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주사제(정확하게는 인간태반가수분해물 주사제) '라이넥'이 신종 코로나(COVID 19) 환자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러시아에서 발표됐다.
일본의 태반 전문 제약업체 ㈜JBP(Japan Bio Products, 일본생물제제)의 국내법인 ‘JBP코리아’는 러시아 피로고프 국립의학외과센터(НМХЦ им. Н.И. Пирогова) 연구팀이 ‘라이넥’의 신종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한 연구 논문을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라이넥은 국내에서 'GC녹십자웰빙'이 기술 이전 방식으로 생산, 판매 중이다.
국내 언론에 따르면 '라이넥 연구'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 28명(투여자 14명, 대조자 14명)을 대상으로 라이넥을 정맥 투여한 뒤 증상의 개선 여부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9세~86세의 대상자 28명중 8명은 2형 당뇨, 12명은 죽상동맥경화증 및 관상동맥심장질환 등의 합병증을 가진 환자였다. '기계 호흡'(인공호흡기 등)이 필요한 위·중증 상태였다.
이 연구에서 '라이넥 투여군'은 혈중 페리틴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조군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간 기능의 저하나 중증 호흡기질환 등 기저 질환을 지닌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혈중 페리틴이 높아지는데, 라이넥 투여로 헬중 펠리틴이 감소한 것.
또 신종 코로나의 중증 감염에서 증가하는 C반응성단백질(CRP, C-reactive protein)도 라이넥 투여군에서 감소했고, 14명 중 4명은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 발생하지 않는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체에 대항하는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신종 코로나 사망의 한 원인으로 꼽혀왔다.
러시아 언론은 이 연구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포탈 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서 라이넥 (Лаеннек)를 검색해 봤다. 라이넥은 인간 태반 가수분해물 (гидролизат плаценты человека)로 소개된다.
가장 먼저 검색된 것은 지난 3월 31일과 4월 1일자로 게재된 현지 언론(노브이 이즈베스티야와 리아모)의 부정적인(?) 보도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지역 보건당국은 라이넥의 신종 코로나 치료제 광고는 규정을 위반한 '부당·과장 광고'로 규정하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라이넥은 만성 간질환, 즉 지방간 (알코올성, 대사성 및 혼합 원인) 치료제로 등록된 것인데, 신종 코로나 치료제 광고에는 러시아 의약품 광고관련법 제 5조 2항을 위배하는 허위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또 라이넥은 러시아 보건부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신종 코로나 치료제 추천 리스트'에도 등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라이넥의 이번 연구 논문은 거의 유일하게 라이넥의 러시아 홈페이지(https://laennec.ru) 의학 정보란에 올라와 있다. 임상 연구가 4월에 시작된 것을 보면, 보건당국의 과장, 허위광고 지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논문이 실린 저널은 '실험및 임상 소화기 전문' 의학 잡지 журнал "Экспериментальная и Клиническая Гастроэнтерология" 다. 얼마나 권위있는 저널일까? 러시아 소화기학 협회가 발간하는 저널이니, 국제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위키피디아에도 관련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러시아 '소화기 전문의 협회'로 검색이 가능하고, 이 협회가 발간하는 저널로 소개돼 있다. 영어로 검색하면 2008년 창간된 미국 소화기 저널이 나온다.
이 저널은 홈페이지에서 소화기와 간, 기타 병리학을 다루는 월간 의학 저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질병 메커니즘, 질병 진단및 고급 치료 방법 등을 가능한 한 빨리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주 목표로 내세웠다.
이 저널은 2001년까지 러시아 소화기 저널российский гастроэнтерологический журнал 로 불리다가 2002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이 저널의 논문은 러시아 교육부가 인정하는 국제적 DB와 세계적인 우수 학술논문 인용지수인 Scopus에 올라간다고 했다.
JBP 측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전적으로 라이넥의 펩타이드 성분이 세포 및 조직재생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후속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JBP는 일본 최초로 인간태반 주사제 허가를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승인 받은 업체로 러시아에도 태반주사제를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