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명을 숨긴 브랜드의 등장이 점차 늘고 있다. 활용도가 떨어진 만큼 기업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든 것일까? 우리 기업에게 맞는 기업 브랜드 활성화 포인트를 제시한다.
최근 몇 년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실로 다양한 브랜드의 등장을 지켜보고 있다. 트롬, 지펠, 디오스, 딤채, 프라임, 자이, 위브, 래미안, 청정원, 하우젠, ‘X-’, ….
그런데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들 브랜드들을 가만히 살펴 보면, 기업명을 숨긴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랜드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업 브랜드 보다는 패밀리 브랜드, 개별 브랜드 위주의 브랜딩이 유행한다고 얘기할 것이다. (브랜드는 계층적 구조에 따라 LG, 삼성 등 기업명을 나타내는 기업 브랜드(Corporate brand), 청정원, 하우젠, ‘X-’ 처럼 기업이 생산하는 동일한 범주의 제품을 하나로 묶는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 그리고 트롬, 지펠, 딤채, 자이 등 개별 제품의 속성이나 편익을 나타내는 개별 브랜드(Individual brand)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개별 브랜드의 등장은 곧 소비자의 기호가 그만큼 다양해 졌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개성 있는 개별 브랜드 보다 믿을만한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저신뢰 사회의 현상(<LG주간경제> 736호, ‘저신뢰 사회의 브랜드 전략’ 참고)에서 우리 사회가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과거 기업명이 곧 브랜드였던 시절을 돌이켜 본다면, 계층별로 브랜드 관리가 이루어지는 선진국형 브랜드 전략이 통용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우리 경제 수준의 향상을 대변하는 듯 하여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기업 브랜드에 비해 패밀리 브랜드나 개별 브랜드의 경우에는 투자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 막 저신뢰 사회에서 벗어나고 있는 우리 시장의 성숙도를 고려해 본다면,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이 우리 사회의 소비자들을 앞질러 급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도 있다. 다음의 가상 상황을 살펴보자.
A: 김치 냉장고 새로 장만하셨다면서요? 어떻게 고르셨어요? 요즘 하도 많아서….
B: 아, 이것저것 비교하다가 결국에는 ‘김장독’으로 샀어요. 디자인이 맘에 들더라고요.
A: 어머! 그거 L사 제품 아닌가요? L사 제품은 저도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좋아하는데, 회사 이미지도 좋고, 게다가 듣자 하니 A/S도 빨라졌다고 소문 났어요. 잘 사셨네요~.
‘김장독’ 과 ‘L사’, 김치냉장고 하나의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연상하는 브랜드는 하나가 아니다. ‘김장독’이라는 개별 브랜드와 함께 L사라는 기업 브랜드도 함께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여전히 제품 구매 시에도 ‘어느 회사 제품이에요?’를 물어보고, 개별 아파트 브랜드만 보고서도 기업 브랜드를 금방 연상해낸다. 사실 실컷 패밀리 브랜드, 개별 브랜드 전략을 펴지만 실제 유통점 코너에서는 기업 브랜드를 크게 써 붙여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보면 실제 소비자들에게는 왜 여전히 기업 브랜드가 중요한지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작년 말 실시된 소비자 만족도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살펴 보아도, 이러한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다. 설문 대상이었던 A사와 B사의 제품들 가운데 전체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쪽은 A사 제품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이 개별 제품의 속성에 대한 만족 여부 때문은 아니었다. 전체 설문 응답자를 A사와 B사 각각의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로 나누어 분석해 보았을 때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조사에서 소비자 만족도의 차이는 어느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은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는 만족도 뿐 아니라 이들 제품의 재구매 의향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즉, 기업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소비자의 만족도 및 재구매 의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소비자들에게 기업 브랜드의 영향력이 여전한 것에 비해 정작 기업은 기업 브랜드의 체계적인 관리에 인색하지 않았던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기업 브랜드 활성화를 위한 다섯 가지 포인트를 제시해 본다.
