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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필이 있습니다.
<간밤 꿈속에서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저희들 사는 모습이 궁금하셔서 나타나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꿈속에서 못 다 올린 말씀 이제 글월로 보충하고자 합니다.
어머니의 막내아들인 저도 이제 80대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하오나 건강은 비교적 좋은 편이어서 이런 저런 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두 곳에 있어서, 오전 오후로 갈라서 나갑니다.
어머니의 막내며느리인 도식 어미는 건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무릎 관절이 부실해서 걸음걸이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운동을 충분히 하기 어려우므로 몸이 점점 약해지고 기운이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지난해 어미는 가사노동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어렵게 입 밖에 냈습니다. 가사노동 가운데서 가장 어려운 것은 세끼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한 가지 의견을 냈습니다.
아침식사는 식빵과 우유 등으로 간단히 때우고 점심과 저녁식사는 가까운 음식점에 가서 사먹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제가 자동차 운전을 못하므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범위 내의 음식점을 찾아다녔습니다. 어미가 보행에 어려움을 느끼는 처지이므로 그 범위는 아주 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대로 예닐곱 군데 음식점을 발견하고 그곳과 인연을 맺기로 했습니다. 한동안은 견딜 만했습니다. 그러나 그 한동안이 3개월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만든 음식은 아무리 되풀이해서 먹어도 싫증이라는 것을 몰랐는데 이 매식(買食)이라는 것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위장이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입니다. 입이 까다롭기는 어미보다 제가 훨씬 심하다는 것도 판명이 났습니다. 어미는 다시 제 손으로 식사준비를 하겠다고 비장한 결의를 밝혔습니다. 주부라는 것은 밥을 제 손으로 지을 신성한 의무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저는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하루에 한 끼만 매식을 하자는 절충안이었습니다. 이 절충안을 따라서 한 달포 정도 또 세월이 지나갔을 무렵에 겨울이 닥쳐왔습니다. 날씨가 추울 때는 빨리빨리 걸어야 추위가 덜한 법인데, 어미는 빨리 걸을 수 없으므로 외출이 부담스럽다고 움츠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집에서 끓여먹고 한 끼 때우는 편이 낫다고도 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또 하나의 절충안을 내놓았습니다. 주방에서 하는 일 가운데 기술이 필요한 건 어미가 맡고, 그 밖의 단순 노동은 제가 맡는다는 분업의 원칙을 따르자는 절충안 말입니다. 제가 어미의 도우미, 그러니까 조수 노릇을 하겠다는 이 안에 대해서, 어미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서울대학교의 명예교수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직까지 맡고 있는 남편을 어찌 손아랫사람 대접을 하겠냐는 논리였습니다. 이에 저는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논리로 맞섰습니다. 요즘의 젊은 남편들은 앞치마까지 두르고 아내의 도우미노릇을 한다는 사실 모르느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앞치마까지 두르지는 않기로 약속하고 저는 그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주방 도우미로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깨끗이 빤 행주로 식탁을 닦는 그것입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행주에 상 ㆍ 중 ㆍ 하 세 가지가 있으며, 그 가운데서 식탁을 닦는 것은 중급(中級)만이라는 것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하급 행주라 해도, 옛날 농촌의 행주처럼 너덜너덜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하는 주된 일은 조리대(調理臺)에 늘어놓은 준비된 음식 접시와 수저 등을 쟁반에 놓아서 식탁까지 운반하는 일과 식사가 끝난 뒤에 빈 그릇을 다시 쟁반에 모아서 싱크대 근처로 가져다놓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음식 그릇과 수저 등을 식탁에 늘어놓는 일도 제가 자진해서 맡았으나 제가 해놓은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든다며 그 부분은 면제시켜 주었습니다. 주방일 가운데서 가장 하기 싫은 것이 설거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제 몫이 아닙니다. 설거지는 한 곳에 서서 하는 일이므로 보행이 불편한 어미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 하오나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바다 건너 미국 땅에 가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돌아온 하나뿐인 남편에게 그따위 구질구질한 일은 시키지 않겠다는 어미의, 이 시대 마지막 현모양처의 표본인 어미의, 확고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한 가지 다행한 일은 세상이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로 편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우물에 가서 물을 퍼올릴 필요는 없으며, 꼭지만 틀면 찬 물과 뜨신 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청솔가지나 장작을 필 필요도 없습니다. 전기나 가스로 음식을 만들고 난방도 합니다.
세탁기라는 것이 있어서 빨래거리를 넣고 스위치만 누르면 혼자서 일을 합니다. 설거지거리가 많을 경우에는 식기세척기라는 것을 사용하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 밖에도 편리한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하오니 어머님, 아무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어머님께, 김태길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19개월. 우리 식생활에도 불가역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배달·(사 먹는) 반찬·밀키트로 대표되는, 이른바 ‘배반밀’의 시대다. 중앙일보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가 전국 20대~60대 남녀 2523명에게 ‘코로나 2년 차의 식생활’에 관해 물었다. '오늘 당신의 ‘집밥’은 어떠했습니까'.
“집에서 밥하는 게 왜 당연하죠? 각자의 선택과 취향 아닌가요?”
