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사인에서 나온 신선영 기자와 함께 다니기로 했습니다.
어제 급하게 연락이 와서 어찌해야하나 고민을 하였습니다. 사실 언론사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언론사는 취재를 하지만 결국 우리의 컨텐츠를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욱 크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찍는 사진 과정 또한 지역주민에게 있어서는 사전 동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자비로 찍히는 과정이 또 하나의 폭력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허락한건, 그래도 시사인이라는 주간지는 일반 다른 언론사보다 더 공정하고, 사회 문제와 이슈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주간지임을 생각해습니다. 또한, 우리가 주장하는 바가 최근 SPC 지원 기관으로 선정된 이후 사회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문제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있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9시 15분,
어르신들이 사시는 물건은 어쩜 이렇게 한결 같을까요?
늘 사시던 물건들, 반복이고 또 반복입니다. 그러던 찰나, 손주 생각해서 고르시는 과자 2봉지. 묶음으로만 팔고 있던 과자에서 낱개과자들 몇개를 갖고오니 어르신께서 두봉 고르십니다. 무엇을 사도 늘 손주만 생각하시는 어르신. 손주는 그 사랑을 알까요.
9시 35분,
마을을 다 돌고 나가려던 찰나, 뒤에서 어르신이 부르십니다.
"내가 다리가 아파서 좀 늦었네, 울 집 뒤에 한 괘짝 갖다놔주게."
어르신께서는 늘 총무님에게 술을 선사하시곤 합니다. 어르신 말씀에 차를 재빨리 후진하여 집에 한 궤짝 놓고 옵니다. 돌아기는 길,
"아이고, 술이 또 들어오네." 하시는 집주인 어르신 말씀.
총무님이 동네 어르신들 집집이 다니며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구나 싶은 맘으로 즐겁게 나옵니다.
10시,
기자님을 태우고 어르신 댁으로 갑니다. 어르신 집으로 가니, 어르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어르신께선 옆에 방에 누워계셨습니다. 뜨거운 여름인데도 장판을 키고 누워계시는 어르신. 무슨일이 있으신가 싶어 여쭤보지만, 어르신께서는 오늘은 안사신다며 가라고 손짓을 하십니다. 어르신의 안위를 확인한것만으로 생각하고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바로 나왔습니다.
10시 10분,
어르신 두분 나오셔서 미원 하나 사십니다. 윗집 어르신 여쭤보니, 얼마전 119가 왔다갔다고 합니다. 무슨일인진 모르겠으나, 또 낙상이거나 어디 다쳐서 그러하신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르신께서는 몸이 좋지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어르신이 집안에 그대로 계시는것이 괜찮은것인진 모르겠으나, 일단은 달리할 방법이 없으니 상태와 과정만 확인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기로 합니다.
10시 15분,
회관에 들리니 어르신들 늘 말씀하십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렇게 들여다봐주니 얼마나 좋소."
어르신들은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하시기에 믹스 한 잔 타먹고 움직여봅니다. 회관은 제게 있어서 휴게소와 같은 곳입니다. 회관을 나서려고 하니 급하게 전화옵니다. 다시 윗집 어르신의 호출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윗집 다시 올라갑니다. 어르신 집에가니 계란 한 판 달라고 합니다. 혹시나 싶어 막걸리 괜찮으신지 여쭤보니, 고민하시다가 막걸리도 한 병 사십니다.
"울 아저씨가 찾을지도 몰라."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께 물건 잘 전하고 다시 출밟합니다.
10시 30분,
오늘도 공병 4개를 갖고 오는 어르신.
"아들이 사줬어." 하시는 어르신. 주량이 늘었습니다. 2병에서 4병. 100%상승이지요.
확인을 해야하나 싶으면서도.. 일단 내부에만 말씀드리는 것으로하고 다시 나서봅니다.
10시 35분,
오늘도 돼지고기를 사시는 어르신. 2주 단위로 잊지 않고 사십니다.
"울 아덜들이 돼지고기는 꼭 사먹으라고 돈을 보내주니, 나도 꼭 잊지 않고 사먹어" 하시는 어르신. 실제 나이는 92세이지만 호적상으로는 103세라고 하시는 어르신. 그 옛날에 이화여자대학교까지 나와서 멋진 생활을 하셨을 것 같은 어르신. 어르신의 삶 이야기를 언젠간 자세하게 쭉 듣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 시일이 더 늦어지기전에 말이죠. 어르신이 겪었던 그 시절의 연애는 어떠셨는지, 6.25 때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어르신만 알고 있는 대한민국 100년의 역사를 말입니다.
10시 50분,
어르신께서 여쭤보십니다.
"혹시 아이크림도 배달혀?'
배달 안되는 것이 없는 동락점빵입니다. 배달 가능하다고 말씀드리니 "그..펕들은놈있제? 그거 한 20개만 갖고와바~" 하십니다.
바로 내부 직원들에게 전달하여 아이스크림 신속배달을 합니다. 어르신들도 더울 땐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해결하시곤 합니다.
11시,
오늘은 밖으로 안나오시는 어르신. 그하지만 걸음보조기는 있기에 밖에서 불러봅니다.
조용히 창문을 여는 어르신. 하지만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회관에 안가시냐 여쭤보니, 오늘은 식사도 하지 않아 집에 있는다고 합니다. 다른 도움 필요한거 없냐고 여쭤보니 괜찮다고 하시며 다음주에 보자고 하십니다. 어르신 건강이 좋지 않는 상황에 혼자 지내고 계셔야하는점을 고려하면 걱정이 많이 됩니다. 다른 어르신들한테 이야기를 해두고 들려봐달라고 말씀드려야겠다 싶었습니다.
