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주능 왕복종주 - 2010년 5월 14일 00:45-19:47, 약 19시간
서북능선 (성삼재~구인월마을) 종주 - 5월15일 09:06-18:03, 약 9시간
* 주능왕복 종주는 J3 두번째 과제수행으로 나름 목표산행시간(17.5시간)을 세우고 산행을 하였으며
서북능선은 추후 지리태극을 염두에 두고 떡본김에 제사 지내는 심정으로 태극종주를 위한 구간탐색에
의미를 두고 (결과적이지만 철쭉은 보지 못하고 사람 구경하는) 관광모드로 진행
2. 총 산행거리 : 54.3Km (주능 왕복 및 접근거리) + 23Km (서북능선), 총 77.3Km
3. 누구와 : 또 나홀로
4. 주능 왕복 구간별 소요시간 (디카기록 기준) : 총소요시간 약 19시간 (식사시간 70분 및 휴식시간 포함)
노고단대피소발(00:45)-노루목(02:02)-연하천대피소(03:51, 간식 약 20분)-벽소령대피소(05:23)-
선비샘(06:16)-세석대피소(07:45)-촛대봉(08:00, 조식 약 15분)-장터목대피소(09:16)-천왕봉(09:55)
-장터목대피소(10:34)-촛대봉(11:48)-세석대피소(11:59)-선비샘(13:31)-벽소령대피소(14:15, 점심 약 35분)
-연하천(16:08)-노루목(18:25)-노고단대피소(19:47)
서북능선 소요시간 : 성삼재발(09:06) - 구인월회관(18:03), 총 9시간 소요 (식사 및 관광(?), 휴식시간 포함)
5. 날씨 : 노고단대피소에서 연하천까지는 대부분 구간이 짙은 안개로 3m 앞을 보기 힘든 악조건이었으며
그 이후에는 아주 맑은 날씨가 지속됨. 산행 하루 전부터 지리산의 기온이 오르고 바람도 잔잔하여
낮 동안에는 상당한 더위를 느낌
6. 특별한 만남 : 벽소령에서 세석 가는 구간에서 (1월말 화대종주 시 일주님과 일송정님을 만났던 위치와 아주
흡사한 위치에서) 백두대간을 가는 야생화님과 에이스님을 만남, 설마하고 클럽시그날을 달고
산행을 했었는데, 역시나 하고 에이스님이 먼저 보시고 반겨주심. 두분 백두대간 1구간 완주하셨길...
또 하나의 만남은... 되돌아 오는 길(세석에서 벽소령 구간)에서 지난 20년간 몸담았던 직장인 GS 칼텍스의
동료를 20여년 만에 만났는데 땀범벅인 꽤죄죄한 내 모습을 알아보고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어 감격해 하며,
옛날 속담을 생각....'반가운 사람은 외길에서 만난다...'
7. 산행기
방장님이 성삼재 국공파의 저지선을 돌파하는 비법을 알려 주었으나 여전히 자신이 없어 13일 성삼재 오르는
마지막 버스(17:40)를 타고 미리 노고단대피소에 잠입한다. 그리고...출발 1시간 전, 23;30분,
습관처럼 간단한 식사를 위해 대피소를 나오니 짙은 밤안개가 내 마음을 흔들어대고 나를 주저 앉힌다.
안개비에 낙수 떨어지는 소리가 가슴을 철렁하게 하고...식사를 하면서도 과연 출발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악조건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마음이 약해지고...식사 후 대피소에 들어와 다시 누워서도 안절부절......
그러나 자신에 대한 약속이니 마음을 강하게 먹고 일어선다. 마음을 결정하니 차라리 평온해진다.
출발인증샷을 남기고 돌계단을 올라 노고할머니의 품속처럼 편안하게 자리잡은 노고단 안부에 오른다.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함...그리고 짙은 안개로 휘감겨진 어둠....
그 적막함과 어둠 속에 동그랗게 내던져진 그림자 하나...
뿌리 채 뽑혀진 실존의 잔영처럼 고독하고 허무하기 조차 하다.
그러나 내가 왜 이 시각에, 이런 날씨 속에, 이 장소에 와있는가? 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이미 그 그림자는 천왕봉을 향한 길목의 어둠속으로 빨려들듯 스며들어 간다.
어둠은 아무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사치스런 상념도....호사스런 감정의 유희도....