한국인의 식문화가 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가정 내 식사 횟수는 급증했지만, 엄마가 직접 장을 보고 식자재를 다듬어 차린 전통적 의미의 ‘집밥’의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밥·국·찬을 갖춰야 제대로 된 한상차림이라는 인식도 옅어진 지 오래다. 그 대신 ‘배반밀(배달음식·반찬가게·밀키트)’과 각종 가정간편식(HMR), 포장 음식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와 함께 전국 20~60대 25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끼니의 절반 이상을 배반밀로 대신한다는 응답자는 35.1%로 집밥을 주로 차려 먹는다는 응답자(35.8%)와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끼니의 대부분을 배반밀로 해결한다는 응답도 16.1%에 달했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건 젊은 세대다. 2030세대 중 배반밀을 주로 먹는 비중은 41~45%로, 차려 먹는 비중(27.5%)의 두 배 가까이 됐다. 두 아이를 둔 직장인 김현미(36·여)씨는 “지난해만 해도 처음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남편, 아이들까지 모두 집에 있다 보니 부부가 번갈아가며 삼시 세끼를 차리는 '돌 밥'(돌아서면 밥 차리기) 전쟁을 치렀다”며 “올해는 포장·배달음식을 거의 매일 사 먹고, 주말에만 한두 끼 요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배반밀을 택한 이유는 ‘편리함’이다. 포장을 뜯어 그대로 섭취하는 빵·떡 등 가공식품이 가장 인기를 끌었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는 HMR이 2위를 차지했다. 반찬가게, 배달 등 차리기만 하면 되는 바깥 음식은 각각 3, 4위, 5~10분 정도의 조리가 필요한 밀키트는 근소한 차이로 5위를 차지했다.
72% “배반밀 거부감 없어”
사 먹는 음식은 영양과 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현저히 줄었다. 응답자의 55.6%는 배반밀에 대해 ‘거부감이 줄었고 섭취량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었다’는 응답(16.4%)까지 더하면 총 72.0%는 사 먹는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없다는 얘기다.
은행원 류지현(32·여)씨는 “집밥 먹는 횟수가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되지 않은 게 10년이 넘었다”며 “다이어트 도시락이나 빵을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류씨가 요리를 기피하는 이유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그는 “한식은 간장, 고추장, 참기름, 마늘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양념이 많아서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HMR 시장의 확대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역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는 데 한몫했다. 대표적인 HMR 업체 CJ제일제당의 경우 도가니탕, 수삼갈비탕, 전복가자미미역국 등 국물 요리뿐 아니라 차돌우렁강된장, 우엉소고기덮밥소스까지 시중에 판매 중이다.
‘집밥=엄마의 사랑'?
집밥의 쇠퇴는 맞벌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가구의 확대와 맞물려 있다. 집 밥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은 물론 외식·식품 산업 발전으로 가정 내 집밥 차리기의 기회비용도 증가했다. 재료비, 노동 시간을 고려하면 집밥이 외식 메뉴 못지않게 비싸진 지는 오래다.
집밥의 절대 지위가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집밥 챙기기=엄마의 일'이란 고정 관념 역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김애리(39·여)씨는 “요리에 취미가 없어 자녀에게 맛집을 경험시켜주거나 제철 과일을 챙기는 식으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안지은(38·여)씨는 부부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밥 차리기는 요리에 취미가 있는 남편이 주로 한다고 했다. 다음날 아내가 먹을 점심까지 전날 저녁 준비해 두는 편이다. 대신 청소와 집안일은 안씨가 전담한다. 안씨는 “요리도 다양한 집안일의 하나일 뿐인데 반드시 주부·엄마의 몫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좋은 엄마’의 필수 조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단 2030세대만이 아니다. 취재 중 만난 주부 B(64·여)씨는 "가끔 가족들이 집 밥에 들어가는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서운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남편과 말다툼했던 일도 전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가야 할 요양원을 알아보던 중 남편이 요양원에도 조리 시설이 있는지 묻더라”며 “순간 '나는 죽을 때까지 밥 차리라는 말이냐'고 쏘아붙였더니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며 사과하더라”고 말했다.>중앙일보, 배정원·유지연·이소아 기자
중국에 몇 번 여행을 갔는데 거기 사람들은 아침밥을 집에서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거의가 다 출근하면서 길에서 사먹습니다. 큰 도시에서는 식당에서 먹지만 변두리 중소도시는 길가에서 먹는 사람도 많습니다. 출근하면서 가볍게 사먹고 집에 있는 사람들도 빵을 만드는 곳에서 사다가 먹습니다.
저녁도 퇴근하면서 사다가 먹는 집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아마 잔치 때나 되어야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식구가 모여 같이 먹는 것 같습니다. 동남아 지역에는 가 본 곳이 별로 없지만 거기도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날마다 더워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아주 고역이라고 합니다.
저도 올 여름에는 저녁 끼니를 여러 번 사다가 먹거나 시켜서 먹었습니다. 너무 더운데 집에서 음식을 하라고 하기엔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젠 식문화가 많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국어책에 보면 ‘전통’을 지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그것이 다 맞는 것처럼 얘기했는데 이젠 그런 얘기가 다 사라질 것이고, 전통을 굳게 지키려다가 남들에게 뒤떨어져 후회하는 얘기들로 바뀔 것 같습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입니다.
2회 영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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