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형과 누나는 용달차에 취사도구와 이불 몇채만 싣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아 서울에 이미 다 준비해 두셧나보다`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용달차 뒤에타고 매형은 앞의 운전사와 같이 타고 갑니다.
가까운 안성으로 갑니다.
나는 안성도 처음 가 보는데 큰 건물과 공장들은 다 망가져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다시 안양을 지나가는데 우리는 학교에서 영등포와 안양은 공업도시라고 배웠는데
안양의 모든 공장들이 다 망가지고 굴뚝들도 다 허물어져 있습니다.
`전쟁이 나면 꼭 공장을 파괴해야만 하는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드디어 서울 영등포에 이르렀는데 공장들이 다 완전히 파괴되고
굴뚝도 다 무너지고 연기가 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우리국군의 짓인가? 인민군의 짓인가?
공장이란 인민군들이 이 나라를 점령해도 공장은 필요할 텐데
도대체 누가 저렇게 망가뜨렸는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시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매형이 우리들에게 국밥을 사 주시는데 고기도 많고 무척 맛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강으로 갑니다.
길 가운데에는 말로만 듣던 전차가 꼭데기에서 파란 불꽃을 반짝 거리며 종을 땡땡 치고 갑니다.
`나도 언젠가는 타 보겠지`
한강물이 너무 맑아 파랗게 보입니다.
기찻길이 하나 망가져 철로가 물까지 늘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한강을 건너 용산에 이르렀는데 용산이 완전 폐허입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판자집만 보입니다.
우리가 드디어 서울역에 이르렀고 차는 서울역 앞 동네에 섰습니다.
매형이 어디인지 공중 전화를 겁니다.
우리들은 길 가에 나와서 남대문에서부터 서울역 까지 길에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신작로에는 각종 차량들이 계속 지나갑니다.
그리고 도라무 통을 펴서 만든 초중대형의 버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집니다.
버스의 양쪽에는 여자 차장들이 있는데
"용산가요 영등포 가요 오라잇"
하며 차를 한대치면 바로 출발 합니다.
서울역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멋진 왕궁같은 건물입니다 아주 멋있는데
일본인들이 어떻게 남의 나라에 와서 이토록 멋진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놀랍기만 합니다.
우리나라는 고작 초가집과 기와집 뿐이잖은가?
어린이 들이 목에 멜방을 하고 가슴에는 작은 상자를 들고 다니는데
거기에는 담배, 쵸코릿, 껌등이 가득합니다.
"담배나 쪼꼬렛또나 끔을 사세요.........오"
하고 노래를 부르는게 신기해 보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