1. 새로운 감성으로 Revitalize하라
기업 브랜드를 활용하기 위해서 우선은 기업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본래 브랜드의 근원적인 역할은 제품의 제조자나 만든 사람을 나타내어 신뢰를 주고자 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품질과 신뢰가 제품 판매의 기본이 되어버린 지금 브랜드의 역할은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거나 개인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감성적인 영역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감성 브랜딩의 예는 개별 제품의 브랜드가 곧 기업의 브랜드로 통용되는 경우 쉽게 찾을 수 있다. 상쾌한 기분을 체험하게 하는 코카콜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체험을 제공하는 코로나, 거친 개인의 삶을 표상하는 할리데이비슨 등이 우선 떠오른다. 우리 기업 중에서도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경우, 차가운 철(Fe)의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재해석하여, 미래(FuturE), 친구(FriEnd), 변함없음(ForEver)등 따뜻한 느낌을 주는 기업 브랜드로인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닌 기업도 기업 브랜드에 감성을 입힐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기업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기업을 상징하는 고유의 색과 기업 브랜드가 상징하는 가치, 나아가 기업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따라 환경 활동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암시 등이 가능하다. 실행과 성장을 중시하던 GE가 2004년 환경과 건강, 안전을 아우르는 ‘Virtue’를 내세우는 경영을 시작하며 기존의 ‘Trust’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미지를 더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자신의 기업 브랜드가 여전히 보증 브랜드(Endorsing brand)라는 이성적인 영역에서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감성적인 기업 브랜드로 Revitalize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지하자.
2. 실체적 뒷받침으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형성하라
기업 브랜드의 가치(고객과의 관계에서의 일관된 이미지)와 고객에게 제공하는 실체가 일치해야만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체를 경험한 고객이 다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영국의 Virgin사의 경우,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지만 전 사업 영역에서 공통된 브랜드 가치로 ‘Fun’, ‘Value for Money’, ‘Innovation’, ‘Competitive Challenge’ 를 기업 브랜드의 목표로 선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브랜드 가치가 서로 다른 사업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소비자에게 제공됨으로써 기업 브랜드의 활용도와 가치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즉, 각각의 사업 분야-음반, 항공, 통신, 숙박, 금융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브랜드의 공통된 가치를 이용하여 고객에게 다가가고, 각 분야의 고객에서 체험된 브랜드의 가치는 다시 Virgin 브랜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비단 Virgin사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처럼 다양한 사업영역에 걸쳐있는 Virgin사가 가치와 실체간의 선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기업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이미지에 대한 단순한 선호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브랜드 캠페인이나 기업 광고 등을 통해 ‘환경을 중시한다’, ‘참신하다’, ‘도전적이다’, ‘신뢰감 있다’, ‘일등이다’ 등 어떤 새로운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할지라도 실체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뒷받침이 없이는 이러한 가치를 지켜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기업 브랜드의 가치와 연결시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기업 브랜드의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3. 오남용으로 인한 가치저하를 막아라
‘기업 브랜드의 가치 저하를 막는다.’ 소극적으로는 자사의 사업영역에 속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문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 되겠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자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자체를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일치되도록 가져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보자.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가치 저하를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사업 영역이 일치하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하고, 새로운 사업 혹은 제품의 개발에서도 기업 브랜드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해줄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관리지침이 존재함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Disney사는 전통적으로 ‘Family Entertainment’라는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전사가 공유하는 가이드라인을 지니고 있다. 수익성은 높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아서 Disney 브랜드를 쓰지 못하고 대신 Touchstone, Miramax, Buena Vista 등 각각의 특성을 지닌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난 것이다. 이유식 브랜드에서 출발한 Nestle사 역시 다양한 사업영역에 진출해 있지만 ‘Nourishment and Enjoyment’라는 브랜드의 가치에 적합한 경우에만 네슬레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명확한 지침을 지니고 있다.
기업 브랜드가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자사의 모든 사업 영역과 전제품에 기업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별 의미 없는 브랜드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사의 사업영역을 정의해 보고, 기업 브랜드의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4.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라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면 강한 기업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내부 구성원조차 합의 하지 못하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내부에서 시작된 Top-down 방식의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기업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강화한 GE사의 사례를 보자.