11시 20분,
어르신께서 박카스를 찾으십니다. 오랜만에 얼굴 보여주시는 남자어르신
"내가 병원에서 얼마전에 퇴원했는데, 나 치료해주신분들 선사하려고, 3박스만 주게나" 하십니다.
차량에는 박카스가 없어서 이따 점심에 갖다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선 알겠다고 하며, 이따 들리라고 해주십니다.
병원치료 과정에 돈내고 치료해도 어르신들께서는 고마움을 먼저 생각하십니다. 감사라는 것은 자본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표현 해야함을 솔선수범 보여주십니다.
11시 40분,
회관앞에 잠시 서있었는데, 뒤에 트럭 한대가 와서 주차를 하십니다. 못보던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영광군 전체를 다니며 세제를 파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거보다 이게 돈 벌이가 더 잘되~~ 이거해~~" 하시는 사장님.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돈 버는 목적보다는 지역에 필요한 일이기에 함을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는 영업보단 일상생활복지운동이니 말입니다.
13시 50분,
오늘은 회관에서 건강체조가 평소보다 더 길었습니다. 장사할 수 있는 시간은 짧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어르신들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니 말입니다. 다행인건 1달 더 추가 진행할 수 있다는 소식에 어르신들 모두 좋아라 하셨습니다. 옆에 앉아서 어르신들 체조 끝날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건강체조 선생님이 모두 가신 후, 조용히 가운데 앉습니다.
지난주 새로 이사오신 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번주에 집들이를 본격적으로 하시려나 싶었습니다. 어르신들 모두 화장지를 사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 와중에 한 어르신은
"좋은 놈도 좀 안좋더만~ 좀 더 좋은놈 갖고 와보지~" 하십니다.
화장지 하나 23,000원인데 이거보다 더 좋은놈 사려면 3만원은 족히 줘야합니다. 그러면 또 어르신들은 가격이 부담되서 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2종류 있는 휴지중에 그래도 선물로 할 것이니 조금 더 비싼거로 합니다. 집들이 선물로 들어온 화장지로 1년을 산다면 잘산다고 하는데, 새로오신 분의 집에도 어르신들의 휴지로 1년동안 쓰실 수 있길 바래봅니다.
14시 10분,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주문하신 물품들고 집으로 갑니다. 집 안에서 문 잠그고 계시는 어르신. 잠시 부르니 앉아서 창을 열어주십니다. 발바닥은 피가 너무 많이났었는지, 붕대가 피범벅입니다. 그럼에도 어르신은 병원가기를 싫어하십니다. 볼 때마다 쓰라리고 아파보이는데, 어르신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병원을 가실지 고민이 됩니다. 오늘 배달한 물건으로 어르신께 지원된 긴급생계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14시 20분,
아랫집 와서 보니 역시나, 우유를 정기적으로 받는 어르신께서 와계셨습니다. 집 문이 잠겨 있을 땐 항상 여기에 와계십니다.
"울 집에 우유 넣었어~?" 하시며, "담에 줄께~" 하시는 어르신.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어르신 안부 확인하고 바로 움직입니다.
14시 30분,
늦은 시간에 회관에 주차를 하고 잠시 쉬려고 하는데, 길 건너편에서 어르신께서 오십니다.
"회관에 놀러왔는디~ 안들어올텨?"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 계시는 줄 몰랐습니다. 계신다면 인사드려야겠지요. 회관에 여럿이 모여계시는 어르신들.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뜨거운 커피를 단숨에 마실 수 없기에, 물만 타서 간다고 말씀드리며 움직입니다. 이번이 벌써 두번째입니다. 지난번도 바빠서 물만 갖고 갔는데, 다음번엔 꼭 반드시 커피를 마시고 움직여야겠습니다.
14시 45분,
시정에 앉아서 점빵차를 기다렸던 어르신들. 오늘은 전)부녀회장님 오셔서 외상값 이야기를 하십니다.
"울 집에 얼마여~?" 하시는 회장님. 외상값이 10만원이 넘습니다. 큰돈이지요.
"이번주 토요일날 울 신랑보고 가서 결제하라고 할게." 하시는 회장님.
그간 바쁘셔서 결제를 못하셨겠지요. 기다리면 언젠간 결제를 해주시는 회장님 덕분에 믿고 물건 드립니다.
오늘은 기자님과 함께 동행을 하게 되어서 오후 3시이 후의 일정은 다소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기자님은 처음에 오실 때 농협에서 운행하는 기찬트럭 사례와 저희 이동점빵 사례를 함께 취재하고 싶다고 하셨었습니다. 동락점빵도 이동하며 물건을 파는 것만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오전부터 오후까지 함께 다니면서 보니, 집집이 모두 방문하고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회서비스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일정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셨다고 생각하셨습니다.
농협에서하는 기찬트럭 취재는 어떻게 되셨는지 여쭤보니, 담주 비소식이 있어 1주일 내내 운행을 하지 않아 취소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동락점빵도 그렇게 되는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생활에 필요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행동이 날씨가 안좋다고 사라지는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동락점빵은 재난수준의 기상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가가호호 방문함을 말씀드렸습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이 일은 지원사업이 있어서 운영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벌려서 운영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운영이 가능한 일입니다. 조건을 따지고 못하고 있다면 이 일은 못할 것이고,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운영한다면 어떻게든 운영이 가능할 것입니다. 일반 시장자본 논리로 분석하기 어려운 면단위에서 어떤 운영 방식이 가능할까요? 그저 해보는 일만이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