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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의 속살을 캔 이야기를 끝내고 후련했는데,
뭔가 미진한게 있었는지 자면서도 간헐적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우리는 홍합의 속이야기를 여전히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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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의 글에서 아직 풀지 못한 숙제들이 많다.
1980년경 남해대교에서 말린 홍합을 팔고 있는 장면이다.
오징어나 쥐치가 아니라 왜 홍합일까?
지금 말린 홍합 먹는 사람 거의 없다는 걸 보면 조금 궁금해 볼만한 문제이다.
그리고 대단히 귀한 것도 아닌데 왜 꼬치에 끼워서 팔까?
꼬치에 끼어서 먹는 게 우리 문화 중 어디에 있던가?
왜 조선인답지 않게 쫌스럽게 홍합을 1꼬챙이에 4마리씩 뀔까?
한국의 길거리 꼬치는 이렇게 대국스러운데 말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1꼬치에 홍합 5개를 끼면 오가재비이고, 4개를 끼면 4가재비라고 한다는데...
겨우 4개나 5개는 한국인스럽지 않다.
그리고 왜
4개 혹은 5개를 끼우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을까?
말린 홍합을 오가재비라 부르면서, 대꼬챙이에 끼어서 숯불에 구워서 말린다고 한다.
숯불에 구워서 먹는게 우리 문화였던가
그리고 마지막 의문, 궁극적인 의문은 이거다.
숯불에 구워 말린 오가재비를 임금님에게 진상하였을까?
또는 오가재비가 과연 한국어일까?
여기서. 꼬치문화 숯불문화 4개꽂이문화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해 보았다.
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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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이런 의문을 품게 된 계기는 일본 영화로 아카데미 외국어상을 받은 '굿바이'때문이다.
촉망받던 첼러리스트가 낙향해서 장례식장 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인데...강추합니다.
영화중에 이 장면이 인상적이라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집안에 작은 화로에 숯을 담고...철망 위에 얹어 먹는 건 복어의 고환(고니)이다.
뭐라고 복어의 고환까지? 그것도 구워 먹어?
우리는 고니를 동태탕에 넣어 끓여 먹는 방식 뿐인데 말이다.
숯불을 즐겨서 그것도 집안에서 구워서 먹는 건 아마도 일본의 것이라 본다.
(참고로 복어 고니구이는 고급요리라고 한다... 그리고 동태의 고니, 이리, 애, 알에 관한 상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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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다 보니 생각이 마음대로 건너띄기를 한다.
꼬치구이는 일본식 술집에서 나오는 안주라는 거. 먹을 수 있는 건 몽조리 꼬치에 꾸워서 먹더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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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오뎅도 이렇게 쪼맨하게 만들어 꼬치를 뀌워서 먹는 군.
우측의 한국식 꼬치 오뎅은 그래서 일본의 문화에서 나온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조선 양반들이 뾰족한 창을 입안에 넣는 건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조선의 임금은 홍합이고 뭐고 꼬치꾸이는 먹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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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회도 한꺼번에 몇점씩 먹는다. 양으로 조지는 문화이다.
그런데 왜 하필 별것도 아닌 홍합을 쪼잔하게 4개 또는 5개를 꼬치에 뀌냐를 생각해보자.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일본식 꼬치꾸이의 예이다
보시다시피 그들이 숯불도 쪼맨하게, 화로도 쪼맨하게 그래서 꼬치도 쪼맨한거.
쪼맨하다보니 고기점도 4개 또는 5개만이 가능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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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 나는 이런 중간 결론을 내리게 된다.
꼬치도 일본식. 숯불도 일본식 그리고 4,5개도 일본식 문화라는 걸 염두에 두면,
남해대교에서 우리 어머니들이 팔던 홍합꼬치는 일제하 그들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제사상에 올리는 탕국용으로 홍합을 말리기만 하는데,
일본인들은 꼬치꾸이에 홍합을 너다섯개 뀌어서 숯불에 구어 먹었을 것이다.
남해 권역의 어부들은 돈벌이가 되니 이걸 만들었을 테고....
