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따라 생겨나는 것일 뿐, 진짜는 아니다
늦은 밤, 배가 약간 출출해 옵니다. 그런데 TV에서 맛있는 라면 광고가 나오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날씬한 연예인이 행복한 모습으로 라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와요. 그 광고를 본 우리는 갑자기 배가 더 고파지면서 라면이 먹고 싶어집니다. 그 광고가 나오기 직전 까지만 해도 라면을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라면 광고를 본 후 모든 게 달려졌습니다. 나는 지금 배고픈 사람이 되었고, 라면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라면을 먹고 싶은 마음이 진짜라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 마음을 실체화 시키는 것이지요. 그 배고픈 상황 속에 딱 몰입이 되는 겁니다.
사실은 내가 진짜로 배고픈 사람인 것이 아니라, 라면 광고를 본 인연에 따라 그 결과로 배고픈 마음이 올라왔을 뿐인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요. 진짜 배고픈 사람이라고 굳게 믿어버리고, 배고픈 나를 실체화해 버리는 것입니다.
작은 비유를 들으니 우습게 여기겠지만, 사실 모든 것은 이와 비슷하게 생겨납니다. 집에 겨울 코트도 있고, 겨울 신발도 있지만, 갑자기 옆에서 친구들이 너도 나도 득템했다고 하면서 홈쇼핑 체널의 품질 좋고 값싼 할인 상품 광고를 보고 주문을 하기 시작하면 왠지 나도 사야 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안 사면 후회할 것 같고,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것 같이 느낍니다.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지요. 보다 큰 것들도 사실은 이와 비슷하게 사소하게 꽂히기 시작해서 결국 크게 저지르게 되곤 합니다. 뭔가를 보고 꽂혔다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그 상품에 꽂히기 시작하면 온통 홈쇼핑이며 마트에서도 그 물품만을 보고 생각하게 됩니다. 몇 날 며칠이고 가격을 비교해가면서 그 꽂힌 것에 사로잡히게 되지요. 무언가에 꽂힌다는 것은 곧 사로잡힌다는 것이고, 집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줄 알아야 합니다.
저와 상담했던 어떤 평범하던 회사원 한 분은 옛날에 경기가 좋을 때 회사의 윗사람들이 너도 나도 주식 투자를 하면서 대박이 나길래, 뒤늦게 그동안 모은 전 재산을 그들을 따라 투자 했다가 완전히 다 날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안 하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여기에만 투자하면 완전히 대박이 날 게 분명했었다고 하데요.
어떤 보살님은 남편이 이렇게 꽂혀서 전혀 계획에도 없던 아파트 계약을 덜렁 하고 왔던 이야기를 하며 신세한탄하던 분도 계셨습니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우리 마음 속에서 어떤 욕심이나 집착이 생기고,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다 저 라면광고와 비슷합니다. 안 먹어도 되는데, 광고를 보고나면 더 먹고 싶고, 결국 먹게 되듯이, 모든 것은 작고 사소한 하나의 인연이 원인이 되어 결국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곤 하지요.
사실 라면광고를 보더라도, 그 먹고 싶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게 된다면 라면 먹는 것을 본다라는 인연 따라 잠시 내 안에서 인연따라 올라왔던 잠깐의 환영일 뿐이지 실체가 아님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라면 광고를 보고 ‘절대 먹으면 안 되!’ 라고 거부하거나, ‘어떻게든 먹을거야’ 라고 집착하거나 그 양 극단은 언제나 라면광고에 휘둘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그러나 안 된다고 거부하지도 않고, 붙잡으려고 집착하지도 않는 중도적인 지혜로운 선택을 얻으려면 인연 따라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 그 마음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연따라 생겨난 것을 진짜로 생겨난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인연이 화합할 때 잘 깨어있는 마음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거부하지도 않고, 붙잡으려고 집착하지도 않는
중도적인 지혜로운 선택을 얻으려면 인연 따라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
그 마음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연따라 생겨난 것을 진짜로 생겨난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인연이 화합할 때 잘 깨어있는 마음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명쾌하신 스님 강의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 순간 깨어서 인연생인연멸 하는 마음의 변화를 잘 관찰하겠습니다.
그 사실을 까먹는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잘 될 때까지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