫머리의 감탄사는 10구체 향가의 형식적 특징이며,
앞 단락에서 보인 심화된 고뇌의 극한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이자 종교적 초극이 이루어지는 전환
점이라 하겠다.
[전통적 정서]
우리의 문학 작품에서 죽음을 다룬 것은 상고 시대의 ´공무도하가´에서부터 박목월의 ´하관´에 이
르기까지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노래들은 죽음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통점으로 담고 있다. 그것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순응해야 할 질서의 원
리로 파악하고 조화와 화합을 추구했던 우리 민족의 정신적 성향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기타 : 일명 위망매영재가(爲亡妹營齋歌)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