다만 짙은 안개로 휘둘러진 이곳의 어둠과 저곳의 어둠이 앞서는 듯 뒤서는 듯 나를 끌어당기고 있고
난 그 어둠속으로....적막의 첩첩 산중으로 그저 빠져들고 있을 뿐이다.
연하천대피소까지는 짙고 옅은 밤안개가 반복되며 나를 힘들게 한다. 보조로 준비한 후랫쉬를 어깨에 달고 헤드
랜턴과 함께 초점을 맞추어 주니 그런대로 시야가 확보된다. 삼도봉의 삼각대조차 찾기 힘들어 지나쳐 와 버렸다.
연하천대피소 오기까지 한사람도 만나질 못했다. 취사장에 들어서니 세 사람이 식사를 준비 중이다. 무척 반갑다.
벽소령대피소는 그냥 패스하고...
나무숲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반기며 3시간 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새벽의 밤안개에 안녕을 고하고.....
배낭커버를 벗겨내고... 우의를 벗고... 랜턴을 벗고... 맨날 벗는 것뿐(?)...ㅎ~
멀리 보이는 천왕봉을 보며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라고...마음 속으로 외치며 전의를 불태우고.....
세석고원이 아직은 붉게 물들지 않아 마음 한켠이 무척 서운하다.
그래도 이제 막 봉우리를 머금은 철쭉 사이로 세석대피소를 잡아 본다.
장터목대피소 매점에서 콜라를 한캔 사들고 가 천왕봉에서 혼자 축캔을 들며 완주를 다짐하려 했는데...
청소 중이라고 직원이 자리를 비웠네요....
천왕봉에 올라 할 수 없이 우선 인증샷을 남기고.....
물통에 물을 바닥내며 멀리 되돌아갈 노고단을 바라 보니....헉!~~~
비로소 장난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나 마라토너가 Turning Point를 돌았다고 휴식하지는 않는 법...짧은 휴식을 털고 일어나며.....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콜라와 500리터 생수 한병을 사서 콜라는 원셧에 바닥내고, 생수는 배낭에 넣고
출발...그런데 이것이 첫번째 해프닝의 원인이 될 줄이야....
(세상에 진리가 있으니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법..)
처음으로 역방향의 종주길을 가보니 그동안 미쳐 보지 못한 모습의 기암괴석(공룡과 곰 머리 형상)들이
눈에 띄고...
아침식사를 하던 촛대봉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세석대피소를 지날 때까지 선비샘의 위치가 벽소령보다는 세석에 가까이 있다는 착각에 수통의 물을 자제함
없이 거의 다 마셔버렸는데...가도가도 선비샘은 나오지 않고...지나쳐버렸나 하는 착각과 함께...갈증은
심해지는데 바닥에 약간 남은 물은 곧 증발해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고......참다못해 마주 오던
젊은이에게 선비샘이 아직 멀었느냐고 물으니 2시간은 더 가야한다고...낙망하는 내 표정을 보던 그 친구..
"물 좀 드려요?" "미안한데 충분하다면 좀 줄 수 있겠나..." 배낭을 여니 2리터 물통 2개에 물이 가득....
허걱!~~~ 무슨 물을 이리 많이....그 친구 눈치 빠르게..."제가 물을 좀 많이 마셔요"
아뭏튼 감사해 하며 첫번째 해프닝은 이렇게 마무리 되고.....
선비샘에 도착하여 화풀이 하듯 물로 배를 채우고....
벽소령대피소에서 아내가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비교적 긴 휴식시간을 가지며 오늘 무난히 완주할 수 있겠다는... 김칫국부터 한사발 들이켰는데...
출발 후 얼마되지 않아 속이 미식거리고 어지럼증이 생긴다. 이건 뭘까?....체한 것인가?
그러나 산행초보의 머리속에서도 이내 원인을 파악해 낸다. 더위를 먹은게다. 염분이 필요한데...
아!~~내 배낭 속에는 소금이 없다. 밤안개에 이어 날씨가 두번째로 태클을 건다...날씨가 얄밉다.
그러나 다른 방법은 없다. 연하천대피소까지 흐느적거리는 몸을 끌고 가는 수 밖에....