GE사의 브랜드 캠페인은 ‘Trust’라는 가치를 기업 브랜드에 심는 것이었으며 이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와 뒷받침으로 시작되었다. 주목할 점은 초기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 외부 고객들과 함께 사내 임직원들을 캠페인의 중요한 타겟 오디언스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사내 임직원들이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결국 임직원들이 기업 브랜드에 ‘Trust’라는 가치를 공유하는데 성공했고, 이후에는 임직원들의 주체적인 노력과 자부심이 GE의 브랜드 강화에 커다란 성공 요인이 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Virgin사의 경우도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여 기업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음은 마찬가지다. Virgin이라는 기업 브랜드를 달고 음반을 파는 직원이나 비행기를 타는 승무원 모두 기업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Virgin 브랜드가 지닌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강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 브랜드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동질적인 이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고 강력한 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전달을 쉽게 해준다. 형성된 내부 구성원의 합의가 MOT 마케팅(Moment of Truth는 고객과 기업의 특정 자원 혹은 종업원이 접촉하는 순간을 말하며, MOT 마케팅은 고객접점의 매순간마다 고객의 만족이 중요함을 강조한 마케팅을 말함)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 브랜드의 강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5.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라
개별 브랜드 관리도 제품의 수명주기에 따라 계획이 필요하다. 기업 브랜드의 경우 더욱 장기적인 계획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기업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현재의 브랜드 가치를 파악하고 미래의 지향점을 명시하여 각 사업부가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 활동에서 그러한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고객과 소비자로부터의 피드백을 통해 주기적으로 목표 아이덴티티와 이미지의 갭관리를 포함, 경쟁기업과의 포지션과 차별성 등 자사 기업 브랜드의 경쟁력을 평가해야 한다.
기업의 규모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복잡성 등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전담 부서나 책임자를 두고 관리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앞서 사례로 언급됐던 Disney, Nestle, Virgin 등의 기업은 모두 브랜드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와 책임자를 두고 있으며 Shell, Philip Morris, Vodafone 등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아예 Brand Holding Company를 따로 두어 운영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 부정적인 사건의 발생으로 기업 브랜드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의 체계적인 대처가 빨라질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닐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 브랜드 활성화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 다섯 가지 포인트를 간략히 짚어 보았다. 선진 기업의 개별 브랜드 위주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현재 우리 기업의 상황에 맞는 기업 브랜드의 활성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효율성과 영속성의 면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를 지닌 기업 브랜드를 살려 개별 브랜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끝-
기업명을 숨긴 브랜드의 등장이 점차 늘고 있다. 활용도가 떨어진 만큼 기업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든 것일까? 우리 기업에게 맞는 기업 브랜드 활성화 포인트를 제시한다.
최근 몇 년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실로 다양한 브랜드의 등장을 지켜보고 있다. 트롬, 지펠, 디오스, 딤채, 프라임, 자이, 위브, 래미안, 청정원, 하우젠, ‘X-’, ….
그런데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들 브랜드들을 가만히 살펴 보면, 기업명을 숨긴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랜드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업 브랜드 보다는 패밀리 브랜드, 개별 브랜드 위주의 브랜딩이 유행한다고 얘기할 것이다. (브랜드는 계층적 구조에 따라 LG, 삼성 등 기업명을 나타내는 기업 브랜드(Corporate brand), 청정원, 하우젠, ‘X-’ 처럼 기업이 생산하는 동일한 범주의 제품을 하나로 묶는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 그리고 트롬, 지펠, 딤채, 자이 등 개별 제품의 속성이나 편익을 나타내는 개별 브랜드(Individual brand)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개별 브랜드의 등장은 곧 소비자의 기호가 그만큼 다양해 졌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개성 있는 개별 브랜드 보다 믿을만한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저신뢰 사회의 현상(<LG주간경제> 736호, ‘저신뢰 사회의 브랜드 전략’ 참고)에서 우리 사회가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과거 기업명이 곧 브랜드였던 시절을 돌이켜 본다면, 계층별로 브랜드 관리가 이루어지는 선진국형 브랜드 전략이 통용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우리 경제 수준의 향상을 대변하는 듯 하여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기업 브랜드에 비해 패밀리 브랜드나 개별 브랜드의 경우에는 투자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 막 저신뢰 사회에서 벗어나고 있는 우리 시장의 성숙도를 고려해 본다면,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이 우리 사회의 소비자들을 앞질러 급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도 있다. 다음의 가상 상황을 살펴보자.
