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어는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품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 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동경교외(東京郊外)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엣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942.5.13>
그가 투옥되기 전 불안하나마 도오꼬 하숙방에서의 느긋한 생
활을 스스로 행복한 추억으로 미화시키고 있다. 봄의 언저리에서
교외선을 타고 이리저리 헤맸을 그의 몰골이 선언히 떠오른다.
비록 한평생 어떤 한 여자와의 뜨거운 [러브스트리]를 남긴 일
은 없었지만 그다운 젊음을 발산하기 위해 그만이 아는 [사랑의
추억]을 엮었음직도 하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려야만 했던 그의 설핏한 유량생활은 마
냥 어둡고 칙칙한 것만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골골에 밴 감정의 음영(陰影)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밝고 싱그
러울수도 있는 생활의 편린(片鱗)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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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추억-윤동주
윤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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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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