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움은 맛이 아니라 통증입니다.
매운음식으로 인해 입안에서 작열감을 느끼게 되면 뇌를 자극하여 방어기전으로 엔돌핀을 발산합니다.
통증을 참은 후에 느껴지는 쾌감을 몸이 기억하고는 다시금 그러한 호르몬작용을 원합니다.
즉, 매운음식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 주기적으로 매운음식을 찾겠금 합니다.
갑판장의 입맛이 바뀌었든지 아니면 갑판장이 즐겨찾는 음식점들의 맛이 바뀌었든지 하여간 요즘은 예전에 즐겨먹던 음식을 먹어봐도 도통 신통치가 않습니다.
개중에는 초심을 잃은 음식점도 있을 겁니다.
혹은 식재료가 예전과 달라졌기에 어쩔 수 없이 특유의 맛을 잃은 경우도 있을 것이고요.
이도저도 아니면 시류에 따라 맛을 일부러 바꾸었을 수도 있겠구요.
갑판장이 즐겨먹는 매운음식 중에 낙지볶음과 매운닭발이 있습니다.
낙지볶음은 무교동 일대가 유명세를 탔었는데 도심 재개발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더니만 이제는 예전의 그 맛이 아닙니다.
갑판장이 기억하는 무교동의 낙지볶음은 무진장 매워서 낙지에 묻은 질퍽한 매운양념을 걷어내고 맹낙지만 먹고도 한참 동안 온몸을 비틀며 고통을 표현하곤 했었는데 요즘의 낚지볶음은 매운양념까지 몽땅 섞어서 낙지볶음비빔밥을 만들어 먹어도 땀도 별로 안 흘립니다.
갑판장의 닭발사랑은 각별합니다.
갑판장도 처음부터 닭발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술을 입에 대면서 부터 이런저런 안줏거리를 탐닉하였었는데 그 때 닭발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1980년대의 포장마차에서 가격대비 제일 만만했던 안주가 닭발이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울 때는 소주 반 병을 엽차잔(혹은 맥주잔)에 찰랑거리게 따라 놓고는 단숨에 비운 후에 쟁반에 수북히 쌓여있던 닭발(혹은 돼지껍데기) 한 점을 안주삼아 뜯어먹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때는 소주 한 병과 닭발 한 접시를 주문했습니다.
쥔장이 닭발을 뼈째 조진 후에 연탄불에서 거뭇하게 구워주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입에 착 달라 붙었습니다.
닭발에 촉이 꽂히다 보니 소시적부터 닭발이 맛나다고 소문이 난 곳은 거의 다 찾아다녔습니다.
일부러 찾아다닌 닭발집들을 꼽아 보자면 아현동 닭발집, 명일동 닭발포장마차, 고려대 인근의 현고대닭발, 예전의 한신포차 닭발, 안산의 정든닭발, 화곡동 호미닭발(현재는 홍미닭발) 등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일까요?
갑판장이 즐겨 다니는 닭발집들의 맛이 은근슬쩍 변했음을 느낍니다.
화끈한 매움은 참을만한 매움으로, 은근한 달음은 노골적인 단맛으로, 넉넉한 인심은 마케팅이라 포장한 상술로 말입니다.
유명세를 쫒아 몰려든 대중들을 상대하려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못내 아쉬운 감정이 치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강구막회의 옆 동네인 구로시장 한 켠에 닭발집이 새로 개업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쥔장의 남편이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는 분이라 온라인마케팅을 적극 활용하시더군요.
남편의 블로그을 꼼꼼히 살펴보니 호기심이 일렁였습니다.
낚인 겁니다. ㅎㅎ
영업시간도 오후 4시부터 익일 오전 3~5시까지라니 같은 음식업에 종사하는 갑판장이 방문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하여 지난 일요일에 그 닭발집을 방문하기로 작정을 하고는 인근 동네에서 항시 대기중인 식구 두 명을 차출했습니다.