대피소에 도착하자 마자 "소금있으신 분 있어요?" 하니 젊은이 한 명이 새로 산 소금봉투를 뜯더니 내 손바닥에
수북히 쏟아 준다. 이걸 다 먹으면 토할텐데...ㅋㅋㅋ
그러나 주는 사람의 성의가 고마워 내 빈 수통에 나머지 소금을 담는다.
어지럼증과 울렁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새벽 천왕봉 가는 길에 어둠과 밤안개 속에서 보지 못했던 경치를 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연신 셔터를 누르며 갑자기 관광모드의 산행 분위기에 취해 본다...그런데 이것이 세번째 해프닝의 발단이 된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노루목까지 예상소요시간을 많이 초과하면서 노고단안부에서 일몰을 보겠다는 예상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관광모드의 분위기가 확~ 가시며 속력을 내보려 하지만 몸은 이미 지쳐있다.
노루목에서 노고단까지 4.5Km....뚝뚝 떨어져 가는 해를 바라 보며 오늘은 제대로 된 일출도... 일몰도 보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적당한 위치에서 떨어지는 해를 카메라에 잡아 본다.
일몰은 보지 못해도 회원님들에게 지리산의 꽃은 담아 보여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또 카메라를 꺼내고...
화사한 꽃을 보는 눈의 즐거움 반면에는 걸어도 걸어도 줄지 않는, 아니 어느 산님의 말씀처럼 자꾸 늘어 나는
듯한 노루목에서 노고단까지의 지겨운 길에 두 다리와 발이 스트레스를 받아 괴로운 신음을 토해 내고....
노고단 안부에서 대피소를 내려 오는 돌계단은 이미 어두워 랜턴을 켜지 않고는 힘든 상황이었으나 솔곳이
솟아나는 짜증에 고집스럽게 기어이 랜턴없이 대피소까지 내려 선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여보, 나 지리왕복종주 완주해냈어...19시간...근데 다시 하라 하면 절대 안 하겠어"
누군가 나에게 화대종주 기록단축을 위해 다시 도전하겠느냐고 묻는다면.."Yes, I Will!" 하고 크게 외칠
것이다. 그러나 지리왕복종주 기록단축을 위해 다시 도전하겠느냐고 묻는다면..."No, Never!" 하고
더 크게 외칠 것이다. ㅋ~
p.s) 5월 19일...
몇 몇 회원님들이 눈치 채신 것 같아 이실직고 합니다.
강한 부정은 긍정입니다!!!
지리왕복종주.........지리태극길 완주하고 나면 다시 도전합니다. ㅎ~~~~~
감사합니다. 산에서 한번 뵈야할텐데요....항상 안산, 즐산 하시길 빕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진작에 알앗더라면~ 동행해드렸을텐데...아쉽네요~ 저는 이번 목요일날 ~ 서북능 산행하고 금/토 주능선 비박산행갑니다,,, 언젠간 시간이 허락하면 지리왕복종주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몸이많이 불어서 시간단축이 힘들듯 하지만~ 다녀오신 화이팅에 저도곧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랫만입니다. 재활훈련은 다 끝나셨는지요...저는 부실체력이라 한번씩 장거리 산행하려면 힘들지만 님은 체력만 본 궤도에 오르면 어렵지않게 왕복종주 하시리라 봅니다. 항상 안산, 즐산하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빠져 나올 수없는 약 을 드신 님의 출발에 향상 경이로움이 있기를...회갑기념으로 한번 더 예스....
조칼님이 다시 한번 못 박으시네요...ㅎㅎㅎ 녭! 예스입니다....ㅎㅎㅎ
홀로하신 왕복종주길... 이름없는 돌멩이 하나하나에도 사연들이 숱하게 스며있을 것이라 믿어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근데 아직도 never 이신지요? ^.^
ㅎ~~~ ps)에 이실직고 했습니다. 강한 부정은 긍정입니다...ㅎㅎㅎ 지리태극길 완주하고 나면 기록갱신에 도전하렵니다....흐유~ 가능할려나요???.....ㅎㅎㅎ 감사합니다.
지리왕복 생각보다 지루하고 어렵던데 다음날 서부능선까지 종주하시고 지태도 문제 없겠네요... 홀로 하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님의 말씀처럼 지태도 문제없이 해 낸다면 좋겠는데...ㅎㅎ 감사드립니다.
홀로 지리왕복종주 무탈종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심에 감사드리구요...항상 안산, 즐산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