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사, 탈진의 종말
- 지친모습을 왈츠로, 힘을 얻는 모습을 탱고로, 확신에 찬 모습을 슬로우 폭스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〇 능력이상으로 과도한 일을 시도하다가 탈진을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사건과 건강을 회복한 후에 또다시 다른 일에 집중하다가 끝나갈 무렵 쓰러져서 들것에 실려서 수술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 무렵 벽에 걸린 시계의 초바늘이 30분 자리에서 찰깍찰깍하면서 올리지 못하고 도로 제자리에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한참을 보다가 내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기 위한 방향을 찾다가 댄스스포츠에 입문했습니다.
- 저자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교수가 되는 목표를 설정하고, 힘든 여러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교수로서 신분이 보장된 종신교수가 되었음에도 탈진 ‧ 번아웃(burnout)을 경험하고 과감하게 교수직을 포기하고 초밥 요리사, 대학교강사를 하면서 극복한 사례를 제시하였습니다.
번아웃을 “번아웃은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반응의 결과이며, 심리적 증상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번아웃으로 인한 폐해는 스트레스나 우울증, 자살로까지 이어지고, 개인이나 조직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사회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협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〇 내용요약
- 종신교수가 되자 충분한 급여와 복지 혜택을 누리고, 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언젠가부터 직업 때문에 비참한 감정을 느끼다가 나는 포기하고 싶었고,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절의 나는 그저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침내 나는 번아웃이란 그저 한 노동자의 절망감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도 누렇게 변해버린 노트를 보면서 강의하는 교수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음에도 수강하는 학생들이 내 강의에 흥미가 없었다. 아내가 교수하는 매사추세츠주 서부 시골로 옮겨서 1년 동안 안식년을 함께 보냈다. 매일 아침 글을 쓰고 운동했고, 오후에는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만족 스러운 휴식을 취했다.
학교에 복귀하자 또다시 장거리 부부가 되어 일에 전념했지만 학교 재정이 어려워져서 직원들이 해고되거나 급여와 예산이 동결되고, 입학생도 줄어들었다. 나는 종신교수라 일자리가 보장되었음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강의와 연구 외에도 위원회의 장을 맡았으며, 대학 내 강의 혁신 센터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측에서 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또 학생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지도 못했다. 학생들은 내 강의에 흥미를 느끼지 않아서 상상했던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힘들게 2년을 보내고 휴직을 한 뒤,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충전을 했다. 학교에 돌아왔으나 학생들은 도무지 내 강의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교수직을 그만 두기로 하였다.
- 번아웃 문화
마슬라흐의 연구는 사람을 상대하는 상담사, 사회복지사, 경찰, 교도관, 교직 종사자들에게 관심을 두고 연구한 결과 이들이 번아웃을 결험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밝혔다. 마슬라흐는 번아웃을 에너지가 부족하고(소진), 고객이나 학생들을 도와줄 대상이 아니라 문제로 인식하고(냉소), 업무로 무엇도 성취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비효능).
- 번아웃 스펙트럼
일에 대한 이상과 일의 현실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번아웃의 원점이다.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이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일에 못 미칠 때 번아웃을 겪는다. 부유한 국가의 문화에서 사람들은 직업으로부터 보수 이상의 것을 바란다. 존엄성을 원하고, 인간으로서 성장하기를 원한다. 심지어 일종의 초월적인 목표를 추구하기도 한다.
- 반-문화
교수가 되기 전 주차요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대학교 길 건너편 주차장에서 일하는 면서, 부스 안에서 주차요금을 받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일이 좋았다. 쉬운 데다가 재미있고, 사장은 직원들을 아꼈주었다. 그해, 나는 나처럼 직업적 그때 내가 야간 근무를 할 때면 커피와 간식을 가져다 주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나는 대학교수가 되고 나면 노동자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수년간 열심히 일하다가 실망감과 좌절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주차요원으로 일할 때는 일에 대한 고매한 이상 같은 것은 품지 않았고, 월세를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점진적인 도전도, 실력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그저 힘들이지 않고 월세를 벌 수 있을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전부였다. 부스에서 돈을 받는 일에 점진적인 도전 같은 것은 없다. 시간이 간다고 실력이 늘지도 않는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라고는 요금을 깎아보려는 성난 운전자들뿐이다.