헌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그 날이 그 집 둘째의 첫돌이라 임시휴무를 하더라는 겁니다.(나중에 확인한 사항입니다.)
다음 날인 월요일 밤에 다시금 기회가 닿았습니다.
가사로 인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신 선장님이 출출하시다면 갑판장이 퇴근 할 때 냉동실에 있는 만두를 가져오라는 겁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갑판장이 절대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닭발집 메뉴중에 칼국수가 있는 것을 알고있던 갑판장이 낚시바늘에 미끼로 칼국수를 꿰었습니다. ^^;;
걸어가도 20~30분이면 충분한 거리(2km)이지만 차로 선장님을 닭발집 바로 코 앞까지 모셨습니다.
닭발 한 팬(1만원)에 칼국수 한 그릇(3천원), 막걸리 한 병(3천원)을 주문했습니다.
이 집의 닭발은 떡뽁기처럼 국물이 자박자박한 볶음스타일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닭발은 구워먹는 닭발에 비해 뼈에 붙은 살을 발라 먹기가 훨씬 쉽습니다.
닭발을 통째로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튓툇툇만 몇 번하면 됩니다.
쥔장은 남은 닭발국물에 밥을 넣고 볶아 먹어도 맛있다는데 그럴 여력까지는 안 되기에 선장님이 드시는 칼국수 면발을 앞접시에 덜어서 닭발국물로 비벼 먹었습니다.
이제 개업을 한지 한 달 남짓 된 음식점이라 뭐라 말씀을 드리기가 거시기합니다.
자칫하다가는 공연히 남의 놀음에 놀아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격은 음식점이라야 신뢰를 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암튼 갑판장는 강구막회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에 있는 닭발집이니 가끔 매운음식이 생각날 때 출입을 할 생각입니다.
국내산 고추를 사용했다는 고추양념의 알싸함도 좋고 노골적인 단맛으로 치장을 안 한 것도 마음에 드니 말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위에 소개한 닭발집에 대한 정보는 '신구로닭발'로 직접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네이버에 블로그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첫댓글 신구로닭발에서 갑판장을 팔아도 아무런 혜택은 없습니다만 아는 척은 하실겁니다. ㅡ.,ㅡ;.
홍미닭발의 맛이 변했나요? 홍미닭발에 자주 가신것으로 아는데... 그냥 궁금해서요 ^^:; 전 거기서 닭발보다는 닭매운탕 일명 닭도리탕을 먹기 때문에 닭발의 변천사를 잘 몰라서요.
짧은 답글을 통해 공개적으로 답변을 해드리기 거시기한 질문이십니다. 기회가 닿으신다면 오프에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꾸벅~
ㅎㅎㅎ 기회되시면 신도림으로 출동하셔도 국물 자작한 매운닭발집이 있습니다 ^^ 구로시장은 점심때 한바퀴 돌아봤는데 역시나 시장 탐방은 늘 즐겁더군요 ^^
기회가 되면 돈수돈에 더 가고픈 1인이구만요. ㅡ,.,ㅡ;;
돈사돈 이겠죠. ㅋ 저도 가고 싶습니다!
예리한(?) 까칠한(?) 창렬..ㅎㅎ
가고싶은 1인...
가고싶은 2인....ㅡㅡ
매운 닭발먹고 난 후의 아변후 쓰린 X꼬를 느껴보고 싶군요..
이번 주 일요일(7/18) 점심 때 합정역 돈사돈에 가실 분 꼬리 붙으시기 바랍니다. 오후 13시에...
갑판장 참석. 금요일 자정까지 갑판장 포함 2인 이상 돈사돈 번개 유효합니다. ^^
저는 일단 가능할듯. 금일 자정 이내에 확정해서 알려드리겠슴다.
일요일을 기다립니다. ^^
오랫만에 갑판장님의 음식점견문록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
조만간 닭발먹으러 가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