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15년간 이어져 왔던 정부와 경북 울진군 간의 협상이 21일 마무리됐다.
정부가 울진군에 8가지 지역 사업을 실시하기로 하고, 울진군은 신한울원전 1·2호기의 건설 계획을 받아들이면서 향후 3·4호기 신설 사업에도 협조할 뜻을 밝히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핵심 쟁점은 신규 원전을 울진에 짓되 정부가 이 지역에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 줄지였다. 협상이 개시된 1999년 울진군은 14가지 지역 사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2009년 정부와 울진군은 지역 사업의 수를 8가지로 줄이는 데 합의했지만 이후로는 지원금 규모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올해 한수원이 기본적인 지역 인프라 사업에 더해 '관동8경 대교' 건설과 종합체육관 건립, 상수도 시설 개선 등을 약속하면서 울진군과 합의점을 찾아냈다. 지원사업 규모는 총 2천800억원이다.
이처럼 울진은 정부와 지자체간 합의로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가 붙겠지만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등 다른 원전 건설 예정지에서는 진통이 여전한 모습이다.
지난달 주민투표에서 '원전 유치 반대 84.97%'라는 여론을 끌어낸 삼척시는 원전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청와대와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발송한 상태다.
삼척시는 보상 규모를 놓고 정부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원전 유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깊다.
정부도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주민투표는 법적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수원도 삼척 원전 건설을 예정해 둔 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94필지를 관련법에 따라 매입하기로 하는 등 사업 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원전 4기를 유치할 지역으로 선정된 영덕에서도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지역 발전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보상 약속이 원활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삼척시처럼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영덕군의회 역시 원전 유치 재검토 문제를 논의할 특위 구성 안건을 다루기로 하는 등 이 사안을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차질 없이 지역 발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11일 경북도 및 영덕군, 경북테크노파크와 지역 사업 발굴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출범하는 민간 전문가 포럼인 '영덕 행복도시만들기 포럼'이 올해 말부터 2016년까지 지역 발전 효과를 극대화할 다양한 사업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한수원은 강조했다.
정홍원 총리의 영덕 신규 핵발전소 현안지역 방문,
‘민심듣기’를 가장한 중앙정부의 권력행사 꼼수 중단하라.
오늘 정홍원 국무총리가 울진과 영덕을 방문한다. 이들은 울진에는 약 20분 정도 머물며 울진군청에서 열리는 울진군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8개 대안사업 합의서’ 서명식만 참석하고 오후 1시부터 영덕 신규 핵발전소 지역방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오늘은 영덕군의 농민단체가 제출한 신규원전유치 재검토 주민투표 요구 청원에 대해 군의회가 특위구성 등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날이다. 이날 국무총리와 산업부 장관, 한수원 관계자가 군의원, 이장, 지역 단체들과의 간담회를 갖는 다는 것은 사실상 삼척 주민투표로 확인한 원전 반대의 흐름이 영덕의 신규원전 재검토 주민투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압박용이나 다름없다.
또한, 신한울원전 1,2,3,4호기 건설 관련 15년째 표류하고 있던 '8개 대안사업'을 수천억원의 예산으로 추진하겠다는 서명식 직후의 영덕 지역 방문은 영덕의 신규원전 재검토 주민투표를 통해 자체적으로 주민 수용성을 파악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기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미 여러 언론들은 “정홍원 총리 영덕 울진 방문 '깜짝 선물' 있을까”, “울진·영덕에 ‘선물 보따리’ 푸나”식의 보도를 통해 신규원전 지역 주민들의 문제의식을 ‘돈’의 문제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삼척 주민투표의 결과를 통해 교훈을 얻기는커녕 자발적인 주민 수용성 파악을 위한 주민투표 움직임을 ‘보상’이라는 언론플레이와 중앙정부의 권력으로 압박하려는 전근대적인 사고를 고쳐먹어야 한다. 이번 행태는 향후 신규 원전 뿐 아니라 노후원전 수명연장, 폐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걸쳐 국민들의 수용성은 제쳐두고 중앙정부의 압박과 밀어붙이기식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정홍원 총리는 신규 핵발전소 유치를 위해 지역 압박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 핵발전으로 인해 불안에 떨고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 경청을 위한 행보를 해야 할 때이다. 주민 의사 수렴 없는 핵발전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85% 신규원전 유치 반대라는 결과를 가져온 삼척 주민투표의 명확한 메시지를 교훈삼아 국민들의 수용성에 반하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백지화 해야 할 것이다.
2014.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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