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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1946년 문을 연 청주의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의 담배 생산 기지였습니다. 2004년 연초제조창이 문을 닫으면서 방치되던 일대 건물들은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시설이 2018년 12월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입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처음으로 들어선 국립현대미술관이기도 하며 국내 최초 수장형미술관으로 설립돼 개관 초기부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옛 담배공장과 창고 건물은 어느새 세련된 미술관 건물로 바뀌었습니다. 넓은 잔디광장과 거대한 조형물이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을 먼저 반겨줍니다. 입구엔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었고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연초제조창에서 문화제조창으로 변신한 ㄷ자 건물의 오른쪽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입니다. 아직은 잔디 광장에 봄이 내려앉기 전이지만 따뜻해지면 산책을 즐기거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운 장소가 될 것 같았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는 덕수궁관에서 큰 호평과 관심을 받았던 <박래현, 삼중통역자(박래현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5월 9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를 보기 위해 청주와 인근 도시 외에도 수도권에서도 청주관을 찾는다고 해요. 건물에 붙어 있는 전시 포스터와 건물 외관에 설치된 미술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입장 전부터 다른 미술관과 다른 점이 눈에 띄었는데요. 1층 전시관 내부가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점이에요. 앞서 설명한 대로 이곳은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 미술관이 전시와 수장고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수장고를 개방해 관람객들이 볼 수 있다는 건데 밖에서도 볼 수 있게 만든 게 정말 신박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로비도 색다릅니다. 권민호 작가의 '회색 숨'이라는 작품이 관뢈객을 반겨주는데요. 미술관 외관에 설치된 작품과 연결되며 연초제조창의 도면을 참고해 만든 설치작품입니다. 연초제조창의 옛 모습과 다시 살아숨쉬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본격적인 관람은 1층 개방수장고에서 시작됩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 후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1층 개방수장고에는 조각 작품들이 모여 있는데요. 수장고에 보관된 작품을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처럼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색달랐어요. 시기에 따라 소재에 따라 구분된 작품들을 따라가며 관람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전시가 되지 않으면 수장고에 보관된 채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데, 이런 형태로 누구나 볼 수 있게 작품을 전시하고 보관한다는 아이디어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던 미술관에 대한 막연한 벽 하나가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1층 개방 수장고를 둘러본 뒤엔 5층에서 4, 3, 2층으로 내려오는 관람 루트를 추천합니다. 현재 5층에서<박래현, 삼중통역자(박래현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덕수궁관 전시에 비해 작품 수가 줄고 공간도 작지만 박래현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감상하기엔 좀 더 집중되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박래현은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 알려졌지만 뛰어난 실력과 다양한 작품으로 존재감이 큰 작가랍니다. 한 여성이자 아내, 엄마로서 살아온 여정과 작품 세계에 집중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시간이 된다면 청주에 있는 '운보의 집'도 함께 둘러보세요. 김기창과 박래현의 작품와 삶을 더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4층에는 백남준, 장욱직, 김환기 등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작가들의 드로잉작품을 모아놓은 특별전이 한창입니다. 특별수장고로 소수의 인원만 입장해 차분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어요. 드로잉 작품의 양이 상당해서 구경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1층 개방 수장고만큼이나 작품이 보관되는 수장고의 형태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여태 어느 미술관을 가봐도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볼 수는 없었으니까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3층은 회화 위주의 작품이 수장고에 전시돼 공개되는데 일반이 관람하는 공간이 아니라도 내부를 훤히 볼 수 있게 만들어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게 좋았어요. 2층도 관람객들이 휴식하거나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인데 이곳에서도 창문 너머 수장고에 보관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문화제조창 내 헤이러스틱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관람이 즐거운 이유를 하나 더 얘기하자면 바로 옆 문화제조창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 덕분입니다. 얼마 전 문화제초창에 쇼핑 공간과 F&B 시설 등이 들어와 미술관 관람 후 식사도 하고 시간을 보내기 좋아졌기 때문이에요. 문화제조창 1층에 있는 '헤이러스틱'은 브런치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대형 카페예요. 미술관 마당이 훤히 보이는 1층 창가에 알록달록한 인테리어도 눈에 띕니다.
문화제조창 내 헤이러스틱
브런치와 파스타 맛집으로 인기가 많은데 저는 다양하게 구비된 베이커리에 눈이 먼저 가더라고요. 빵 종류가 다양해서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 음료도 커피부터 칵테일까지 다양해서 취향 따라 즐길 수 있었어요.
문화제조창 내 보이드맨션
'헤이러스틱' 바로 옆에 있는 '보이드맨션'은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구해줘홈즈'나 '사장님귀는당나귀'를 보셨다면 아실 만한 배우 신다은의 남편이기도 한 임성빈 소장 사무실에서 인테리어를 맡은 카페인데요. 베이커리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로 넓고 감각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문화제조창 내 보이드맨션
빵순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하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어요. 미술관도 미술관인데 문화제조창에 있는 카페들을 보면서 이곳 때문에라도 문화제조창을 찾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청주의 핫플이기도 하고요.
문화제조창 내 보이드맨션
공간이 포토제닉해서 어디서든 인생샷을 건질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쇼핑몰이나 촬영을 위해 찾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고 하네요.
동부창고
옛 연초제조창에는 담배의 생산 원료인 담뱃잎을 보관하던 창고도 많았는데요. 동부창고가 바로 그곳입니다. 연초제조창이 문을 닫으면서 방치되던 창고들도 문화공간으로 바뀌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둘러본 뒤 함께 찾아보면 좋아요.
동부창고
옛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바뀐 동부창고 구석구석 사진 찍을 만한 포토스팟이 눈에 띕니다. 문화예술 창작 공간이자 체험 공간을 사용되는 창고들은 코로나 때문에 위축된 상태지만 곧 사람들로 북적일 거라고 기대합니다.
동부창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동부창고까지 옛 연초제조창의 변신 어떠셨나요. 색다른 형태의 수장형미술관과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옛 공간을 활용한 감각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넓고 탁 트인 공간도 많고 사전예약으로 전시를 감상하다보니 언택트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봄이 오는 요즘, 청주에서 색다른 여행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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