A: 김치 냉장고 새로 장만하셨다면서요? 어떻게 고르셨어요? 요즘 하도 많아서….
B: 아, 이것저것 비교하다가 결국에는 ‘김장독’으로 샀어요. 디자인이 맘에 들더라고요.
A: 어머! 그거 L사 제품 아닌가요? L사 제품은 저도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좋아하는데, 회사 이미지도 좋고, 게다가 듣자 하니 A/S도 빨라졌다고 소문 났어요. 잘 사셨네요~.
‘김장독’ 과 ‘L사’, 김치냉장고 하나의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연상하는 브랜드는 하나가 아니다. ‘김장독’이라는 개별 브랜드와 함께 L사라는 기업 브랜드도 함께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여전히 제품 구매 시에도 ‘어느 회사 제품이에요?’를 물어보고, 개별 아파트 브랜드만 보고서도 기업 브랜드를 금방 연상해낸다. 사실 실컷 패밀리 브랜드, 개별 브랜드 전략을 펴지만 실제 유통점 코너에서는 기업 브랜드를 크게 써 붙여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보면 실제 소비자들에게는 왜 여전히 기업 브랜드가 중요한지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작년 말 실시된 소비자 만족도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살펴 보아도, 이러한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다. 설문 대상이었던 A사와 B사의 제품들 가운데 전체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쪽은 A사 제품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이 개별 제품의 속성에 대한 만족 여부 때문은 아니었다. 전체 설문 응답자를 A사와 B사 각각의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로 나누어 분석해 보았을 때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조사에서 소비자 만족도의 차이는 어느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은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는 만족도 뿐 아니라 이들 제품의 재구매 의향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즉, 기업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소비자의 만족도 및 재구매 의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소비자들에게 기업 브랜드의 영향력이 여전한 것에 비해 정작 기업은 기업 브랜드의 체계적인 관리에 인색하지 않았던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기업 브랜드 활성화를 위한 다섯 가지 포인트를 제시해 본다.
1. 새로운 감성으로 Revitalize하라
기업 브랜드를 활용하기 위해서 우선은 기업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본래 브랜드의 근원적인 역할은 제품의 제조자나 만든 사람을 나타내어 신뢰를 주고자 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품질과 신뢰가 제품 판매의 기본이 되어버린 지금 브랜드의 역할은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거나 개인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감성적인 영역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감성 브랜딩의 예는 개별 제품의 브랜드가 곧 기업의 브랜드로 통용되는 경우 쉽게 찾을 수 있다. 상쾌한 기분을 체험하게 하는 코카콜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체험을 제공하는 코로나, 거친 개인의 삶을 표상하는 할리데이비슨 등이 우선 떠오른다. 우리 기업 중에서도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경우, 차가운 철(Fe)의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재해석하여, 미래(FuturE), 친구(FriEnd), 변함없음(ForEver)등 따뜻한 느낌을 주는 기업 브랜드로인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닌 기업도 기업 브랜드에 감성을 입힐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기업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기업을 상징하는 고유의 색과 기업 브랜드가 상징하는 가치, 나아가 기업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따라 환경 활동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암시 등이 가능하다. 실행과 성장을 중시하던 GE가 2004년 환경과 건강, 안전을 아우르는 ‘Virtue’를 내세우는 경영을 시작하며 기존의 ‘Trust’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미지를 더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자신의 기업 브랜드가 여전히 보증 브랜드(Endorsing brand)라는 이성적인 영역에서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감성적인 기업 브랜드로 Revitalize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지하자.
