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공인3품 심사신청
유진이가 태권도장에 공인 3품의 승품단심사 서류를 제출했다. 신청서류에 필요한 사항은 신청자 성명(영문 표기 포함), 주민등록번호, 사진(태권도장에서 촬영), 주소, 심사비 170,000원 등이다. 이를 갖춰서 어제(5월 28일) 접수했다. 유치원 시절 첫발을 내디뎠기에 올해로 여섯 해째 매주 사흘(월∙수∙금)씩 수련을 쌓고 있다. 그동안 국기원의 심사를 거쳐 공인 2품 자격을 획득했다*. 이번의 공인3품 심사는 오는 6월말 무렵에 실시되는 ‘제240회 승품/단 심사’ 자리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태권도에 홀딱 반해 진한 사랑땜을 하다가 시들하고 뜨악해지던 권태기였을까. 아니면 자유분방한 영혼이 권위적인 억압과 명령에 정나미가 떨어졌던 때문이었을까? 입문하고 두세 해 되면서 태권도를 끊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 낌새를 보일 때마다 견뎌 이겨내는 게 좋겠다며 은근히 만류하는 쪽으로 이끌었다. 왜냐하면 무슨 일이든 힘이 들거나 어려움이 따를 때마다 손을 털고 돌아선다면 도전해서 이룰 것이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예측하지 못했던 시련이나 힘든 상황과 부딪혔을 때 슬기롭게 참고 견뎌내는 끈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에둘러 만류했다. 그 당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던 주된 요인은 태권도장의 강한 어투, 버티기 힘들었던 강압적인 분위기나 훈련 따위가 원인이었지 싶다. 이따금 꺼내보이던 속내의 편린들이 그를 반증했다. 그런 분위기도 세월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길들여졌던가! 새삼스레 의욕이 마구 솟구치는지 이제는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했으면 좋겠다는 의중을 언뜻 피력하며 한 발 앞 서 나가기도 한다.
여섯 해 동안 같은 도장에서 꾸준히 수련을 쌓고 있다. 그렇다고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한결같은 수련과 연마를 통해 건강한 체력과 정신을 지닌 청소년으로 성장하여 위급한 상황에 처할 경우 자신을 지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계속 수련을 시키고 있다. 나의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다 보면 자신의 의지나 뜻에 무관하게 돌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런 경우 자신을 지킬 능력의 함양은 필요충족선결조건이다. 이를 위한 기본적 소양의 축적은 평소에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는 뜻에서 태권도에 입문시켜 응원하고 있다.
기왕이면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련만. 시간 여유가 없어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수련을 시키는 셈이다. 그것마저도 5학년에 진급한 뒤로는 낮에 시간이 마땅치 않아 저녁 6시 30분에서 7시 30분까지 수련한다. 낮에는 다른 학원을 전전하다가 늦은 시간에 도장에 가면서도 피곤하다고 짜증내지 않고 신통방통하게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무척 미덥다.
어린 시절의 회상이다. 나는 투미한 눈썰미와 다부지지 못한 천성 때문에 매사에 둔했다. 그뿐 아니라 예체능 분야에서는 언제나 남을 빛내주기 위한 충수꾼 역할이 고작이었을 게다. 그런 까닭에 이들 분야에 대해 심한 열등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만약 학교 교육에서 그들 교과목이 많았다면 일찌감치 중도에 포기했을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늘 쉬는 숨마저도 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꼴지를 맴돌며 헉헉 댔으리라. 이런 수준 이하의 처지가 싫어서 유진이는 예체능 분야에서 나를 닮지 않기를 빌었다. 그런데 천우신조인지 나와는 전혀 딴판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운동 감각을 드러내 감사하고 있다.
나는 태권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맹추이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조언을 청했더니 품새에는 태극(1장~8장까지),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 지태, 천권, 한수, 일여 등의 10가지 종류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한편 2품(단)을 취득 후 2년이 지나면 3품(단)에 응시 가능한데, 3품(단) 심사에서는 태극1장8장, 고려, 금강 따위의 품새를 비롯하여 겨루기(보호 장비 착용), 격파 등이 포함되는 모양이다. 품과 단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기원 규정상 만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품을, 만 15세 이상은 단을 취득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시절 3품까지 취득하고 수련을 중단했다면 품단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이 경우 15세 이상이 되어 품단전환을 신청하면 3품에서 3단으로 전환된 단증을 교부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요즈음 수련을 받고 오는 날 저녁이면 거실에서 무슨 품새인지 진지하게 연습을 하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따라 하라고 채근하는 경우가 숱해졌다. 멋쩍어 뒤로 빼다가 마지못해 엉거주춤하게 흉내를 내보려고 나서면 매구같이 잘못된 동작을 짚어내면서 바로잡아 준다. 잘은 몰라도 이번 공인3품 심사에 시연해야 할 과제 중의 일부가 아닐까? 뚱딴지 같이 때 아닌 태권도에 잔뜩 주눅이 들어 허둥대는 내 모습은 영락없이 달밤에 체조하는 꼴로 웃음거리가 되고도 남으리라.
“꿈 ★은 이루어진다!” 이제 3주 남짓 지나면 유진이가 또 하나의 꿈을 향해 도전한다. 언제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진솔한 도전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나름대로 공인2품을 취득하고 햇수로 세 해째이다.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도 모이면 바위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의 자세로 겸허히 수련해왔기에 규정된 품새를 거뜬히 시연하고 훈장처럼 빛나는 공인3품을 품에 안기를 기원한다*. 간절한 바람과 달리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처지의 내가 진정 도울 길은 무엇일까! 좌고우면해도 도울 일이 없어 마음만을 더하기로 했다.
========
* 국기원의 공인1품은 2015년 5월 30일, 공인2품은 2016년 5월 22일에 획득했다. 그런데 발급 받은 1품과 2품의 카드 번호는 No-21669706이다.
* 2018년 7월 4일 태권도장에서 공인3품에 합격했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그리고 국기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유품단조회를 클릭하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3품에 합격한 날짜가 2018년 6월 24일로 나타난다. 한편, 7월 27일 태권도장에서 도복에 매는 띠를 ‘블랙 벨트(black belt)로 바꿔 주었다.
2018년 5월 29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