일본은 패망하며 쫓겨갔는데 슬프게도^^ 숯불까지 들고 가버렸다.
따라서 해방된 조선민중들은 꼬치에 뀌어 말린 홍합을 질겅질겅 씹어먹어야만 했다.
말린 홍합이 아니라 숯불에 구워서 만드는 오가재비도 거제도에는 남아 있었다.
그래서 임금은 먹지 못했다.
왜냐고? 이건 일본에서 유래한 문화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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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홍합은 어려서부터 즐겼던 나는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퀘한 냄새를 싫어한다.
홍합을 숯불에 구운 것은 향이나 맛이 상당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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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말해 오가재비는 홍합을 말린 게 아니라 꼬치에 뀌어 숯불에 구워 말린 걸 뜻한다고 본다.
인터넷에서 나돌고 있는 '말린 홍합' 이론^^은 폐기되어야 한다.
심지어 어떤 사이트에서는
'해녀가 직접 잡아올린 자연산 홍합을 말린 오가재비 100개'라면서 놀랍게도 60만원에 판다.
몰라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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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으로 다소 대담한 가설 하나를 덧보탠다.
과연 오'가재비'가 조선어일까?
조가비라는 이쁜 말을 염두에 두면 그럴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왜냐하면 '비'는 일본말로 '불'을 뜻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전을 보니 홍합은 '이가이'라고 하고 숯은 '기즈미' 또는 '스미'라고 한다.
언어학자가 아니고 일본어를 잘 몰라 그렇지만,
이가이 + 기즈미 + 비 =가재비가 될 가능성도 만의 하나 없지 않겠다.
일본어 '나가시'가 한국에 들어와 '나라시'(택시 나라시, 때밀이 나라시)로 된 예나.
일본어 스콥푸 가 한국에 들어오 '수금포'(삽)로 발음이 바뀌는 건 흔한 예이다.
조기들이 오면 소금을 뿌려 절였다가 구부러지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놓고 무거운 돌로 눌러놓는다. 소나무 장대로 건조장을 만들어놓은 3월 말에는 따스한 훈풍이 불어온다. 큰놈들은 양쪽으로 다섯 마리씩 열 마리를 한데 묶어서 엮는다. 건조장 천장은 구멍이 훤하게 뚫려 하늘이 보인다. 건조장은 짚발로 둘러싸여 아늑하다. 뚫린 구멍 사이로 바닷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굴비들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촘촘히 걸린다. 밑바닥 한가운데는 둥근 구덩이를 파고 숯불을 피운다. 조기들의 몸은 바싹바싹 말라간다. ‘오가재비 굴비’가 되어 간다.
조기에 관해 한권의 단행본을 낸 주강현은 숯불을 피워 조기들을 말리는 걸 '오가재비 굴비'라고 한다는데..이게 과연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우리네 방식일지,
아니면 일본인들이 선호한 일본식 방식인지도 의문이 든다.
느낌에는 일본 식 같은데...만약 그렇다면 '오가재비'라는 건 일본어일 가능성도 없지 않겠다.
이상 다시한번 말이 많아 바다로 내려간 등산박물관 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イシモチの干物ひものなどを5匹ごひきずつ縄なわでつるしたもの
문장전체를 구글에 넣고 검색해도 나오지 않네요...
이게 '오가재비 굴비'를 뜻하는 일본 설명인지 궁금합니다...~~~
@모자이크-등산박물관 한글로 '오가재비' 어학사전에서 검색하니... 저런게...ㅎㅎ 염장한 생선등을 5마리씩 ...머 이런 뜻인듯
@여름날 그렇군요...~ 한국인의 일본어식 설명이네요....
@모자이크-등산박물관 그런거도 같고... 역으로 일본이 그리 쓰는데 한국에서 따라간 해석한거같기도 히고... 에혀 일어를 가다가나도 모르니 원...ㅠㅠ
@여름날 우리나라 국어사전과 영어사진이 만들어질 때 일본의 것을 그대로 베끼는 수준이었다는
사전 탄생의 비화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