2. 실체적 뒷받침으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형성하라
기업 브랜드의 가치(고객과의 관계에서의 일관된 이미지)와 고객에게 제공하는 실체가 일치해야만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체를 경험한 고객이 다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영국의 Virgin사의 경우,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지만 전 사업 영역에서 공통된 브랜드 가치로 ‘Fun’, ‘Value for Money’, ‘Innovation’, ‘Competitive Challenge’ 를 기업 브랜드의 목표로 선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브랜드 가치가 서로 다른 사업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소비자에게 제공됨으로써 기업 브랜드의 활용도와 가치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즉, 각각의 사업 분야-음반, 항공, 통신, 숙박, 금융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브랜드의 공통된 가치를 이용하여 고객에게 다가가고, 각 분야의 고객에서 체험된 브랜드의 가치는 다시 Virgin 브랜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비단 Virgin사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처럼 다양한 사업영역에 걸쳐있는 Virgin사가 가치와 실체간의 선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기업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이미지에 대한 단순한 선호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브랜드 캠페인이나 기업 광고 등을 통해 ‘환경을 중시한다’, ‘참신하다’, ‘도전적이다’, ‘신뢰감 있다’, ‘일등이다’ 등 어떤 새로운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할지라도 실체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뒷받침이 없이는 이러한 가치를 지켜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기업 브랜드의 가치와 연결시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기업 브랜드의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3. 오남용으로 인한 가치저하를 막아라
‘기업 브랜드의 가치 저하를 막는다.’ 소극적으로는 자사의 사업영역에 속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문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 되겠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자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자체를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일치되도록 가져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보자.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가치 저하를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사업 영역이 일치하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하고, 새로운 사업 혹은 제품의 개발에서도 기업 브랜드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해줄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관리지침이 존재함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Disney사는 전통적으로 ‘Family Entertainment’라는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전사가 공유하는 가이드라인을 지니고 있다. 수익성은 높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아서 Disney 브랜드를 쓰지 못하고 대신 Touchstone, Miramax, Buena Vista 등 각각의 특성을 지닌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난 것이다. 이유식 브랜드에서 출발한 Nestle사 역시 다양한 사업영역에 진출해 있지만 ‘Nourishment and Enjoyment’라는 브랜드의 가치에 적합한 경우에만 네슬레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명확한 지침을 지니고 있다.
기업 브랜드가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자사의 모든 사업 영역과 전제품에 기업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별 의미 없는 브랜드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사의 사업영역을 정의해 보고, 기업 브랜드의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4.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라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면 강한 기업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내부 구성원조차 합의 하지 못하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내부에서 시작된 Top-down 방식의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기업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강화한 GE사의 사례를 보자.
GE사의 브랜드 캠페인은 ‘Trust’라는 가치를 기업 브랜드에 심는 것이었으며 이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와 뒷받침으로 시작되었다. 주목할 점은 초기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 외부 고객들과 함께 사내 임직원들을 캠페인의 중요한 타겟 오디언스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사내 임직원들이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결국 임직원들이 기업 브랜드에 ‘Trust’라는 가치를 공유하는데 성공했고, 이후에는 임직원들의 주체적인 노력과 자부심이 GE의 브랜드 강화에 커다란 성공 요인이 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Virgin사의 경우도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여 기업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음은 마찬가지다. Virgin이라는 기업 브랜드를 달고 음반을 파는 직원이나 비행기를 타는 승무원 모두 기업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Virgin 브랜드가 지닌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강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 브랜드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동질적인 이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고 강력한 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전달을 쉽게 해준다. 형성된 내부 구성원의 합의가 MOT 마케팅(Moment of Truth는 고객과 기업의 특정 자원 혹은 종업원이 접촉하는 순간을 말하며, MOT 마케팅은 고객접점의 매순간마다 고객의 만족이 중요함을 강조한 마케팅을 말함)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 브랜드의 강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5.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라
개별 브랜드 관리도 제품의 수명주기에 따라 계획이 필요하다. 기업 브랜드의 경우 더욱 장기적인 계획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기업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현재의 브랜드 가치를 파악하고 미래의 지향점을 명시하여 각 사업부가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 활동에서 그러한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고객과 소비자로부터의 피드백을 통해 주기적으로 목표 아이덴티티와 이미지의 갭관리를 포함, 경쟁기업과의 포지션과 차별성 등 자사 기업 브랜드의 경쟁력을 평가해야 한다.
