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
-나호선 지음/여문책 2022년판
슬픈 젊은 날의 자화상
1
책을 다 읽고 나니 애처로운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 세상을 다소 겪어본 어른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생의 질곡을 어린 날에 벌써 거쳐 왔다는 사실 때문인데 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생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서도 자신과 사회를 연민을 가지고 돌아볼 줄 아는 젊은 아량과 세상을 나름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 그 대견스러움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나름 또 하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 제공하지 못하는 이 땅의 젊은 세대의 고통에 찬 시간들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탓이다. 이런 책이 아니라면 ‘MZ세대’라는 용어도 소화하기 힘든 시기에 젊은 날의 비슷한 과정을 남다르게 통과해나가는 젊은 세대의 내면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문학고전을 통해 자신의 지나간 시절과 그 시간들의 의미를 되새기듯 반추할 수 있다. 혹은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도 그런 방면의 좋은 문학 서적이었다. 하지만 오늘 ‘나호선’ 작가의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은 그런 고전과 다소 결이 다르지만 신산스러운 이 땅에서 젊은 청춘을 보내며 일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들에게 그 진정성에서 애잔함과 성찰의 시간을 오롯이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내는 ‘세대차이’에서 어떤 변화가 실제로 있었고, 그 강도의 파급효과가 지금도 젊은 세대에게 계속 이어져가는 과정을 탄식하듯 바라보게 만들며 우리가 왜 나이를 떠나 현재의 삶에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결코 우리와 상관없는 타인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의 문제일 수밖에 없으며 그동안 스스로의 삶의 굴레 속에서 세상일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3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희망과 사랑과 긍정의 마당으로 바꾸기 위한 여정을 이미 시작했고 목표했던 어느 지점까지 도달한 것으로 책을 읽으면서 느껴졌다. 읽는 초기에 읽혀졌던 비분과 통탄과 동정은 우려스러울 지경이었지만 말미에 접어들며 비슷한 공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과 마음의 흐름을 줄곧 따르며 읽었던 탓이다.
자신의 지난 내면을 극복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길목에서 작가가 만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감지하고 축하를 보낸다. 픽션인 소설이 아니어서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는 사실,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 그런 내면의 통과과정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23.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