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교향곡은 서주-출발 전의 정경, 1부-정상에 이르기까지, 2부-정상에서의 기분, 3부-하산,
피날레-도착의 감동 등 곡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뉩니다. 이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밤이 지나 해가 뜹니다. 산을 오릅니다. 숲 속에 들어가 시냇가를 걷습니다.
폭포와 꽃 피는 초원과 목장을 지나 숲 속에서 길을 잃습니다.
빙하가 나오고 위험한 순간도 겪다가 정상에 오릅니다. 안개가 끼고 해는 점차 희미해집니다.
천둥번개와 폭풍이 밀려옵니다. 산을 내려오며 일몰을 맞습니다. 다시 밤이 됩니다.
‘알프스 교향곡’은 이런 순서로 장엄하고도 숭고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펼쳐 나갑니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빈 필의 연주로 들어보시죠.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
[알프스 교향곡]은 R.슈트라우스가 관현악을 위한 연주회용 곡으로 쓴 가운데 마지막 작품으로,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알프스 산맥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교향곡이지만 표제를 갖고 있고,
악장 형식도 자유롭게 구성돼 있다. 이 곡은 교향곡이란 제목이 붙어 있지만 형식상 교향시로 분류된다.
그리고 각 악장이 세분화된 형식이 아니라 전체가 쉬지않고 하나의 악장으로 이어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표제라고 해서 [알프스 교향곡]에 반듯한 정리된 타이틀이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악보 여기저기에 ‘해돋이’라든가 ‘정상에서’라는 짧은 문구가 적혀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 곡에서 R. 슈트라우스는 등산을 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가지 장면을 자연을 묘사하듯 세심하게 그렸다.
그러나 어려움을 극복하며 정상에 오르는 등산의 근면한 과정, 자기 극복 과정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R. 슈트라우스는 리스트의 교향시를 관철하는 관념인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음악적 문법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R. 슈트라우스는 [알프스 교향곡]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을 향한 인간의 강렬한 동경을 묘사하듯이 그리려 했을 뿐이다.
곡은 크게 5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전체적으로 (1) 서주 - 출발 전의 정경, (2) 제1부 - 정상에 이르기까지,
(3) 제2부 - 정상에서의 기분, (4) 제3부 – 하산, (5) 피날레 - 도착의 감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
발부터 하산까지 등산 과정을 차례대로 묘사하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알프스에서 마주치는
여러가지 풍경이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밤’ ‘일출’ ‘등산’ ‘숲속에 들어감’ ‘시냇가를 걷다’ ‘폭포에서’ '장관' ‘꽃피
는 초원에서‘ ’목장에서‘ ’숲속을 지나다 길을 잃다‘ ‘빙하에서’ ‘위험한 순간’ ‘정상에서’ ‘공상’ ‘안개가 낀다’ ‘해는
점차 희미해지고’ ‘비가’ ‘폭풍 직전의 고요함’ ‘천둥번개와 폭풍, 하산’ ‘일몰’ ‘여운’ ‘밤’ 이런 순서로 22개의 장면들
이 나란히 모여 단일 악장을 이룬다. 각각의 곡에서 R.슈트라우스가 발휘하는 뛰어난 관현악법이 깊은 인상을 남기며,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음악적 묘사가 놀라움을 안겨준다.
각 악장이 묘사하고 있는 줄거리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은 재밌는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알프스 산맥을 등산하는
사람들이 산을 오르다가 장엄한 일출을 만나게 되고, 찬란하게 묘사된 폭포와 목장의 종소리가 들리는 알프스의
초원을 지나가게 된다. 그러다 아찔한 빙하와 마주치게 되고위험한 순간들을 극복하며 산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감격스러운 정상 정복 이후 내려오는 길에서 폭풍우가 밀어닥칠 것이라는 복선이 조용히 깔린다.
마침내 폭풍이 몰아치게 되고 위협적인 순간들이 펼쳐진다. 격렬한 폭풍이 지난간 후 알프스에는 다시 밝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하산길에서 등산객은 지금껏 산 속에서 겪은 일들을 조용히 되돌아본다. 알프스 산행을 회상하는
이 에필로그에는 아름다운 선율에 담겨 이 작품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다.
깎아지를 듯이 솟아있는 알프스의 봉우리. 음악은 정상의 감흥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다. <출처: NGD>
[알프스 교향곡]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R.슈트라우스가 [알프스 교향곡] 리허설을 지휘하고 있었을 때,
천둥치는 대목에서 악장이 바이올린 활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순간 R.슈트라우스는 연주를 멈추게 하고는
단원들을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러분 잠깐 쉬어야겠소.
지금 비가 막 내리기 시작했는데 악장이 그만 우산을 떨어뜨렸으니 말이오.” 뛰어난 지휘자로도 명성을 날렸던
슈트라우스는 이렇게 유머와 재치로 부드러운 연습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고 전해진다.
또 [알프스 교향곡]은 흔히 볼 수 없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구스타프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서로 겨루듯이 오케스트라 편성규모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말러의 [천인 교향곡]도 그랬지만 슈트라우스는 [알프스 교향곡]에서 호른을 12개나 사용했다.
[알프스 교향곡]의 악기 편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에 헤켈호른, 콘트라 바순, 테너 튜바,
하프 각 4개와 오르간, 글로켄슈필, 탐탐, 첼레스타, 트럼펫 두 대, 트롬본 두 대, 그 밖에 천둥소리 등의 음향효과를
내기 기구 등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후기낭만파 음악의 새로운 실험, 혁신적인 관현악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