기업의 규모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복잡성 등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전담 부서나 책임자를 두고 관리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앞서 사례로 언급됐던 Disney, Nestle, Virgin 등의 기업은 모두 브랜드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와 책임자를 두고 있으며 Shell, Philip Morris, Vodafone 등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아예 Brand Holding Company를 따로 두어 운영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 부정적인 사건의 발생으로 기업 브랜드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의 체계적인 대처가 빨라질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닐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 브랜드 활성화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 다섯 가지 포인트를 간략히 짚어 보았다. 선진 기업의 개별 브랜드 위주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현재 우리 기업의 상황에 맞는 기업 브랜드의 활성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효율성과 영속성의 면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를 지닌 기업 브랜드를 살려 개별 브랜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끝-
기업명을 숨긴 브랜드의 등장이 점차 늘고 있다. 활용도가 떨어진 만큼 기업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든 것일까? 우리 기업에게 맞는 기업 브랜드 활성화 포인트를 제시한다.
최근 몇 년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실로 다양한 브랜드의 등장을 지켜보고 있다. 트롬, 지펠, 디오스, 딤채, 프라임, 자이, 위브, 래미안, 청정원, 하우젠, ‘X-’, ….
그런데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들 브랜드들을 가만히 살펴 보면, 기업명을 숨긴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랜드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업 브랜드 보다는 패밀리 브랜드, 개별 브랜드 위주의 브랜딩이 유행한다고 얘기할 것이다. (브랜드는 계층적 구조에 따라 LG, 삼성 등 기업명을 나타내는 기업 브랜드(Corporate brand), 청정원, 하우젠, ‘X-’ 처럼 기업이 생산하는 동일한 범주의 제품을 하나로 묶는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 그리고 트롬, 지펠, 딤채, 자이 등 개별 제품의 속성이나 편익을 나타내는 개별 브랜드(Individual brand)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개별 브랜드의 등장은 곧 소비자의 기호가 그만큼 다양해 졌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개성 있는 개별 브랜드 보다 믿을만한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저신뢰 사회의 현상(<LG주간경제> 736호, ‘저신뢰 사회의 브랜드 전략’ 참고)에서 우리 사회가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과거 기업명이 곧 브랜드였던 시절을 돌이켜 본다면, 계층별로 브랜드 관리가 이루어지는 선진국형 브랜드 전략이 통용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우리 경제 수준의 향상을 대변하는 듯 하여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기업 브랜드에 비해 패밀리 브랜드나 개별 브랜드의 경우에는 투자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 막 저신뢰 사회에서 벗어나고 있는 우리 시장의 성숙도를 고려해 본다면,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이 우리 사회의 소비자들을 앞질러 급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도 있다. 다음의 가상 상황을 살펴보자.
A: 김치 냉장고 새로 장만하셨다면서요? 어떻게 고르셨어요? 요즘 하도 많아서….
B: 아, 이것저것 비교하다가 결국에는 ‘김장독’으로 샀어요. 디자인이 맘에 들더라고요.
A: 어머! 그거 L사 제품 아닌가요? L사 제품은 저도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좋아하는데, 회사 이미지도 좋고, 게다가 듣자 하니 A/S도 빨라졌다고 소문 났어요. 잘 사셨네요~.