그럼에도 주차요원 생활이 행복했던 까닭은 역설적이게도 일에 대한 헌신의 부재 때문이라고 믿는다. 나는 일 속에서 충족감을 얻지 못했기에 다른 곳에서 충족감을 찾았고 또 찾아냈다. 글쓰기에서, 친구들에게서, 또 사랑에서 말이다.
- 1970년대 이후로 저하된 일의 현실이 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이상과 맞물리면서 다수의 노동자가 번아웃 위험에 처해 이상과 경험의 간극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 말은 우리가 번아웃이라는 전염병을 멈추려면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이상을 낮추어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가 품은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통해 우리는 부유한 국가를 건설했으며, 오늘날 번아웃의 위험에 가장 크게 시달리는 것이 이 부유한 국가들이다. 하지만 이 윤리는 순교에 가까운 파괴적인 일의 이상에 가치를 두기도 했다. 번아웃을 극복하려면 우리는 그 이상을 몰아내고 일과 좋은 삶의 조화 방식에 대한 공통의 비전을 새로이 만들어야 한다.
- 번아웃에 맞서는 다양한 경험들
우리는 번아웃 문화를 당장 멈추기 위해서는 성공의 기준을 변화해야 한다. 존엄성, 도덕적 가치, 목적을 찾아내게 만드는 공동체 구조와 개인적 규율들을 알아내야 한다. 종신교수직을 사직한 후에 아내와 함께 살면서 글쓰기 워크숍에 다녔고, 글쓰기, 말하기, 가르치기를 결합한 새로운 직업을 구상했다. 그러다가 결국 대학 강의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결론을 내린 나는 인근에 있는 대학의 1학년 글쓰기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시간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수업 중 회의를 이끌고, 과제물을 채점하고, 단락별 중심 문장을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나에게 의지한다. 매일같이 나의 노동은 이렇게 인정받고, 그렇게 나 또한 인정받는다. 이런 인정에 기대는 것이 위험천만하다는 것도 알지만, 강의실을 나서며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〇 느낀점
- 저자는 번아웃, 탈진이 있다고 열심히 논증하지만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내용입니다. 탈진때문에 기대가 없는 학생들을 교수하는 것을 그만둔 경험과 수입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글쓰기와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탈진을 극복했다는 경험담입니다. 탈진을 극복하기 위해서 성공의 척도와 해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주차요원처럼 이상과 발전이 없는 일을 해야 번아웃을 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필자가 사용하는 번아웃을 피하는 방법은 ①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결과에 초연한다. ② 명상기도와 큰소리로 경배송을 부른다. ③ 땀을 흘리면서 댄스스포츠를 한다. ④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⑤ 인테리어 공사 또는 노동을 한다. ⑥ 내용없고 실속없이 사람들과 떠들면서 말한다. ⑦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의 문제를 들어주고 가능하면 해결해 준다. ⑧ 감사일기를 쓴다.
- You raise me up (의역)
(나를 일으켜 세워서 나보다 더 큰 나로 살게하셨습니다)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몸은 탈진되고, 영혼 까지 무기력하고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난제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마음마저 힘을 잃어 탈진되어 있을 때는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더 이상 나에게는 방법이 없음을 인정하고
회복을 위해서 절박한 마음으로 당신의 도움을 기다립니다.
Until you come and sit a while with me
내 방법을 접고
당신이 나에게 찾아오셔서 나와 동행하실 때 까지 기다립니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당신은 나를 일으켜 세워주시면 나는 험한 산 위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다시 오를 수 있고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면 더 힘든 폭풍치는 바다도 건널 수 있습니다.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고백합니다. 내가 가장 강할 때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품어서 올려주실 때입니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당신이 나를 탈진된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서
산위에 오르고, 폭풍치는 바다도 건너게 하셔서
나는 나의 실력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하셨습니다.
- 조나단 말레식, 『번아웃의 종말』, 메디치미디어, 2023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