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가장 덥다는 大暑가 하루 지난 7월23일 우여곡절 끝에 약속 시간 보다 한시간 이상
일찍 도착한 죽전역에는 더위를 뒤집어 쓴 인파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1시반 까지 반포 세빛섬에 도착시켜 달라던 집시람의 오더가 11시반으로 변경되고 주차장의
상태에 따라 차를 다시 가지고 올지, 아니면 세빛섬 고수부지에 두고 올지가 불분명한 상태라
친구들과의 약속시간을 조절하기가 불가능하였던 터라 커피 한잔을 함께 하고 행사 잘 하고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홀로 죽전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예상 밖에 죽전역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은 재승君은 살짝 멘붕,,,하여튼 승억군이 오기 전
준비한 음식 재료며 조리기구 등을 주차장으로 옮기고 있던 중 승억君의 車가 게이트를 통과한다,,,
여러 잡다한 설명을 뒤로하고 영보君이 기다리는 오금역으로 차를 달린다,,,
항상 시간약속이 정확한 영보君이 뒷 좌석에 안착하고, 일단 성원이 된 친구들을 실은 검정 에쿠스는
양평 백안리로 달려간다,,,
팔당대교에서의 짧은 정체를 빼고는 널널한 6번국도를 따라 달려가는 차창 밖으로는 초록빛
7월이 넘실거리고 우리들의 입기엔 친구들과의 1박2일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튼 미소가
넘실거린다,,,
오늘 모임의 완전체가 되기 위한 마지막 선수 종서君이 여섯 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삿갓봉을
따라 하산하여 하룻밤을 보낼 작은 팬션에 마치 인간 네비게이션 마냥 찾아왔다,,,
친구들과의 모임에 선뜻 팬션을 내어주신 妻외심촌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짐을 풀어 놓는다,,,
친구들의 시장기를 채워주기 위한 오늘 모임의 주선자인 재승君의 손 놀림이 바빠지고, 커다란
중식 도구인 웍(wok)이 달궈지면서 현란한 조리 솜씨를 보이며 완성 된 재승君의 요리는 빛을 발한다!
야외 식탁으로는 매우 고급 진 식기들이 깔리고 그 위에는 버진급 올리브오일과 알싸한 발사믹 식초가
뿌려진 샐러드가 에피타이저로 준비되고, 미리 준비해 온 먹음직한 소갈비찜이 식욕을 자극하고 웍에서
방금 완성 된 전가복에 가까운 팔보채가 다양한 해물과 어울어진 죽순과 청정채의 만남으로 놀라운 맛의
향연을 보여준다,,,
해가 진 후 구름에 가리워진 보름이 조금 지난 한쪽이 홀쭉해 졌을 보름달 마져 쉬어가는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는 계속되고,,, 잠시 서로의 의견충돌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였지만 오랜 친구들이기에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기며 이내 오랜 우정의 마침표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스페인식 야외 요리라는 파에야(paella)의 절묘한 맛을 음미하고 난 후 야참으로 준비한 소바를 한그릇씩
비우고 나서야 친구들은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긴 오후의 파티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좋은 친구들과 정성스래 준비한 맛난 음식 그리고 자연발이 더해진 까닭인지 평소보다 음수량은 많아졌고
특히 발군의 음주실력을 보여준 승억君의 놀라운 주량은 단연 오늘의 으뜸이였다,,,
백안리 모퉁이에 볕이 들기 시작하는 이른 새벽,,,종서君을 필두로 하나둘씩 기지게를 펴고, 해장 라면을
사러간 사이 받아 논 웍의 물이 쉬이 끓지를 않는다,,,다소 설익은 라면은 얼큰한 국물과 함께 쓰린 속을
달래주고, 그 해장 라면에 또 다시 두꺼비 세마리가 희생된다! 아~ 엄청들 마신다,,,정말 줄기차게 마신다,,,
승억君과 종서君의 해장 술이 바닥을 보이고, 잠시 후 마지막 요리인 삼계탕을 준비하는 재승君의 손이
다시 바빠진다,,,정성스런 마음으로 준비해 온 음식들을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려는 훈훈한 마음이
엿보이는 순간 시원한 국물의 삼계탕이 수줍은듯 포얀 속살을 드려내며 냄비안에 살포시 누워있다,,,
또다시 한잔 또 한잔,,,기여코 바닥을 보이는 슬픈 소주병의 가는 목에선 더 이상 나올것이 없다!!!
아점 후 막간을 이용해 윷놀이 한판이 벌어지고, 예상 밖으로 흥미로웠던 윷놀이는 등수가 정해지며
막을 내린다,,,상경하는 길, 옥천 냉면에 다시 일잔,,,아~정말 졌다,,,아마도승억君이 요사이 산삼,녹용을
장복한 모양이다,,,계속 잔을 맞춰 준 종서君이야 인정하는 주당이지만, 승억君의 주량은 1박2일 동안
단연 으뜸이였다,,뭔가 비법이 있는게 아닐까하는 친구들의 의심을 받는게 당연하다,,,
상경하는 차안에서 2박3일의 8월 휴가를 계획하면서 다시 설레여지는 마음 한구석에는 내 스스로 풀어야 할
부담감이 먹구름 처럼 밀려오고, 잔뜩 찌푸러진 하늘은 내 마음을 대변해 준다,,,
펄덕이던 엔진이 잠시 숨을 고르는 길가에서 차를 내린 나는 헤여지는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즐거웠소 친구들! 다음 기회에 또 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