‘김장독’ 과 ‘L사’, 김치냉장고 하나의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연상하는 브랜드는 하나가 아니다. ‘김장독’이라는 개별 브랜드와 함께 L사라는 기업 브랜드도 함께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여전히 제품 구매 시에도 ‘어느 회사 제품이에요?’를 물어보고, 개별 아파트 브랜드만 보고서도 기업 브랜드를 금방 연상해낸다. 사실 실컷 패밀리 브랜드, 개별 브랜드 전략을 펴지만 실제 유통점 코너에서는 기업 브랜드를 크게 써 붙여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보면 실제 소비자들에게는 왜 여전히 기업 브랜드가 중요한지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작년 말 실시된 소비자 만족도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살펴 보아도, 이러한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다. 설문 대상이었던 A사와 B사의 제품들 가운데 전체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쪽은 A사 제품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이 개별 제품의 속성에 대한 만족 여부 때문은 아니었다. 전체 설문 응답자를 A사와 B사 각각의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로 나누어 분석해 보았을 때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조사에서 소비자 만족도의 차이는 어느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은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는 만족도 뿐 아니라 이들 제품의 재구매 의향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즉, 기업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소비자의 만족도 및 재구매 의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소비자들에게 기업 브랜드의 영향력이 여전한 것에 비해 정작 기업은 기업 브랜드의 체계적인 관리에 인색하지 않았던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기업 브랜드 활성화를 위한 다섯 가지 포인트를 제시해 본다.
1. 새로운 감성으로 Revitalize하라
기업 브랜드를 활용하기 위해서 우선은 기업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본래 브랜드의 근원적인 역할은 제품의 제조자나 만든 사람을 나타내어 신뢰를 주고자 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품질과 신뢰가 제품 판매의 기본이 되어버린 지금 브랜드의 역할은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거나 개인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감성적인 영역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감성 브랜딩의 예는 개별 제품의 브랜드가 곧 기업의 브랜드로 통용되는 경우 쉽게 찾을 수 있다. 상쾌한 기분을 체험하게 하는 코카콜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체험을 제공하는 코로나, 거친 개인의 삶을 표상하는 할리데이비슨 등이 우선 떠오른다. 우리 기업 중에서도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경우, 차가운 철(Fe)의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재해석하여, 미래(FuturE), 친구(FriEnd), 변함없음(ForEver)등 따뜻한 느낌을 주는 기업 브랜드로인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닌 기업도 기업 브랜드에 감성을 입힐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기업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기업을 상징하는 고유의 색과 기업 브랜드가 상징하는 가치, 나아가 기업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따라 환경 활동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암시 등이 가능하다. 실행과 성장을 중시하던 GE가 2004년 환경과 건강, 안전을 아우르는 ‘Virtue’를 내세우는 경영을 시작하며 기존의 ‘Trust’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미지를 더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자신의 기업 브랜드가 여전히 보증 브랜드(Endorsing brand)라는 이성적인 영역에서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감성적인 기업 브랜드로 Revitalize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지하자.
2. 실체적 뒷받침으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형성하라
기업 브랜드의 가치(고객과의 관계에서의 일관된 이미지)와 고객에게 제공하는 실체가 일치해야만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체를 경험한 고객이 다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영국의 Virgin사의 경우,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지만 전 사업 영역에서 공통된 브랜드 가치로 ‘Fun’, ‘Value for Money’, ‘Innovation’, ‘Competitive Challenge’ 를 기업 브랜드의 목표로 선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브랜드 가치가 서로 다른 사업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소비자에게 제공됨으로써 기업 브랜드의 활용도와 가치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즉, 각각의 사업 분야-음반, 항공, 통신, 숙박, 금융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브랜드의 공통된 가치를 이용하여 고객에게 다가가고, 각 분야의 고객에서 체험된 브랜드의 가치는 다시 Virgin 브랜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비단 Virgin사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처럼 다양한 사업영역에 걸쳐있는 Virgin사가 가치와 실체간의 선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기업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이미지에 대한 단순한 선호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브랜드 캠페인이나 기업 광고 등을 통해 ‘환경을 중시한다’, ‘참신하다’, ‘도전적이다’, ‘신뢰감 있다’, ‘일등이다’ 등 어떤 새로운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할지라도 실체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뒷받침이 없이는 이러한 가치를 지켜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기업 브랜드의 가치와 연결시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기업 브랜드의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3. 오남용으로 인한 가치저하를 막아라
‘기업 브랜드의 가치 저하를 막는다.’ 소극적으로는 자사의 사업영역에 속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문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 되겠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자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자체를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일치되도록 가져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보자.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가치 저하를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사업 영역이 일치하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하고, 새로운 사업 혹은 제품의 개발에서도 기업 브랜드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해줄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관리지침이 존재함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Disney사는 전통적으로 ‘Family Entertainment’라는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전사가 공유하는 가이드라인을 지니고 있다. 수익성은 높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아서 Disney 브랜드를 쓰지 못하고 대신 Touchstone, Miramax, Buena Vista 등 각각의 특성을 지닌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난 것이다. 이유식 브랜드에서 출발한 Nestle사 역시 다양한 사업영역에 진출해 있지만 ‘Nourishment and Enjoyment’라는 브랜드의 가치에 적합한 경우에만 네슬레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명확한 지침을 지니고 있다.
