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하고 소외된 빈터 위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지어집니다. 놀랍게도 놀이터가 만들어지는 기간은 단 하루. 이렇게 17년간 만들어진 놀이터는 2000곳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대체 이 작업은 누가, 왜 시작 한 걸까요? 오늘 아르떼365가 소개할 책 ‘단 하루의 기적, 카붐’은 놀이터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재탄생을 꿈꾸는 비영리단체 ‘카붐!(KABOOM!)’의 이야기입니다. 카붐의 설립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대럴 해럴드와 ‘카붐’이 만들어가는 기적의 순간을 함께 만나볼까요?
가난에 찌들린 저소득층 주택가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짓는 일을 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미국의 모든 아이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안전하고 멋진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17년간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2000곳이 넘는 놀이터를 만들었다. 더더욱 놀라온 것은 그들이 놀이터를 짓는 기간은 단 하루가 소요될 뿐이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모여서 놀이터를 짓는 “빌드 데이”는 마치 축제와도 같다.
하루 안에 놀이터가 완성되면, 자원봉사자는 그들이 수고한 결과물을 그 자리에서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눈앞에서 공터가 놀이터로 변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것은 보다 큰 성취감을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 p. 104
이 책 『카붐』의 저자 대럴 해먼드는 워싱턴에 있는 혁신적인 비영리단체 ‘카붐!(KABOOM!)’의 설립자이며 CEO로서 자신의 성장과정과 함께 카붐의 놀이터 짓기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것을 들려준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대럴 해먼드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자전적 성장에세이인 동시에, 비영리단체 조직운영을 위한 매뉴얼이기도 하며, 카붐이 만들어낸 성공스토리에 대한 흥미진진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1부는 자전적 성장에세이의 관점에서, 2부는 카붐의 성공스토리의 관점에서, 3부는 비영리단체 조직운영 매뉴얼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세 가지 관점의 중심에는 대럴 해먼드가 존재한다. 영리/비영리를 떠나서 한 단체의 성격을 규정짓는 데에는 창립자이자 CEO인 존재의 영향이 크게 마련이다. 따라서 카붐의 성장은 그의 성장과정이며, 카붐의 탄생과 카붐의 비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대대로 이어지는 가난에 찌들린 미국 가정의 8남매 중 일곱 번째로 태어났다. 더욱이 트럭운전사이던 아버지가 어느 날 집을 나간 이후로 온가족은 생계를 이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대럴의 가족은 외삼촌의 도움으로 무스하트라는 보육시설에 입소하게 된다. 가족이 모여살 수 없는 곳이었지만,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대럴 해먼드는 청년이 된 이후에 사회로 나오게 되지만 갑자기 밀어닥친 자유를 누리는 데에는 취약점을 갖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전문대학에 진학하였지만 학업에 전념하지 않은 결과 무스하트에서 지급되는 장학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 리폰 단과대학에 진학하지만 역시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이 난독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학자금 대출로 42,000달러를 빚진 채 중퇴하게 된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있는 것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카붐”이다. “없는”것에 집착하기보다 “있는”것을 찾아내고, 불가능한 것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가능한 것으로 돌파하는 열정은 후일 카붐의 조직운영 DNA가 된다.
사람들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렇게 말하며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그렇지, 어쩔 수 있나.”
자신이 당면한 문제의 무게에 압도되는 것이다. 특히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을 때는 더 그렇다. 그러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우리는 억압된 에너지를 전부 원동력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가 큰 힘을 지니는 법이다.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불꽃은 확 일어난다.— p.204
또한 카붐의 훌륭한 점은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데에 자신의 사명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기부금을 모아서 가난한 동네에 놀이터를 지어주는 물리적인 행위를 하는 기업이 아니다. 그들은 놀이터를 짓는 데에 필요한 도구와 지식을 제공할뿐더러,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공동체를 활성화 시키고 그들의 삶 속에 희망을 심어주는 일을 하는 기업이다. 카붐은 그들을 돕는 조력자인 것이다.
놀이터를 만드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 그들이 처해 있는 가난을 해결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황량한 공터가 24시간 만에 희망과 꿈이 반짝이는 놀이터로 바뀌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그들의 삶에 또 다른 “여파”를 안겨주는 계기가 된다. 작은 불씨가 세상을 밝히는 것처럼 말이다.
지역사회에 있어서 놀이터는 공유지다. 놀이터가 폐허가 되고 아이들이 놀지 않는 곳이 되었다면, 지역의 공동체가 병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안전하고 깨끗하게 유지되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아야 하고,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꽃피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유지를 풍성하게 하는 방법을 카붐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카붐이 지어놓은 놀이터 가운데 86%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통계수치는 그 숫자 만큼의 지역공동체가 아름답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놀이가 중요하다는 것은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더욱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소유한 지식과 부가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깨달아 가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하게 잘 놀 줄 아는 어른이다. 그래서일까? 카붐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면접 대기 장소를 근무환경과 유사한 ‘놀이터’로 꾸며 이들이 면접 전 어떤 행동을 보이는 지 관찰한다고 한다. 그네나 미끄럼틀 등에 ‘주변 환경’에 관심을 보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사람은 ‘합격’이지만 서류 가방만 꼭 쥔 채 앉아있는 지원자는 바로 ‘낙방’이란다.
추신 : 이 모든 환상적인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대럴 해몬드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가 성장했던 무스하트 보육원에 놀이터를 지었을 때, 그리고 중퇴했던 리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고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