기업 브랜드가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자사의 모든 사업 영역과 전제품에 기업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별 의미 없는 브랜드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사의 사업영역을 정의해 보고, 기업 브랜드의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4.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라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면 강한 기업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내부 구성원조차 합의 하지 못하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내부에서 시작된 Top-down 방식의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기업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강화한 GE사의 사례를 보자.
GE사의 브랜드 캠페인은 ‘Trust’라는 가치를 기업 브랜드에 심는 것이었으며 이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와 뒷받침으로 시작되었다. 주목할 점은 초기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 외부 고객들과 함께 사내 임직원들을 캠페인의 중요한 타겟 오디언스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사내 임직원들이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결국 임직원들이 기업 브랜드에 ‘Trust’라는 가치를 공유하는데 성공했고, 이후에는 임직원들의 주체적인 노력과 자부심이 GE의 브랜드 강화에 커다란 성공 요인이 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Virgin사의 경우도 내부 구성원을 활용하여 기업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음은 마찬가지다. Virgin이라는 기업 브랜드를 달고 음반을 파는 직원이나 비행기를 타는 승무원 모두 기업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Virgin 브랜드가 지닌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강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 브랜드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동질적인 이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고 강력한 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전달을 쉽게 해준다. 형성된 내부 구성원의 합의가 MOT 마케팅(Moment of Truth는 고객과 기업의 특정 자원 혹은 종업원이 접촉하는 순간을 말하며, MOT 마케팅은 고객접점의 매순간마다 고객의 만족이 중요함을 강조한 마케팅을 말함)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 브랜드의 강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5.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라
개별 브랜드 관리도 제품의 수명주기에 따라 계획이 필요하다. 기업 브랜드의 경우 더욱 장기적인 계획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기업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현재의 브랜드 가치를 파악하고 미래의 지향점을 명시하여 각 사업부가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 활동에서 그러한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고객과 소비자로부터의 피드백을 통해 주기적으로 목표 아이덴티티와 이미지의 갭관리를 포함, 경쟁기업과의 포지션과 차별성 등 자사 기업 브랜드의 경쟁력을 평가해야 한다.
기업의 규모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복잡성 등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전담 부서나 책임자를 두고 관리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앞서 사례로 언급됐던 Disney, Nestle, Virgin 등의 기업은 모두 브랜드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와 책임자를 두고 있으며 Shell, Philip Morris, Vodafone 등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아예 Brand Holding Company를 따로 두어 운영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 부정적인 사건의 발생으로 기업 브랜드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의 체계적인 대처가 빨라질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닐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 브랜드 활성화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 다섯 가지 포인트를 간략히 짚어 보았다. 선진 기업의 개별 브랜드 위주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현재 우리 기업의 상황에 맞는 기업 브랜드의 활성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효율성과 영속성의 면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를 지닌 기업 브랜드를 살려 개별 브랜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